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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4 |
[문화시평] 한옥마을예술단 유토의 '창작콘서트' New土'
관리자(2007-04-13 18:16:58)
[문화시평] 한옥마을예술단 유토의 '창작콘서트' New土' 유토피아를 꿈꾸는 자 누구인가                                      정훈 | 전주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 우리는 꿈을 먹고 살아 간다. 더욱이 예술인에게 있어서 꿈의 의미는 남다르다. 왜냐하면 그들에게 꿈은 끊임없이 작품을 만들어 내고 싶은 욕심의 발로요, 그들이 예술활동을 하게 만드는 원동력이요, 동시에 매 순간 그들의 존재가치를 확인시켜 주는 생명력이기 때문이다. 소위 전주의 문화예술판에는 어떠한 형태든지 간에 나름대로의 이상향을 갖고서 활동하는 개인이나 단체들이 매우 많다. 국악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어쩌면 전주에서의 국악은 다른 예술장르보다 더 복잡하게 엮여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이유때문인지 몰라도 우리지역의 국악계를 볼 때면 항상 무언가 답답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젊은 사람의 시각으로 봤을 때, 단체의 수가 많아서가 아니라 빽빽한 수에 비해 작품의 창작이나 크로스오버 형태의 실험성이 짙은 음악활동을 추구하는 집단이 적어서 그런가보다. 이렇게 어수선한 지역 국악계에 반쯤 발개진 볼살을 내 보일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진 민간예술단이 첫 문을 열었다. 효자동 끄트머리에 있는 박물관에서 한국소리문화의전당까지 가는 길은 멀다. 하지만 지난 1년여의 시간동안 뭔가를 숨겨온, 그래서 무슨 짓을 할지 무척이나 기대되는 한옥마을예술단 ‘유토’의 유쾌한 반란을 보고자 하는 굴뚝같은 마음은 감출 수가 없었다. 어느 틈에 연지홀 로비에는 가볍게 목례를 하거나 수인사를 하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한마디로 유토는 때 아닌 횡재를 잡은 셈. ‘전통예술 공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주겠다는 당찬 각오에 국악전공자를 비롯해 지역문화예술인과 일반들이 몰려들어 성황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무대에 조명이 켜지면서 사회자가 나왔다. 유토의 첫 공연을 축하해달라는 말과 함께 이내 다시 무대 뒤로 사라졌다. 공연내내 국악공연장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그래서 재치 있어 보이는 그의 진행은 아주 매끄러웠다. 객석에서 나오는 박수소리가 작으면 너스레를 떨어 큰 박수를 끌어내기도 하고, 공연자들에게 앙코르공연을 요구하기도 했다. 마치 관객과 사전에 모의를 한 것처럼, 마치 공연자와 은밀한 내용의 뭔가를 짠 것처럼. 한옥마을예술단 유토의 ‘창작콘서트 New土’는 총 4장으로 구성되었다. 제1장 여는마당의 곡은 ‘새로운 땅 New土'였다. 시작을 알리는 힘찬 장단과 관현악이 새로움을 표현하기에 부족함이 없었지만 타악기의 강한 비트에 은은한 대금소리며, 가야금소리, 해금소리가 묻혀버린 게 못내 아쉬웠다. 제2장 전개마당에서는 ‘즐거운 땅 遊土 -두들소리’로 복층리듬형태의 연주였다. 여기서는 무속장단과 설장고 장단이 제대로 어우러져 버렸다. 연주자가 두드리던 북채가 부러지는 불상사(?)가 말해주듯이 마당은 신명, 그 자체였다. 다섯 명의 남성들이 무대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시원하기에 충분했다고나 할까? 제3장 흥마당 ‘너그러운 땅 侑土’. 이번 마당에서는 아리랑의 후렴구를 가미하여 인생살이의 고난을 이겨내고자 하는 모양을 노래로 표현한 ‘아리요’와 판소리 흥보가의 한 대목인 ‘제비노정기’를 모티브로 해서 자체 편곡한 ‘제비노정기’가 소리꾼에 의해 불려졌다. 그런데 어머나 이게 무슨 일인가? ‘인생사 힘들다고 말하지만 세상에 쉬운 일 어디 있나~로 순탄하게 시작되던 공연이 어느 순간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아리랑 허 아리 아리요. 아리랑 허 아리 아리요~’까지 오면서 관객은 물론 장단을 맞춰주던 연주자들이 모두 일어나 박수를 치면서 어깨춤을 추는 게 아닌가. 정말 상상하지 못 했던 장면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트로트 공연에서나 볼 수 있는, 짧은 청치마의 두 여인이 쑥스럽게 몸을 흔들며 코러스를 넣고 있는 게 아닌가! 