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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4 |
[책을 엮고] ‘누구를 위한 공사인가’
관리자(2007-04-13 17:51:02)
[책을 엮고]  ‘누구를 위한 공사인가’            글 |  최정학 기자 전북 임실군의 진뫼마을과 천담마을을 이어주는 10리 길. 섬진강변을 따라 이어진 작은 이 길을 김용택 시인은 3년간 매일같이 걸어 다녔다. 그리고 사람들은 ‘시인의 길’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두 마을을 이어주는 길이지만 사람들의 왕래가 거의 없었기에, 그 곳은 태초의 원시를 간직하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종류의 들꽃을 볼 수 있는 길이라고 한다. 특히, 억새숲 사이로 드문드문 버드나무와 생강나무가 서 있는 강기슭이 아름다웠다. 하지만, 이 길에 어느 날 아스팔트 도로가 깔린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단순한 소문이 아니었다. 이미 함부로 풀과 들꽃들이 피어나있던 흙길위에 자갈이 깔렸다. 이 길이 알려지자, 이곳을 관광자원화 하겠다는 계획으로 갖가지 꽃길과 벤치를 설치하겠다고 한다. 들꽃이 아름다운 길을 덮고 그 위에 꽃길을 만들겠다는 발상이다. 김용택 시인은 이것을 막기 위해 10년을 싸웠다고 한다. 경제적으로 봤을 때도 굳이 길을 다시 낼 이유가 없다. 진뫼마을과 천담마을을 잇고 있긴 하지만, 두 마을 사람들이 드나들던 길은 아니기 때문이다. 계획대로 된다면, 들꽃을 보며 걸으러 갔다가 차를 타고 잘 정리된 인공의 꽃길만 잠깐 보고 오게 될지도 모르겠다. “사람만큼 무지한 동물이 없어요. 조금 더 편리하자고 우리가 사는 곳을 파괴하는 것은 인간밖에 없거든요. 결국 우리 자신이 파괴되는데 그걸 모르죠. 저는 그것이 제일 두렵고 무서워요.” ‘시인의 길’은 그곳이 태초의 신비와 원시의 생명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시인의 길’이다. 그곳을 밀어버리고 매끄러운 도로와 인공의 꽃길을 만든다면, 그때도 과연 ‘시인의 길’로 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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