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3 |
[특집 · 마을만들기] 생태보존이 마을을 제대로 가꿔낸다
관리자(2007-03-14 12:03:36)
‘2000년 강원도 화천군 용호리의 새농어촌건설운동에 자문을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전국 30여개 마을의 농촌마을 진흥사업에 생태마을가꾸기라는 목표를 두고 참여하게 되었다. 그 동안 마을주민들과 함께 마을발전계획을 수립하거나 마을주민들이 해야 할 구체적인 사업에 대한 자문을 해왔고 이 과정에서 농민들과 우리나라 농촌마을의 현실을 많이 이해하게 되었다. 이후 2002년부터 많은 중앙부처에서 마을단위 진흥사업을 시작하였고 이러한 진흥사업이 그린투어리즘, 즉 농촌관광을 통해 농외소득을 증대하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설정하였으나 생태마을 가꾸기에 있어 그린투어리즘은 생태마을로 발전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농촌공간을 관광의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과 적지 않은 시각 차이를 경험하였다.
총체적인 마을가꾸기는 국토를 아름답게 하고 생태계를 보전하면서도 지역주민에게 적절한 소득을 올리고자 하는 것이다. 기존의 관광사업이 환경이나 생태계, 지역주민을 중심에 두지 않았다면 생태관광은 환경, 생태계, 지역사회, 지역문화, 지역경제 등을 그 중심에 두고 계획하고 실행해야 한다. 즉 마을가꾸기 사업은 농촌과 국토 공간의 친환경적 이용과 지역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농촌 현실을 적절히 반영하는 ‘생태적인 마을’의 정의는 “주변 자연생태계와 조화되는 생활양식 및 생산방식을 통해 자원과 에너지를 절약하고 경제적으로 자립하며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간직하는 마을”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국내 상황에 비추어 (주)이장은 생태마을가꾸기의 목표를 아래의 다섯 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첫째, 서로 돕고 사는 마을공동체가 살아있는 마을. 둘째, 생태계 보전과 소득증대가 조화를 이루는 마을. 셋째, 물질과 에너지가 순환되고 절약하는 마을. 넷째, 전통과 문화가 계승되는 마을. 다섯째, 주변지역, 도시와 함께 공생하는 마을가 그것이다.
지금까지 국내의 마을가꾸기에 관련된 노력이 단순한 경관개선, 환경개선, 전통복원에 중심이 맞추어져 주민소득과 연결되지 않았고 주민참여를 끌어내지 못한 채 행정기관이나 일부 주민의 일방적인 추진으로 지속성을 보장받지 못했다. 그래서 마을 공동체가 살아나 주민조직이 활성화되고 공동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역량이 마련될 경우, 나머지 목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하나씩 하나씩 이루어나갈 수 있다는 생각에서 공동체 복원을 생태마을가꾸기의 가장 중요한 목표로서 첫째 항목으로 꼽게 되었다.
어메니티(농촌 특유의 자연환경과 전원풍경, 지역 공동체 문화, 지역 특유의 수공예품, 문화유적 등 다양한 차원에서 사람들에게 만족감과 쾌적성을 주는 요소)는 농촌주민에게는 일상적인 생활환경이면서 경제적 가치를 제공하는 자원이고 도시인에게는 관광이나 상품구매와 같은 소비욕구의 대상이 된다. 그린투어리즘사업을 농외소득 증가를 위한 관광 서비스 위주로 진행한다면 어메니티 훼손사례가 발생할 여지가 많아질 수 있다.
고령화, 기초적인 인프라 부족 등의 문제 등의 문제를 가지고 있는 농촌에서 관광서비스를 통해 소비자들을 만족시켜 소득을 얻는 것은 매우 어렵다. 실제로 마을단위 그린투어리즘을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는 마을의 경우 관광 서비스보다는 마을에서 생산하고 있는 농산물의 안정적인 판로 확보와 일반 유통경로에 비해 제 값을 받는 방법으로 수익을 얻고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그린투어리즘의 목적은 농촌의 중요성에 관해 도시민의 공감대를 형성함으로써 도시자본을 농촌에 유치할 수 있는 기초적인 토대를 만드는 것이라는 보아야 할 것이다.
현재 마을단위로 이루어지고 있는 그린투어리즘 사업은 마을 공동운영과 공동사업 위주로 추진하고 있어 마을의 의견을 모아 추진하기도 어렵고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문제를 표출하고 있다. 노령화되어 있고 마을 공동체가 많이 해체되어 있는 경우 생소한 관광서비스를 해야 하는 사업에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지 못해 사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사업비를 사용하는 방법이나 수익이 생겼을 경우 분배과정에서 이해관계가 달라 마을 내부에서 갈등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러한 갈등을 해소하지 못하는 마을은 지속적인 사업추진을 못하게 된다.
