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4 | [시사의 창]
[전북의 땅과 문화, 사람들 - 정읍]
"지역사가 바로 잡혀야 역사가 튼실해진다"
지역사 연구자 김재영 교사
김회경 문화저널 기자(2003-04-08 10:12:46)
10년 넘게 지역사를 연구해온 정주고 김재영 교사. 본업이 학교 교사인지라 주로 주말과 방학을 이용해 정읍 곳곳으로 발품을 팔러 다닌다. 그렇게 해서 얻어진 것이 '고향 제대로 보기', 고향에 대한 가감없는 애정이다.
그는 "지역사를 한다"고 말하지, 향토사를 공부한다고 표현하지 않는다. 지역사와 향토사, 그 미묘한 표현의 차이가 바로 고향을 보는 시각이나 자세와 연결돼 있다는 생각에서다.
"향토사는 그 어감부터 은근히 애향심을 종용하기 때문에 아전인수적 해석, 자의적 해석이라는 오류를 낳기 쉽습니다. 내 고장을 아끼기 위해서는 우선 제대로 보고, 올바로 해석해야죠. 그래서 저는 향토사라고 안하고 지역사라고 합니다."
지역사에 대한 연구는 순전히 자신의 사비를 털고 시간을 쪼개어 온 '개인적 선택'이었다. 한국신종교학회와 전통문화연구학회 등의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그때 그때 학회에서 주어진 연구 주제가 바로 정읍의 다양한 지역사를 살피게 되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그동안 『내고장 역사의 숨결(96)』『샘솟는 땅, 정읍의 문화(98)』등 정읍의 전반적인 역사와 유래를 책으로 엮고, 지금은 정읍의 신종교 발원, 천주교 수용의 추이 등을 좇고 있지만, 지역사를 함께 연구하는 사람이 드물어 학문적인 외로움이 적지 않다고 말한다.
"역사를 공부한 전문연구자들이 지역사 연구에는 전혀 뛰어들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함께 학문적 성과를 나누고 고충을 나눌만한 동지가 없어 안타깝죠. 지역사 연구는 참 외로운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지역사는 나무 줄기와도 같은 겁니다. 지역사가 바로 잡혀야 한 나라의 역사도 튼실해 진다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주위의 인식들이 크게 바뀌어야 하는 것이죠."
때문에 그의 연구분야는 '정읍사'라는 문학장르에서부터 종교, 건축물, 민속, 동학 등에 이르기까지 점점 더 방대해지고 있다. 그는 이런 현상을 오히려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털어놓는다.
"지역사 연구자는 만물박사가 아니거든요. 각 분야별로 상설위원을 두고 전문화를 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10년쯤 후에는 지역사가 빛을 볼 날이 올거라 믿습니다."
정읍에 얽힌 지명의 유래와 의미, 정읍사 가요와 신종교 등을 열뜬 모습으로 설명하는 김재영 교사. 그 속에서 그의 신념이 언뜻 언뜻 비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