제4장에 와서야 본마당이 펼쳐졌는데, ‘흐르는 땅 流土 -고원의 전설’이 대미를 장식했다. 이제서야 숨어있던 춤꾼이 무대를 달군다. 우리역사를 묵묵히 바라보고 있던 고원을 통해 우리민족의 역사를 표현하고자 했던 의도와 곡의 분위기가 잘 어울려 국악실내악 앙상블이 좋았다. 실내악 앙상블은 연주자 개인의 기량에 파트별, 공연자별 장기가 한 데 어우러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지난해부터 한옥마을예술단 ‘유토’에 대한 기대를 많이 해 오던 터였다. 또한 평소 호형호제하던 몇몇 지인들이 단원으로, 기획과 홍보 담당자로 무던히 애쓰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왔다. 그래서 한옥마을예술단 유토에 거는 기대 역시 남다른 건 사실이다. 유난히 흥미를 끄는 건 비단 기악, 타악, 소리, 무용으로 구성된 멤버들의 화려함 때문은 아니다. 필자를 흥분시킨 하나는 ‘유토’ 그 자체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유토’는 세 가지 의미를 담고 있었다. 새로운 음악을 창작하고 세계로 향하는 예술단의 ‘New土’, 가능한 것에 도전하고 성과를 남기는 예술단의 ‘有土’, 변화하고 진화하는 한옥마을예술단의 ‘流土’가 그것이란다. 또 하나는 ‘창작콘서트’라는 공연의 명칭에서 느껴지는 신선함이다. 대개의 경우 첫 공연을 할 때는 기존의 곡을 잘 연습해서 무대에 올리는 게 상식으로 통하던 터라 4곡 중 3곡이 초연곡, 그것도 창작곡을 데뷔무대에 올린 다는 건 그만큼 위험한 일임에 틀림없었다. 세 번째는 다른 민간예술단에서는 보기 힘든 기획팀이 조직구성도에 떡 하니 자리하고 있다는 것. 무대 뒤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스텝이 있음으로 해서 공연자들도 한껏 제 기량을 보여줄 수 있고, 관객들 역시 질 좋은 작품을 만끽할 수 있지 않은가? 우리 지역 내 국악을 이끌어 가는 대표 그룹은 관에서 운영하는 예술단인데, 이곳에서는 실험적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거나 다소 엉뚱한 기획이 가미된 공연을 진행하기란 어간 어려운 게 아니다. 달리 표현하면 ‘불가능’이란 단어가 제격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관립예술단체는 안정적인 연주활동을 하기에 매우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민간예술단체는 단체의 대표가 단원들의 끼니까지 걱정해야 하는 궁핍한 처지에 처해 있는 경우가 많지만 작품에 대한 애정과 실험정신은 매우 돋보이는 경향이 강하다. 필자는 간혹 이 두 집단의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분모가 모여진다면 모두가 잘 먹고 잘 사는 동네가 되지 않을까 하는 동화 같은 상상을 하곤 한다. 2007년 봄, 유토의 첫 나들이가 자칫 ‘흥(즐거움)’으로 시작했다가 ‘흥(비웃음)’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랐다. 창작콘서트라는 부분에 좋은 점수를 준다고 하더라도 무대의 단조로움이라든지 미쳐 커튼콜 장면을 예행연습하지 못 했던 점은 분명 보충해야 할 것이다. 또한 창작초연곡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곡을 중간에 두고서 관중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보였다. 전통예술공연의 새로운 장르를 열어가겠다는 당찬 포부로 항해를 시작한 유토가 전주의 이곳저곳에서는 물론 전국으로, 세계로 뻗어 나가기를 꿈꿔본다. 시종일관 심장을 뛰게 하는 북소리와 계속 깽깽거리는 아쟁, 금새라도 그 청이 터져버릴 것 같은 피리. 내게는 기막힌 기억이다. 누군가 술자리에서 “국악의 판이 커지는 것은 국악의 대중화와 국악이 갖는 본래적 특성 사이에서 시소를 타는 것과 같다. 왜냐하면 넓고 큰 무대에서의 국악공연은 이미 박제가 되어버린 것이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한 기억이 난다. 오늘 전통예술의 유토피아를 꿈꾸는 자, 너는 누구냐? 정  훈/  전북 순창에서 태어났다. 전북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전북대학교 신문사 편집장을 역임했다. 전북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화인류학을 전공했다. 현재 전주역사박물관에서 학예연구사로 일하면서 문화정책 스터디 문화포럼 異共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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