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3 |
[최승범 시인의 풍미기행] 도토리묵전, 도토리떡국의 향수어린 맛
관리자(2007-03-14 13:20:44)
도토리묵전, 도토리떡국의 향수어린 맛
[img:01.gif,align=,width=200,height=267,vspace=0,hspace=0,border=1]
문화저널》의 최정학 기자와 점심약속이 되어 있었다. 이날 용하게도 서울의 양준호(梁埈豪)시인이 고향을 찾아왔다.
“양 형, 도토리묵을 좋아하십니까”
“좋아합니다”
우리는 최 기자의 차로 도토리묵의 전통음식점인 「아중도토리묵촌」(전주시 덕진구 우아동 1가 1123-11, 전화 244-1233)에서 점심을 나누게 되었다. 도로변이기는 하나 주위의 풍경은 전원적이다. 네모꼴 아담한 2층 건물에 「묵촌」의 상호가 새겨져 있다.
처음부터 묵 전문점을 요량하여 세운 건물인 것 같다. 개업의 해를 알아보니 1996년이라고 한다. 10년이 지났는데도 묵은 때가 없이 말끔하다. 도우미들의 웃옷은 유니폼인가, 다갈색의 묵빛을 띠고 있다. 차림표를 보자 도토리묵음식 일색이다.
-도토리묵무침, 도토리묵전, 도토리묵사발, 도토리떡국, 도토리냉채, 도토리냉면, 도토리버섯전골, 도토리닭도가니, 도토리닭매운탕.
값은 ‘도토리버섯전골’이 8천원, ‘도토리닭도가니’와 ‘도토리닭매운탕’이 3만원일 뿐, 나머지는 5천원 균일이다.
우리는 ‘도토리전’ 한 접시에 ‘도토리떡국’ 세 그릇을 주문하였다. 상차림에 오른 찬들이 깔끔하다. 특히 나박김치, 치커리무침, 마늘종과 홍새우 볶음, 느타리탕, 참나물무침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입맛이 돈다.
도토리전이 먼저 나왔다. 양념간장도 따랐다. 둥글넓적한 전이다. 떼 내어 먹기 좋게 칼금을 그어 놓았다. 한점을 간장에 살풋 찍어 입안에 넣자, 향수어린 어린시절의 도토리묵 향기가 어린다. 쌉싸래한 느낌은 약간 덜려 있다. 금방 부쳐낸 전이어서 고슬고슬한 맛이 일품이다. 팬케이크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윽고 도토리떡국이 나왔다. 보얀 국물에 떡사슬의 빛깔은 다홍색이다. 달걀지단과 통깨가 뿌려져 있고, 몇 가닥의 팽이버섯도 들어 있다. 그 한 가운데에 얇게 오린 당근 한 점이 꽃잎처럼 떠있다. 수저를 대기에 앞서 이들 빛깔의 어울림이 아름답다.
국물 맛을 보자 입안에 안긴다. 떡사슬의 맛은 존득거린다. 묵 향기도 풍긴다. 도토리가루와 멥쌀가루을 알맞게 배합한 가래떡으로 떡사슬을 만든 것이다.
“국물은 무엇으로 만들었습니까.”
“사골을 우려낸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소의 다리뼈를 우려낸 구수한 국물 맛이다. 국물의 보얀 빛깔이며 맛으로하여 수저를 뜰 때마다 곧 몸의 원기를 돋우어 줄 것 같은 느낌이다.
“무슨 젓갈은 없습니까.”
“주방에 알아보지요”
이윽고 도우미는 젓갈접시를 가져왔다. ‘청어알젓’이라는 것이다. 청어알젓을 맛보는 것도 처음이다. 청어는 주로 구이로 먹었기 때문에 그 알을 따로 젓 담아 먹으리라는 것은 생각지도 못하였던 것이다. 고추장에 담은 것인가, 발갛게 빛깔 고운 청어알젓은 입안에서 사각거리는 맛이 즐거웠다.
“점심 대접이 소홀하여 미안합니다.”
“아닙니다. 모처럼 별미를 맛보게 되었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양시인도 면치례의 인사가 아닌 것 같다. 좀은 마음이 놓였다.
돌아오는 길에, 나는 어디선가 얻어 들었던 묵음식의 효능을 들어 말하였다.
“묵은 저칼로리 음식으로 인체 내부의 중금속과 여러 유해물질을 흡수 배출하는 기능이 있다.”는 것이다.
점심후의 뱃속도 가볍고 개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