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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4 |
[최승범 시인의 풍미기행] 도다리쑥국, 그 빛과 맛
관리자(2007-04-13 19:02:27)
[최승범 시인의 풍미기행] 도다리쑥국, 그 빛과 맛   경남 통영시 동호동 남망산공원에 조성된 「초정 김상옥 시동산」(艸丁 金相沃詩苑)이 처음 막을 여는 날(2007. 3. 29)이었다. 초정(1920-2004)은 뉘이신가. 1939년 가람(李秉岐)의 추천으로 《문장》을 통하여 우리의 시단에 등단, 시조시의 거봉을 이룬 시인이 아닌가. 나도 여훈(餘薰)을 입은 바 많았거니, 이날을 평일처럼 그냥 넘길 수는 없었다. 나의 척제가 되는 허정욱(許正旭)군을 쏘삭여 길벗을 짓기로 하였다. 이날 개원식(開苑式)은 14시 30분, 우리는 넉넉히 시간을 잡아, 점심은 통영에서 들기로 하고, 전주를 출발하였다. 마침 봄철의 산야를 수놓은 개나리·진달래·물싸리·매화·벚꽃들과도 흥결을 나누며 통영시내에 이르렀다. 점심 식단은 허군에게 일임하였다. 하여, 찾아든 식당은 「영성횟집」(통영시 동호동 156, 전화 055-643-7956). 통영의 자연산 감성돔, 하모, 도다리 회의 명가(名家)임을 자랑하고 있는 식당이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식단을 챙겨본 허군은 선뜻, ‘도다리쑥국’의 주문이다. ― ‘계절의 특미, 도다리쑥국, 1인분 10.000원.’ 처음 대하는 먹거리 이름에 호기심부터 당긴다. 상차림도 깔끔했다. 거들거들 말린 청어구이가 눈길을 끌었고, 묵은김치·갓김치·마늘잎볶음·머우무침·취나물무침·멸치젓이 놓였다. 모두가 입맛을 이끄는 찬들이다. 이윽고, 밥과 도다리쑥국이 나왔다. 듬직한 국대접을 들여다보니 국물빛부터가 맑다. 탑탑한 기운이 없다. 파란 쑥빛이 살아있고, 도다리의 살빛이 뽀야니 돋아있다. 한 마리의 도다리를 두 토막 내어 넣었다. 빛깔만으로도 소금 간임을 이내 알 수 있었다. 국물 맛을 보자 삼삼하면서도 개운하다. 파란 쑥 향기도 입안을 강그랍게 한다. 바닷물고기인데도 도다리의 살점에서는 비릿한 기운을 느낄 수 없다. 나는 밥을 앙구지 않고, 국물만을 거푸 수저질하며,   “어 시원하다, 맛이 있다, 삼박하다.” 를 연발하였다. 허군도, “참 맛이 있네요.” 로 맞장구를 친다. 청어구이와 멸치젓의 맛도 젓가락을 심심치 않게 했다. 청어는 생구이가 아니다. 고들거리고 졸깃한 맛이 돋는다. 멸치젓은 다시 청하여 즐길만큼 구미를 돋우는 것이었다. 나는 이날의 도다리쑥국을 즐기는 데에 다음 순서를 챙기기로 하였다. 먼저 도다리의 지느러미나 뼈·가시를 발라냈다. 살집을 풀어 놓고 먹을 만큼의 몇 숟갈 밥을 넣어 국말이를 하였다. 잔가시에 따로 마음을 쓰지 않고 수저질을 할 수 있었다. 쑥잎과 살점에 밥과 국물을 아울러 한 숟갈을 입에 떠넣어도 감질나지 않았다. 알고보니, 도다리쑥국은 통영음식으로 예로부터 이름이 나 있었다고 한다. 관광지도에는 ‘쑥섬’(蓬島)이라는 섬이름도 보인다. 한려수도의 도다리에 쑥섬의 쑥들인가 싶자, 뒷맛에 개운함이 돋았다. 한 도우미의 이야긴즉, 쑥도 도다리도 이 철의 것이어야 하고, 도다리와 쑥은 궁합이 잘 맞는 보양식이라고 한다. 자리를 일어서려는데 경남문협회장인 이우걸(李愚杰)시인이 들어선다. 시동산 개원식에 나가려는데 점심차 들렀다고 한다. 이만하면 이 「영성횟집」도 이 고장의 이름난 식당이 아닌가 싶다. 허군에게 ‘잘도 찾아든 식당’임을 말하였다. 남망산공원은 해안도로 건너 지척에 있었다. 전세버스를 내어 왔다는 서울의 문우들과 한 자리에 어울려 개원식을 마치고, 「초정 김상옥 시동산」을 둘러보면서의 마음은 흐뭇하기 이를데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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