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0 |
[전북아티페어] 대중과 미술 그리고 미술인
관리자(2006-10-14 10:46:53)
글 | 김삼열 한국미술협회 전라북도지회 사무국장
사) 한국미술협회 전라북도지회에서는 제3회 JBAF 전북아트페어 展을 주최하여 지난 9월 약 보름간에 걸쳐 행사를 진행했다. 제14대 전북미술협회 지회장 선거에서 현 전북미술협회 이 강원 회장이 100명의 젊은 작가에게 개인전을 치루어 주겠다는 공약사항을 제시하였으나 당시 이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임기 내에 시간적, 예산적 어려움이 있어 다방면으로 방법을 모색한 결과 다수가 참여할 수 있는 부스형태의 군집개인전을 열고 미술애호가들로 하여금 여러 작가들의 작품을 동시에 감상하면서 작품을 자유스럽게 사고 팔수 있는 미술작품 프리마켓의 장을 열어주자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이는 젊은 작가에게는 전시의 장을 펼쳐줌과 동시에, 차제에 미술견본시장의 활성화를 꾀하겠다는 생각으로 전북아트페어라는 명칭으로 태동하게 된 것이다.
전북아트페어의 본 취지가 능력 있는 젊은 작가 발굴과 미술작품의 시장성 확대에 있기에 그간 1,2회에 걸쳐 행사를 진행하는 동안 30세 전.후의 젊은 작가를 대다수로 심의 초대하였었다. 그러나 신진작가를 배출 해내는 통로인 대학과 대학원에서 점차 시대적 상황으로 학생 수가 감소하는 상태가 되어 지역에서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젊은 작가를 해마다 초대 할 수 없는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그러한 시점에서 기존의 중견작가들 또한 전북아트페어에 참여 요구가 많았고 그 수요를 예측, 공고한 결과 올해는 예년도보다 배가 증가한 총 63명의 기성작가가 참여하기에 이르렀다.
올해 진행된 전북아트페어 展에는 작가 1인당 평균 10점~ 20점내외의 작품이 출품되었고, 1,2부에 걸쳐 전체 약 850여점의 작품이 전시장에 소개되어, 이 가운데 공식적인 최종통계로 총 103점의 작품이 판매 되었다.
필자는 여기에서 미술시장의 가능성을 엿본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지역의 시민들에게 아트페어가 어떠한 행사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첫 해 고민을 가지고 시작의 의미를 두며 출발하였다면, 3회를 치루는 동안 그곳에 가면 많은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관람도 할 수 있고 매입도 할 수 있구나 하는 인지도를 심어준 것이 현재까지의 보람이라면 보람일 수가 있겠으며 차츰 활성화가 되어 가리라는 기대도 크다.
자 이제 판은 벌려 놓았다. 이제 우리가 고민하고 개선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1,2년전 필자는 모 미술잡지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문화생활 비중도를 조사하여 통계를 낸 내용을 얼핏 기억하고 있다. 생활 속에서 일반 가정이 차지하는 문화생활 비중도는 당시 영화분야가 71%였던 것에 비해 미술 분야는 충격적으로 2%에 불과했었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도 체감되는 상황은 그때나 비슷하다. 옛 부터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어제 그제 일도 아닌 미술시장 불황을 나라에서 단 시일에 해결해 줄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면 미술관, 대안 공간, 혹은 작가, 평론가, 큐레이터, 문화부 기자 등 미술계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이 작금의 상황에 있어 이와 같은 현실에 명쾌한 해답을 내려줄 이가 있을까?
이제부터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소리와 고민 좀 해보자.
먼저 미술의 대중화에 대해 얘기해보자.
미술의 대중화는 바로 아트페어 같은 전시 형태에서 출발한다고 본다. 질적으로 우수한 작품을 다수의 작가가 참여하여 한 공간에서 많은 작품을 관람할 수 있고,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대화를 나눌 수 있고, 미술인이, 관람객이 작품을 사고파는 실질적인 미술시장이 될 수 있다 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작가도 관람객도 많은 인식과 배려가 필요하다.
작가가 내공을 쌓아 제작한 작품을 어렵게 전시장에 걸 때에는 대중(관람객)과의 공감대와 관계의 소통을 얻기 위해서임은 분명한 사실 일 것이다. 서로 공감대가 이루어졌을 때 그 결과로 작품의 매입과 매매가 이루어진다. 그런데 혹시 우리는 어느 날 문득 그걸 잊어버리며 살고 있지 않나 싶을 때가 있다. 행사를 진행하다보면 어떤 상황들을 통해 대중과의 교감을 포기해 버린 것이 아닌가라는 회의적인 생각이 들 때가 있어서이다. 현재 미술의 대중화라는 말을 주장하는 이들 중에는 대중이 바라보고 공감하는 미술이 아닌 혹시 미술인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미술만을 고집하며 그것이 프로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갖기 때문이다.
