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4 |
[남형두 변호사의 저작권 길라잡이] UCC와 영상저작물
관리자(2007-04-13 18:37:36)
[남형두 변호사의 저작권 길라잡이] UCC와 영상저작물
재미있고 편하다는 이유 남형두ㅣ연세대 법대 교수 | hdn@yonsei.ac.kr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은 매년 말 그해의 인물을 선정하여 발표한다. 2006년도 올해의 인물은 뜻밖에도 “YOU”가 선정되었다. 타임은 ‘당신(YOU)’이 전 세계 언론의 통제권을 누르고 새로운 민주주의의 틀을 만드는 것은 물론, 대가없이 하는 일로 전문가 뺨치는 실력을 발휘한다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미디어가 생산해내는 뉴스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미디어가 되어 블로그 등으로 뉴스를 생산한다는 것이다.
개인들이 미디어역할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사용자제작콘텐츠, 이른바 UCC(user created contents)를 실어서 유포해 주는 ‘유튜브’ ‘위키디피아’ ‘마이스페이스’ 등과 같은 UCC 사이트가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UCC 사이트인 미국 유튜브(YouTube)는 작년과 올해 세계를 두 번 놀라게 하였다. 수십 명의 직원으로 출발하여 설립한 지 불과 1년 만에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구글(Google)에 16.5억 달러에 인수되었는가 하면, 최근 미국의 초대형 미디어회사인 바이아콤(Viacom)으로부터 10억 달러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하기도 하였다. 바이아콤은 계열사가 저작권을 갖고 있는 동영상 16만개를 유튜브가 사전에 저작권에 대한 양해 없이 무단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 포털사이트와 판도라TV, 엠군 등 국내 UCC 사이트들도 같은 문제에 휘말려 있다. UCC 동영상 가운데 60% 이상이 저작권에 문제가 있는 영상들로 파악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7~10월 국내 10개 개인방송채널 전문포털사이트를 조사한 결과 동영상 UCC의 83%가 기존 콘텐츠를 퍼온 불법 복제물이었고, 순수 UCC는 16%에 불과했다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너도 나도 UCC를 말하고 있고 UCC에 저작권법상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점이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심도있는 논의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이는 저작권법을 논하는 것 자체가 UCC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는 것으로 지레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저작권법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점도 있다.
기본적으로 UCC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동영상인데, 동영상은 저작권법에 따르면 영상저작물에 해당한다(저작권법 제2조 제10호). UCC 제작자가 순전히 창작한 동영상의 경우 그 자체가 하나의 창작물이므로 영상저작물로서 보호된다. 문제는 기존의 영상저작물 중에서 일부를 발췌하거나 이를 변형하여 만든 동영상이다.
이와 같은 동영상 UCC는 저작권법상 2차적 저작물에 해당한다. 2차적 저작물이란 “원저작물을 번역, 편곡, 변형, 각색, 영상제작 그 밖의 방법으로 작성한 창작물”을 말한다(제5조 제1항). 2차적 저작물은 그 자체로 원작과 별도로 저작물로서 보호된다. 따라서 2차적 저작물로 된 UCC를 누군가 임의로 복제하여 사용한다면 이는 UCC 제작자에 대하여 저작권침해가 될 수 있다.
그런데, UCC를 제작하여 이를 UCC 사이트에 올린다는 것은 누구든지 무상으로 사용해도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UCC 제작자는 저작권침해 주장을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간주되어 복제, 배포자에 대하여 침해 주장을 할 수 없다고 본다. 다만, 무상 복제 배포의 취지를 넘어서 제3자가 이를 이용하여 광고를 하거나 별도의 창작물을 만들어 영리행위를 한다면, UCC 제작자의 권리포기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보아 영리행위자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2차적 저작물인 UCC의 경우 원작자에 대해서는 원작자가 갖고 있는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침해한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저작권자에게는 그의 저작물을 원저작물로 하는 2차적 저작물을 작성하여 이용할 권리를 갖는데(제21조), 이는 저작권자에게 그 저작물과 경합할 수 있는 영역의 저작물을 만들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함으로써 경제적 보장을 꾀한 것이다. 2차적 저작물인 UCC 제작자가 원작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원작에서 일부를 발췌하거나 수정, 증감하여 UCC를 만들었다면, 이는 원작자의 2차적 저작물작성권을 침해한 셈이 된다. 주로 기 방송된 영상을 이용하여 UCC를 만드는 것이 이에 해당할 것이다. 바로 이점 때문에 기존의 방송사업자들이 UCC에 대하여 대단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UCC 제작자들 및 이들이 주로 UCC를 올리는 UCC 사이트들은 일정한 시간, 예컨대 5분의 범위 내에서 기존 방송물을 이용하는 것은 인용권이라는 새로운 권리를 부여함으로써 원작자의 허락을 받지 않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런데, 원작의 길이와 관계없이 5분을 인용권으로 허용하는 것이 가능할 지도 의문이고, 5분이라는 시간이 동영상으로서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라는 점에서 원저작권자들의 반발이 수그러들 것 같지는 않다. 저작권법상으로는 엄연히 복제권 침해 또는 2차적 저작물 작성권 침해가 되는 이런 행위를 UCC의 순기능으로써 합리화할 수 있는 것인지 회의가 들기도 하나, UCC의 파도가 워낙 거센 현 시점에서 이점에 대한 논의를 조금 더 지켜 볼 필요는 있다 하겠다.
한편, UCC는 제작자와 원작자간의 권리충돌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주로 동영상인 UCC의 경우 제작자가 허락 없이 타인을 촬영한 경우에는 그 촬영당한 사람의 초상권이 문제될 수도 있다. 또한 허락을 받고 촬영한 경우라 하더라도 그 UCC가 후에 광고 등에 사용될 경우 촬영을 허락한 사람의 퍼블리시티권, 즉 그의 초상을 영리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의 침해 문제가 발생한다. 예컨대 세탁소의 달인이라는 제하에 세탁소 주인(A)이 다림질하는 모습을 B가 촬영하여 UCC 사이트인 C에 올렸다고 가정하자. A는 자신이 다림질하는 모습을 촬영하여 UCC 사이트에 올리는 것을 사전에 알고 허락하였다면, 자신의 초상권이 침해당했다는 주장을 할 수는 없다. 그런데, 만약 이 동영상을 다리미회사(D)에서 광고에 활용한 경우, A는 자신의 퍼블리시티권까지 포기한 것은 아니므로 D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외에도 패러디 문제 등 UCC가 몰고 온 저작권법상의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단지 재미있고 편하다는 이유만으로 UCC가 저작권법에 저촉되는 것이 분명함에도 이를 방치하거나 심지어 조장하는 사회분위기가 지속된다면, 자신의 귀한 저작물이 언제든 대가없이 누군가에 의해 도난당하여 UCC란 이름으로 인터넷에 유포될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하여 창작물을 공개하기를 꺼려하거나, 더 나아가 창작의욕이 저하되는 악영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