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4 |
[특집ㆍ아! 섬진강] "운무 섞인 바람에 풍경도 아스라이"
관리자(2007-04-13 18:51:26)
[특집ㆍ아! 섬진강]
섬진강댐 가는길_ "운무 섞인 바람에 풍경도 아스라이" 글 | 최정학 기자
전주에서 운암을 지나, 같은 길을 따라 약 20여분을 더 달리면 강진이 나온다.
섬진강변에서 잡은 다슬기를 맑고 시원하게 우려낸 다슬기탕과 5일장, 그리고 국수집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길을 돌려 조금만 더 가면, 막다른 길에 다다른다.
회문삼거리다. 이정표는 왼쪽으로는 광주?순창을 오른쪽으로는 태인·칠보를 가리키고 있다. 태인·칠보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반대쪽으로 가면, 얼마 안가 김용택 시인이 근무하고 있는 임실덕치초등학교가 나온다.
방향을 돌리자마자, 이제 섬진강에 다 왔다는 느낌이 든다. 아직 섬진강은 눈에 들어오지 않지만, 섬진강 중학교며 섬진강 휴게소 등의 이름이 이제 곧 섬진강이 눈앞에 펼쳐질 것을 예고하고 있다. 길옆으로는 온통 벚꽃 나무다. 아직 활짝 피어나진 않았지만, 빠알간 꽃 봉우리들이 금방이라도 터질 듯 탐스럽게 가지가지마다 매달려 있다.
벚꽃 나무 뒤로 무언가 희뜩하게 반짝인다. 물비늘이다. 진즉부터 섬진강을 나란히 하고 있었음에도 알아채지 못했다. 봄 가뭄으로 수량이 부쩍 줄어든 이유도 있을터이지만, 저위 섬진강댐의 인심이 그리 좋지 못한 것이 큰 이유다. 섬진강은 강기슭의 억새와 잡목 숲 사이로 드문드문 제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잡목 중간중간 한그루씩 섞여 노란빛을 발하고 있는 생강나무가 흰 물비늘과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오르막길을 얼마쯤 올랐을까. 눈앞에 거대한 물이 펼쳐져 보인다.
옥정호다. 그 밑으로 4억 3천만 톤의 물길을 막아서고 있는 회색의 댐이 보인다. 섬진강댐은 일제 강점기인 1926년 1차 준공된 뒤, 제3공화국 때 1차 경제개발5개년 계획사업에 의해 완공되었다. 섬진강댐에 의해 만들어진 전북 임실군 운암면과 정읍시 산내면 일대의 호수를 뚝 잘라내 옥정호라 일컫는다. 댐의 건설로 섬진강 상류의 물은 정읍 칠보를 넘어 계화도와 호남평야를 적시는 곡창지대의 젖줄이 되었다. 한때는 빼어난 경관에 물고기도 많아 전국의 강태공들을 불러들였으나, 수자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후부터는 사진작가들에게 그 자리를 내주었다.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한 비경들이 끊임없이 눈앞에 펼쳐진다.
시퍼렇게 깊어 보이는 물은 골짜기들을 따라 산 깊숙이 들어가 있고, 운무 섞인 하얀 바람이 물 위를 휘감아 돈다. 운무 때문에 저 건너편 풍경들은 언제나 아스라하다.
관광객들을 위한 작은 공원들이 군데군데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전망이 좋은 곳엔 작은 모정들도 빠지지 않고 서있다. 허름하고 나지막한 집들과 펜션, 민박, 식당 등이 드문드문 길 옆에 흩여져있다. 댐을 지나면서부터 이미 정읍 산내면 땅이다.
지난해 가을 만들어진 ‘옥정호 수변공원’은 옥정호에서 유일하게 공원이라는 명칭을 내걸고 있는 공간이다. 옥정호로 돌출된 야트막한 산을 정리해 만들었다. 다른 작은 공원들이 간단히 쉴 수 있는 벤치 정도만을 갖고 있는 반면, 이곳은 아름다운 산책로와 갖가지 꽃 군락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는 제법 규모있는 공원이다. 이곳엔 세 그루의 커다란 소나무가 서로 멀찌감치 떨어져 바람소리를 내고 있다. 이 공원을 만들기 오래전부터 섬진강의 바람을 맞으며 자란 나무들이다.
“내가 스물넷에 이 마을로 시집와서 지금 예순여섯이요. 댐 생기고 한 3년 되가지고 시집왔응게 한 40년 되았네요. 시집와서 보니께 시암하나 갖고 온동네 사람이 다묵고 그럽디다. 땅파봐야 물도 안나온다고. 그때 다니던 길도 지금은 다 물에 들어가고, 논도 다 들어갔어요. 지금은 밭 일만 많이 하지요 그렁게”
공원 옆, 작은 밭에서는 농부들의 농사준비가 한창이다. 저 멀리서 들려오는 경운기 소리도 힘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