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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4 | [문화저널]
[여성과 문화] 은빛 두 바퀴에 실은 공동체의 희망 전북여성장애인연대 소양인 회장
황경신 문화저널 기자(2003-04-08 10:19:25)
팔다리가 거의 자라지 않아 전동 휠체어를 타고 생활하는 일본인 오토다케 히로타다가 쓴 『오체불만족』이 올해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렸다. 사회의 편견과 차별속에 선천성 사지절단이라는 장애를 극복한 그의 의지와 용기는 감동적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장애인은 1천4백49만5천명. 인구 1백명당 장애인수를 나타내는 출현율 역시 3%가 넘는다. 우리사회의 소외계층 장애인, 그 중에서도 가장 극단적 소외계층은 다름아닌 여성 장애인이다. 여성이면서 장애인으로 빈곤의 요소를 모두 안고 살아가는 이들과 함께 하는 전북여성장애인연대 소양인 회장(47세). 소회장 역시 두 바퀴가 달린 휠체어에 불편한 몸을 의지해야 하는 척수 장애인이다. 뜻하지 않은 사고로 힘겨운 삶의 문턱으로 들어선 소회장. 하지만 10년의 세월을 견뎌낸 그는 이제 더 이상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지 않는다. "신체적 고통 못지 않게 장애인들에게 정신적 고통은 이루 말로 다 할 수가 없어요. 저도 처음에는 외출 한번 제대로 하지 않은 걸요. 끊임없이 시선을 떼지 않는 사람들, 혀까지 차가며 동정어린 눈빛으로 나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는 사람들앞에서 전 동물원의 원숭이나 다름이 없었으니까요." 스스로 자신을 가두는 정신적인 고통도 크지만 호기심어리게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과 장애인 편의 시설이 부족한 우리 사회가 장애인들의 외출의 문을 굳게 걸어잠그고 있다. 척수장애인들의 모임인 '사랑굴림'에서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며 친목을 도모하던 소회장을 비롯한 회원들은 좀더 조직적인 활동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남성 장애인 중심의 활동단체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여성장애인들의 인권과 권리를 챙기는 장애인 단체는 찾기 힘들었다. 여성장애인의 경우에는 성폭력문제를 비롯해 일자리 고용 문제 등 남성장애인들보다 더 큰 짐을 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단법인 한국여성장애인연합의 지역 지부 설립이 국책사업으로 선정되면서 전주에서의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소회장을 비롯한 창립회원들의 덕택으로 전북여성장애인연대는 지난해 6월 전국에서 세번째로 문을 열었다. 그리고 바로 얼마전에는 더부살이를 청산하고 사무실을 따로 얻어 독립했다. 부설기관으로 장애인성폭력상담소를 개소하는 등 경사가 이어졌다. "요즘 언론에도 많이 나오던데 장애인 성폭력 문제는 곧 여성장애인의 문제예요. 그리고 대개가 정신지체 장애인들이 피해자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성폭력 문제와는 또 다른 문제죠. 사회적인 문제로 새롭게 인식돼야 합니다." 정신지체 장애인들은 성폭력을 당해도 인식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신고가 늦어지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러는 사이 증거는 소멸되고 가해자를 찾아내기란 하늘에 별따기. 지능이 낮은 정신지체 장애인들을 데리고 법정 싸움을 벌이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인데다 사건에 대한 가족들의 외면까지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 형편이 어렵다보니 장애가 있는 가족을 성의껏 돌보지 못하고, 사건이 생겨도 주위의 시선이 두려워 덮어두려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제적으로 부유한 집안도 사정은 마찬가지예요. 집안형편이 좋은 경우에는 마음의 상처가 더 크죠. 다른 가족들의 사회적 지위 등의 이유로 아예 가족으로 인정을 안하니까요." 전북여성장애인연대의 현재 회원수는 1천2백명에 이른다. 1년도 안된 여성단체로는 회원수가 적지 않지만 소회장은 아직도 숨어있는 장애인들이 많다고 이야기한다. "전라북도 여성 휠체어 장애인만 1만2천명이 넘는데 1천2백명이란 숫자는 많은 숫자가 아니죠. 사실 함께 하고 싶어도 혼자서는 집 밖에 나갈 수가 없는 형편이다 보니…." 행사가 있는 날이면 회원수만큼이나 자원봉사자들이 사무실로, 행사장으로 찾아든다. 척수 장애인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자원봉사자들의 도움 없이는 거동이 불편하고, 야유회라도 한번 떠나는 날에는 휠체어가 차지하는 공간까지 계산해 차량을 마련해야 하는 마음만큼 스스로 해낼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소회장을 비롯한 회원들이 바라는 것은 많은 사회적 혜택보다도, 곳곳에 설치되길 희망하는 편의시설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모든 사람들과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 그것이다. 오늘도 소회장을 비롯한 수많은 장애인들은 휠체어의 은빛 바퀴에 두 손을 얹고 마음의 장애를 지닌 세상 사람들의 소외와 차별, 편견의 문턱을 힘겹게 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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