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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4 | [시사의 창]
[전북의 땅과 문화, 사람들 - 정읍] "우리가 꿈꾸는 세상, 신문으로 말해요" 신문동아리 '정읍 I들'
김회경 문화저널 기자(2003-04-08 10:13:46)
정읍시 시기동 '새교육 공동체 시민모임' 사무실 한켠. 훌쩍 큰 키의 다섯 아이들이 일요일 아침부터 왁자하게 모여들었다. 수업이니 학원이니 꽉 짜인 공부에 일요일 늦잠이 그리울법도 한데, 긴 탁자앞에 마주 앉은 아이들은 해사한 얼굴로 조용한 일요일 아침을 흔들어 놓는다. 청소년 신문을 만드는 '정읍 I들'. 하승희(정읍여고 1) 김경희(정읍여고 1) 이승호(호남고 1) 우창우(호남고 1) 박상용(호남고 1) 권순오(정일여중 3) 주은영(정일여중 3) 은경진(정일여중 3). 이 여덟명의 아이들이 학기에 한 번 네면의 타블로이드판을 채워간다. 1년전 정읍시 교육NGO 단체인 새교육공동체의 글쓰기 동아리 회원들이 '갈 곳 없는 청소년 실태'를 조사하다, "기왕이면 신문을 만들어 배포해 보자"며 의기투합한 것이 '정읍 I들'을 태동시켰다. 현재는 1천부 정도를 찍어 각 학교와 청소년 수련관에 배포하고 있다. 비용은 새교육공동체가 보조하고 자신들도 조금씩 자비를 털고 있다. 일요일 모임은 다음 신문을 위한 기획 회의였다. 누구도 강제하지 않은 일이지만, 아이들은 신문을 통해 스스로 책임감과 사회성을 배워가고 있었다. "공부 때문에 부모님들 걱정이 없진 않지만, 사실 큰 지장은 없어요. 그리고 기왕 시작한 일인데 책임감 갖고 열심히 해야죠. 좋은 점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청소년 문화나 인권에 대해서 한 번더 관심을 갖게 되고, 회의하면서 서로 다른 의견도 함께 조절해 나가고... 글도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구요." '정읍 I들'은 두발자유화에서부터 인터넷 문화 등 주요 관심사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과 선생님들이 바라보는 시각을 균형있게 싣고 있다. 마냥 떼를 쓰는 것도 아니고 제법 의젓하게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하고 어른들의 시각도 담아내려고 노력한다. 각 학교 동아리반 탐방도 가고, 선생님과 부모님에 대한 불만도 독자 투고를 통해 담고 있다. 아직 기사로서의 완성도(?)는 기대하기 어렵지만, 정읍 최초의 신문동아리라는 자부심과 책임감만은 충천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들의 '할 일'을 알고 있다. "I들이 좀더 발전해서 진정한 청소년 발언대로 자리잡았으면 좋겠어요. 저희들도 고2, 고3 되면 후배들한테 물려줘야 하는데 사실 걱정이에요. 오늘도 후배녀석 세명만 아직 안나왔잖아요. 빨리 군기를 잡아야 되는데..." 아이들은 농담 반, 진담 반 걱정을 늘어놓으며 한바탕 웃어재낀다. 신문 언제 나오느냐고 물어오는 선생님들이 있어 힘도 나지만, 이것 저것 학생들의 생각이 틀렸다고만 지적하는 '고지식한' 선생님들도 있다며, 또 한 번 함박 웃음을 터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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