아트페어라는 행사는 철저한 프로의식을 가지고 참여해야 하는 행사여야 한다. 개인 화랑이나 전시장에서 본인만을 위한 개인전을 갖는 행사와는 구별이 되어야 한다. 여러 명의 작가가 동시에 참여하는 군집 개인전 형식의 전시이기 때문에 그렇고 , 작품을 사고팔기 위해 동시에 전시회를 갖는다는 Market의 측면에서 혼자 개인전을 갖는 것과는 차별이 있어야 한다고 보기 때문에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히 일부의 참여 작가가 그러한 인식을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분들은 행사취지에 동조하여 참여한 작가와는 달리 막연히 팔릴 것이라는 기대감만 갖고, 팔아보겠다는 의욕도 없이 전시장에 나와 보지도 않으면서 작품판매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주최 측에만 그 화살을 돌리고 만다 . 스스로 안 팔려도 그만이라는 생각에서인지 아니면 속 좁은 명예욕에서인지 현실에 걸맞지 않게 터무니없이 작품가격을 등재하거나,(아무리 작품의 감정가를 작가 스스로 매기는 지역현실이라지만) 작품을 걸어놓고 비매품이라는 딱지를 붙여놓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일들이 아트페어라는 애초에 가진 행사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오히려 행사취지에 맞추느라 본인작품의 가격을 낮추며 같이 참여한 작가의 순수성을 퇴색시키며 대중과의 불신감을 조장한다 할 수 있는데 그렇다면 무엇 하러 아트페어에 참여한단 말인가?
자존심은 홀로 외롭게 지키는 것이지 남에게 피해를 끼치며 남과 똑같은 공간에서 지키려 한다면 결국 타인을 좀먹는 행동이 된다. 그렇지 않으려면 산에서 홀로 수도하듯 작업해야하며 대중에게 스스로를 어필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제는 좀 다르게도 생각해보자.
미술시장이 활성화가 되어야 한다는 대 명제 아래에서 작가는 그림을 소액 작품이나마 파는 재미를, 관람객의 입장에서는 공감하는 작품을 소액에 구입 할 수 있다라는 기대감을 가지게 하고 현재의 전북 아트페어의 시점에서 출발을 다시 하여 진정한 미술시장의 활성화가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며 거기서부터 미술작품의 대중화가 가능하다고 필자는 보고 있다.
예를 들자면 30호 규격의 5백만 원 가격대 1점을 친척 혹은 지인에게 판매하는 것보다 6호 규격의 30만원 가격대 10점을 불특정 다수에게 판매하는 연습을 통해 창작의 기운을 얻어야 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것이 스스로의 격을 낮추고 자존심을 상하는 일은 결코 아니리라. 그래서 작금의 전북 아트페어가 작가와 구매자간에 그림을 사고파는 연습을 하는 공간과 시간이 되어야 한다고 보며 작가는 스스로 창작의욕을 고취시킬 수 있다고 본다. 그렇다고 저급한 작품으로 미술을 대중화 하는 것이 아닌, 현재의 나의 작품으로 미술을 대중화 하자는 것이 큰 요지라고 볼 수 있겠다.
현재 전국에는 아트페어라는 형식으로 크고 작은 행사가 우후죽순 행해지고 있다. 협회주최로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행해진 전북아트페어가 타 협회의 기준 모델이 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만큼 아트페어라는 형식의 전시형태가 파생되는 긍정적 효과가 많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협회라는 이름을 걸고 지속적으로 전북 아트페어 행사가 이루어지기에는 재정적으로 한계에 다다른 면이 있다. 요소요소에 더 투입하고 기획해야 하는 것들이 눈에 띄지만 기획하는 입장에서는 예산편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지방 자치단체의 보다 많은 지원을 기대하지만 각 예술단체의 형평상 그것마저도 고집 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그간 미술협회는 아트페어를 통해 작가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우선 염두에 두고 전시 참여비 라든가, 작품판매 시, 수익률 배분에 있어 작가 부담을 최소화 시키고자 노력해왔다. 그러나 재정적인 어려움은 차후에 좀 더 나은 시스템 및 또 다른 방법모색을 통해 재정적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이제는 변모가 필요하다고 본다.
실질적인 전시형태 발전을 위해서 운영시스템을 합리적으로 체계화 시킨다면 ,전시진행의 마찰을 줄일 수 있게 되고 운영비도 적게 들 수가 있다.
하나의 전시는 기획에서 시작하여 전시장 선정, 운영위원회 구성, 작가 캐스팅, 작품리서치, 연출(파티션 제작,보수,조명,,자료접수), 작품운송, 도록 및 포스터 초대장 제작, 광고 및 보도자료 작성 등 다양한 사항들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다양한 사업을 함께 해 나가고 있는 협회의 작은 사무국으로는 이러한 운영시스템을 인력 및 재정적으로 감당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그래서 향후 전북아트페어의 발전과 더 나아가 전북미술의 발전을 위해서는 현 운영시스템을 포함한 좀 더 체계적인 기획과 조직력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며, 기획에 따른 재정을 확보하는데 주력해야하고, 무엇보다 참여 작가 또한 행사취지에 협조를 해주어, 그 삼박자가 고루 맞아 나갈 때 전북아트페어는 발전해 나갈 것이며 미술인들 스스로에게 자구책의 한 통로가 되어 지리라 생각한다.
지역의 아트페어 행사는 큰 장점이 있다.
전시기간 동안 전시장 부스를 지키면서 예상치 못한 친분을 쌓고 전시 후에도 교류가 활발해 지역 미술인들을 단합시키는데도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인위적으로 결성된 여타 그룹전 단체전과는 그 친목이 남다르다 할 수 있겠다. 이것은 중요한 부문이다. 개성이 강한 미술인들이 학연, 지연에 관계없이 상호 서로 뭉칠 수 있는 마음을 갖게 하는 행사는 인위적으로 만들려 해도 힘든 부문이다. 그 힘이 종국에는 미술인들을 단합하게 할 것이며 미술발전을 이루어 나가는 데에 자연발생적으로 뭉치게 되리라 본다. 그 역할을 하기위해 전북미술협회는 또 달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