마을단위로 그린투어리즘 사업을 추진하기 때문에 사업비로 조성된 시설을 활용하는 공간과 범위가 마을로 한정되어 시설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또한 같은 시군 내에서 마을 간의 지나친 경쟁과 견제가 발생하여 마을 간에 서로 협력하여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지만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경우도 있다.
그린투어리즘의 공급처인 농촌에 대한 투자와 지원은 이루어지고 있지만 수요자인 도시 소비자에 대한 홍보와 마케팅이 미흡하여 활성화를 위해서는 수요관리 측면의 접근이 필요하다. 단순히 양적인 수요를 관리하는 것뿐만 아니라 수요자인 도시 소비자가 농업이나 농촌을 바르게 인식하고 농촌을 방문하게 하여 지속적인 농산물의 구매자로서, 잠재적인 농촌 투자자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역의 인적, 물적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여 지역 내부의 창의성과 연대를 발전 동력으로 삼아 지역을 개발함으로써 지역의 문화적, 환경적, 공동체적 가치를 새롭게 만들어 갈 수 있다.
관광사업으로 창출된 소득은 1, 2차 산업의 재차 매출액으로 전이되고 이러한 전이효과는 지역경제에 자본을 순환시키게 되고 결국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게 된다. 3차 관광사업이 1차 농업과 긴밀하게 연관되는 사업이 바로 그린투어리즘 사업이다.
일반관광 자원과 생태, 문화 프로그램을 연계하면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관광객이 적은 계절의 경우 관광지의 관광 시설을 활용하는 생태, 문화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일반 관광지의 숙박시설 이용도를 높일 수 있으며 생태, 문화 프로그램에 참여자에게는 좋은 질의 관광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생태관광 자원의 경우 개별적인 자원이 관광객을 끌어들이기보다는 지역에 흩어져 있는 자원이 네트워킹 되어 매력적인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지역에 흩어진 자원이 통일된 이미지와 개념으로 개발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이를 위해 환경, 지역개발, 관광개발 전문가와 지속적인 파트너십을 가지고 지역의 자원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지역 마케팅은 지역의 공공 또는 민간 주체들이 기업이나 관광객, 주민들에게 매력적이 되도록 지리적인 특정 장소의 이미지를 판매하는 다양한 방식을 의미하는데 이를 통해 지역의 경쟁적 지위를 높이고 내부투자를 유인하며 지역정체성을 확보하여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 또한 일회성에 그치는 관광객의 방문을 지속적으로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단순 관광을 넘어서 교류수준의 프로그램도 개발해야 한다.
중앙정부에서 시행하는 다양한 지역개발 정책이 지역에서 시행될 때에는 지자체마다 담당부서가 다르기 때문에 통합적, 체계적으로 유치되거나 시행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 따라서 중앙정부의 지역개발사업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할용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마을가꾸기 사업을 단순히 숙박, 음식 제공을 통한 상업지구의 소득증가를 목표로 할 것이 아니라 지역개발, 혹은 지역 활성화라는 관점에서 지역이라는 공간에 대한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계획과 개발의 틀 속에서 바라보았으면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생태관광의 목표를 관광소득의 증대에서 지역을 생태적으로 가꾸어서 지역주민들에게 건강한 삶의 터전을 제공하고 잘 형성된 지역의 생태적 건강성이 지역을 홍보하고 마케팅 하는 것으로 전환되어야 하고 둘째,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지역주민들이 단순히 관광분야에서만 주요한 소득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1차 농산물, 2차 가공 및 공예품 등으로 소득을 올리고 관광객의 방문과 상품의 구매가 지속적으로 일어날 수 있게 해야 하며 셋째, 사업에 참여하는 지역주민들의 역량을 함양하고 생태관광산업을 통해 건강한 생각과 의식을 가진 도시인과 도시자본을 유치하여 지역을 활성화할 수 있어야 하겠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낙후된 지역의 잠재력이 향상되고 지역은 지역내부의 자원과 힘으로 스스로를 발전시킬 수 있는 자가발전동력을 가지게 될 것이며, 마을가꾸기가 우리 국토를 균형 있게 발전시킬 수 있는 지역개발정책의 하나로 당당히 자리 잡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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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수/ 서울대 환경공학박사를 졸업했다. 현재, (주)이장 대표이사로 있으면서, 농림부 마을종합개발사업 자문위원, 문화관광부 문화역사마을만들기 중앙심의위원, 전국귀농운동본부 기획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