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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3 |
[초록이 넘치는 生生 삶 만들기] ‘인간적인 도시 공간을 꿈꾸는 모든 사람들에게’
관리자(2007-03-14 11:41:52)
‘인간적인 도시 공간을 꿈꾸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정책기획국장 “별 빛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 바람 부는 갈대숲을 지나 언제나 나를 기다리던 너의 아파트” 개별화되고 단절된 도시인의 삶과 욕망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것은 아파트다. 고된 일상의 휴식처이자 가족의 따듯함을 느끼게 해주는 ‘우리가 사는 집’이라는 가치와 의미는 투기와 재테크 앞에서 작게만 느껴진다. 또한 아파트가 주는 상대적인 박탈감과 사회적인 위화감은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최대 숙제이다.   우리나라 국민 중 81.5%가 도시에서 살고 전체 주택 중 절반이 넘는 52.5%가 아파트에 산다. 아파트에 살기 원하는 주민들의 열망은 식을 줄 모른다. 전주만 해도 이미 64%의 시민이 아파트에 살고 있으며 앞으로도 효자동 서부신시가지, 덕진동 하가지구, 이서 혁신도시, 송천동 35사단 부지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20개가 넘는 아파트 단지가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물론 적지 않은 시민들이 전원적인 삶을 꿈꾸고 있지만 더 많은 시민들이 교육과 생활의 편리함을 앞세워 단독주택을 벗어나 아파트로 옮길 것이다.   그러나 ‘마차를 얻은 대신 다리를 잃었다’는 말처럼 아파트는 편리함만을 가져다 준 것은 아니다. 아파트는 자연계에 가장 큰 부담을 주는 주택이다. 산이든, 들이든 불도저로 땅을 밀고 다진다. 반환경적인 소재로 오밀조밀 세워진 거대한 건물들은 바람 길을 막고 햇빛을 가린다. 아파트는 새집증후군, 아토피, 천식으로 몸을 아프게 하고 이웃과의 소통을 단절시킨다. 대규모 아파트단지의 재개발, 재건축의 문제는 각종 자원 낭비, 환경 파괴의 주범이 되고 있다. 따라서 아파트의 환경성을 논하는 것은 모순처럼 보인다. 그러나 국민의 절반이 아파트에 살고 있으며 앞으로도 많은 시민들이 아파트라는 주거 형식을 고집하는 한 도시 공간을 구성하는데 있어 친환경적이고 공동체의 소통을 위한 기반 마련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건설업계에서 친환경아파트를 내세운 고가의 분양 전략으로 충분한 녹지 공간 확보와 다층 식재, 개울이나 분수 등 手空間 조성, 친환경 건축자재 사용 등을 내세우고 있으나 90년대 초반 이전의 아파트는 녹지공간이나 공동 공간이 매우 부족하다. 조경수도 단순하고 대부분 벽 쪽에 심어져 한쪽으로만 자란다. 여름 자란 은행나무 가지는 겨울철에 동강 잘리고, 흙바닥의 낙엽은 깨끗이 걷힌다. 낙엽이 없으니 살 수 있는 곤충이 없고 새들도 오지 않는다. 다행히 얼마 전부터 회색 아파트를 푸른 아파트로 가꾸고, 아파트 공동체를 형성을 위해 입주자대표회의나 부녀회에서 살맛나는 아파트 단지를 만들기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그렇다면 주민들이 만들어 가는 환경아파트는 어떤 아파트일까? 아파트의 곳곳이 푸른 나무로 둘러싸여야만 환경아파트일까? ‘지금 당장 나만 편하게 사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자연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찾고 있다면 그 모든 것이 환경아파트로 향하는 길이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놀이터 주변은 자동차가 시도 때도 없이 지나다니고, 또 주변이 시멘트 바닥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뛰어다니다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크게 다치게 된다. 결국 이러한 문제점을 고려해서 주민들이 힘을 모았다. 놀이터 주변에는 자동차의 출입을 자제하면서, 시멘트 바닥을 뜯어냈다. 시멘트를 뜯어낸 자리에 잔디를 심고, 하나 둘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환경아파트의 예는 더욱 다양하다. 단지 내 실개천이 흐르는 냇가를 만드는 단지가 있는데, 이곳은 내를 흐르는 물로 빗물을 이용했다. 또 주말이면 지상에 자동차 출입을 자제시키고 단지 안을 주민들이 산책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한 곳도 있다. 어떤 곳은 단지 내에서 지렁이를 키우며 음식물 쓰레기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있다. 이런 일들을 어느 개인이 진행한다면 대단히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주민 모두가 조금씩 힘을 모은다면 그다지 어려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2월, 어린이가 건강하고 안전하게 자랄 수 있는 아파트,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는 행복한 아파트, 사람이 자연을 배려하고 함께하는 친환경 아파트를 공모전 시상식을 가졌다. 전주시 송천동 현대 2차아파트를 비롯한 8개 아파트 단지가 결선에 올랐다. 대상은 서울 청구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에 돌아갔다. 쓰레기 적치장과 빈터 등에 ‘청구식물원’, ‘청일문고’, ‘국화전시회’ 등을 운영하고, 폐열로 2개 동의 난방을 공급하고 소형열병합발전을 도입해 전체 이용에너지의 33.8%를 절감하는 등, 참신하고 우수한 사례들이 높은 평가받았다. 우수상(공동체 분야)은 서울 강서구 SH공사 4단지가 수상했다. 이 아파트는 쓰레기통을 두기 위해 만들었던 화단의 일부 콘크리트 공간을 걷어내고 ‘한 뼘 녹지’에 흙을 채워 벌개미취 등 야생화를 심었다. 또 콘크리트 블록 광장을 흙 밭으로 가꾸고 야생초화류를 식재했다. 물을 채운 작은 생태계에서 수생식물을 가꿔 환경교육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개나리 울타리를 만들었는데, 아파트 외부로 개나리가 자라 출퇴근길 시민들이 즐겨 보고 있다. 이외에도 ‘참여로 만드는 자연의 소리길’ 공원을 조성해 주민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 경기 고양시 옥빛마을 14단지 부녀회가 수상을 했다. 비록 상은 받지 못했지만 전주시 송천동 현대 2차 아파트는 재활용품을 한 달에 한번만 처리하도록 하는 규정을 만들어 재활용율을 높인 점은 심사위원들의 많은 관심을 끌었다. 많은 재활용품 판매 수입은 주민과 지역 사회에 환원한다. 쓰레기장이나 음식물처리용기 주변도 그렇게 깨끗했고 화단의 경계석은 폐 보도블럭을 이용한 것도 돋보였다. 결선에 오른 아파트 단지들의 공통점은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자신이 사는 공간과 이웃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이다. 수상아파트엔 기존 놀이터를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생태놀이터를 시공해준다.     비싼 분양가로 잘 지어진 고급 아파트들의 친환경 공간이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방치되는 것과는 달리 이들 아파트에선 낡고 오래된 것들이 생명을 얻는다. 세상을 바꾸는 노력은 내가 살고 있는 주변과 나를 바꾸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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