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2007.4 |
[서평] 민족주의 그리고 우리들의 대한민국
관리자(2007-04-13 18:12:30)
민족! ‘상상의 공동체’인가?                            글 | 방용승 『전북통일연대상 임집행위원장』 통일운동가 민경우가 민족과 민족주의에 대한 포문을 열었다. 민족과 민족주의에 대하여 비판적이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지는 사람이 되어버리는 현실 속에서, 그가 다시 고리타분(?)한 민족 담론을 꺼내는 이유가 궁금하다. 진보적 문인들의 대표 단체인 ‘민족문학작가회의’조차 자신의 단체 이름에서 ‘민족’을 떼어내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인데 말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한국사회에는 두 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하나는 미국 중심의 일극질서가 영원할 것이라는 전제로 세상을 보는 사람들이고, 또 다른 한편은 미국의 일방주의의 조정이 불가피하고 다양한 민족, 국가, 지역 협력체가 자신들의 미래를 각 처지에 맞게 개척하는 다극화 시대로 변화할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전자는 세계화 시대에 맞는 세계시민으로서 우리 민족이 하루빨리 변화하는 것이 좋은 일로 보일 것이고, 그들에게는 민족·민족주의는 낡은 수구적 이념으로 될 것이다. 후자는 현재의 다극화로 가는 변화의 시기에 민족·민족주의 담론은 시대에 맞게 조명되고 발전되어야 할 중요한 과제로 본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시각에서 자신의 주장을 세 가지로 정리한다. 첫째, 한반도의 통일은 소원의 차원을 넘어 다양한 민족, 국가, 지역협력체들이 자신의 처지에 맞게 미래를 개척해가는 세계적인 흐름과 궤를 같이 하는 보편적 과제라는 점 둘째, 한반도의 변화는 통일을 축으로 사회경제적 개혁, 동북아 질서 재편 등으로 현실화 할 것이며 이를 고려한 역사의 새로운 전망을 열어야 한다는 점 셋째, 이를 위해서 민족·민족주의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통일을 중심축으로 한 변화의 흐름에서 위기를 느낀 보수 세력은 자유주의 담론을 적극 유포시키고 있는 반면 진보세력은 민족담론에 수세적으로 임하고 있다. 더구나 진보진영의 민족주의 비판은 종족적 민족주의는 악이고, 국가나 집단은 위험한 것이고, 자유로운 개인들의 자발적 집단을 추구해야 한다는 서구이론을 무비판적으로 소개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진보인양 끌어들인 서구이론이 수구보수 세력의 자유주의 담론과 엉뚱하게 맞아 떨어지는 현실은 위험하기까지 하다. 불행한 100년의 민족사를 끝내고 새로운 역사를 써야하는 지금은 더욱 그렇다. 저자가 보는 입장에서는 자유주의자들의 민족주의 비판이나 진보진영이라고 자처하는 자들의 입장이 결과적으로 다를 것이 없다고 본다. 저자는, 민족은 ‘상상의 공동체’라는 자극적인 문구를 사용한 베네딕트 앤더슨을 조악하게 차용하여, 민족을 허구의 산물 정도로 치부하는 생각이 유행되고 있는 현실을 개탄한다. 민족의 바람직한 유형을 ‘자유로운 시민들의 계약공동체’을 주장하는 근대시민사회론자들을 향해 부모자식 관계가 계약적이냐고 일갈한다. ‘ 민족’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면면히 이어져 왔던 사회역사적인 존재요, 허구가 아닌 구체적 존재라는 점, 계약공동체가 아닌 특정 지역과 자연환경을 무대로 혈연과 언어를 같이 사용하는 인간집단이라는 사실을 명백히 한다. 무려 450만 년 전의 인류의 역사로부터 시작해서 현재와 미래의 민족의 변화까지를 통찰하며 아주 간결하게 증명하고 있다. 기존의 민족주의 이론을 조목조목 나열하고 비판한다. 특히 제국주의 나라들의 민족담론의 반동성을 폭로하고, 유럽의 탈근대 담론과 민족주의를 무기로 신자유주의에 대항하는 비서구세계를 비교한다. 탈근대 담론이 이 세계화에 저항하는 비 서구세계에 적용되면 반동적이기까지 할 수 있는 위험을 말한다. 한국사회는 민족을 단위로 번영할 기회가 주어져서 오히려 민족, 국민주권, 민중과 같은 의제가 형성되어야 할 시기라고 주장한다. 탈근대 담론은 탈 민족으로 이어져서 소중한 우리의 진보의 기회를 해할 위험이 있는 것이다. 저자는 한국의 역사 속에 나타난 민족주의를 19세기 말부터 현재까지를 살펴보며 다시 민족·민족주의 깃발을 드는 것이다. 저자의 관심은 여전히 한반도이다. 한반도의 통일과 그로 인한 민족의 번영, 그것을 추동할 민족의 구성원인 민중들이 그의 관심이다. 이 관점을 분명히 한 채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민족을 둘러싼 담론을 소개한다. 한국사회에서 진행되어온 주요한 인물들과 그들의 주장을 저자의 관점에서 비판하고 해석한다. 박노자, 하인즈 워드, 권혁범, 임지현, 김동춘 등의 탈민족적 주장에 대하여서는 수구보수와 만나는 지점으로 일축하며 비판한다. 이들을 도진순, 이종석, 유근일 등과 별 구분없이 소개함으로 민족을 중심으로 탈민족을 주장하는 자유주의자, 탈근대론자, 개혁적 인사를 하나로 묶는다. 송두율, 김명철, 한호석,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등을 또 한묶음으로 하여 민족주의의 긍정적 담론을 소개한다. 이 책 한권을 숙독하면 한국의 민족주의 논쟁의 지도를 그릴 수 있다. 그리고 민족이 ‘상상의 공동체’라는 공상적 주장의 허구를 볼 수 있다. 민족은 실체이며 민족국가를 단위로 정치와 경제와 사회가 흘러가고 있는 현실을 직시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 민족 안에는 바로 내가 있다. 나와 민족, 민중과 민족의 운명은 하나다. 여기에서 저자가 말하는 민족주의는 제국주의 세력이 말하는 배타적이고 반동적인 민족주의가 아님을 분명히 한다. 진정한 민족주의는 민중의 이해와 입장과 언제나 일치하는 민족주의이다. 그런 의미에서 제국주의가 세계를 식민지로 분할하던 시기 이에 맞섰던 반제민족주의와 신자유주의에 맞서고자하는 민족주의는 역사의 진보적 맥을 이어가는 민족주의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신자유주의로 인해 세계의 민중들이 고통에 빠져들고 있는 현실에서 신자유주의자들이 외치는 구호가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모든 공동체를 파괴하라는 것이다. 그들이 가장 먼저 부수고자하는 것이 바로 민족공동체이다. 모든 이념에는 당파성이 있다. 오늘날 제기되는 탈민족에는 자본의 침략적 이데올로기가 감추어져있음을 직시하는 혜안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 주변의 지식인들 사이에 탈민족 주장이 난무한 시기에 답답함을 풀어주는 명쾌한 논리가 돋보이는 책이다. 방용승/ 현재 전북통일연대 상임집행위원장, 한미FTA저지 전북도민운동본부 상임집행위원장,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