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0 |
보다 적극적인 ‘기획’이 필요하다
관리자(2006-10-14 10:31:50)
글 | 최동현 군산대 국문과 교수
지난 9월 16일부터 9월 24일까지 9일간에 걸쳐서 여섯 번째 전주세계소리축제가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을 중심으로 펼쳐졌다. 우리 모두 잘 알고있다시피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전주의 자랑스런 문화유산인 판소리를 대중화, 세계화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출범하였다. 그 동안 여섯 번에 걸친 축제를 통해서 이러한 목표는 끊임없이 추구되었다. 이제 여섯 해가 지났으니 그 성과를 따져볼 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 가장 중요한 프로그램은 뭐니뭐니해도 판소리이다. 우리 지역의 판소리 전통을 기반으로 해서 축제를 마련하고 펼쳐왔기 때문이다. 그 동안 판소리 관련 프로그램은 변화보다는 안정을 추구해 왔다. 초기부터 정해진 틀을 비교적 크게 바꾸지 않고 유지해 왔다는 뜻이다. 첫회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판소리 바디별 명창명가’와 ‘판소리 다섯 바탕’이 바로 그러한 방향을 대표하는 프로그램이다. 물론 ‘판소리 다섯 바탕’은 ‘판소리 완창’에서 ‘다섯 바탕’으로 명칭이 바뀌기는 했지만, 그래도 중견 판소리 창자들을 초청해 명실상부한 최고의 완창 무대를 마련한다는 근본 취지는 변하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는 몇 가지 변화를 시도한 점이 눈에 띄었다. 올해 처음으로 마련된 ‘작고명창열전’은 우리 고장 출신의 명창 김소희를 대상으로 하여, 좌담회, 심포지움, 전시, 추모 공연 등으로 구성되었다. 김소희 명창의 어릴 적 녹음을 모아 음반도 냈고, 흉상도 제작하여 축제가 끝난 후에는 명인홀에 보존한다고 한다. 판소리를 주제로 한 축제에서 판소리 명창을 기리는 사업을 시작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그 동안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 당연히 해야만 했던 일이었으나, 여태 하지 못하다가 이제야 시작하게 되었으니 늦었지만 잘한 일이다. 앞으로도 이 프로그램이 끊이지 않고 지속되어야 할 것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프로그램을 보다 알차게 꾸몄으면 하는 바람이다. 작고명인 중 한 사람을 해마다 선정해서 기리는 사업인 만큼 이 프로그램을 보다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 특히 개막식과 폐막식 때 반드시 그 해 선정된 명창을 소개하고 기리는 순서를 마련하여 모든 사람이 그 해의 소리 축제에서 선정된 사람이 누구이며, 어떤 사람인지를 알도록 해야 할 것이다.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내용은 해가 거듭되면서 보완될 것으로 믿는다.
‘판소리 젊은 시선’은 그 동안의 ‘창작 판소리’를 이어 젊은 판소리 창자들의 최근의 노력들을 담아내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판소리의 새로운 장르 확산 시도까지를 소리 축제가 포용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판소리 또한 새로운 사회 상황에 적응하여 자체 변모를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러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시작부터 전주세계소리축제의 핵심 프로그램으로 계획된 ‘바디별 명창명가’와 ‘판소리 다섯 바탕’은 기량이 출중한 소리꾼들로 구성됨으로써, 한두 개를 빼고는 우리나라 판소리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수준 높은 프로그램이었다. 과거의 ‘명창명가’는 어린이부터 명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준의 소리꾼들을 무차별적으로 출연시킴으로써, 전주세계소리축제의 프로그램으로는 수준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지 않을 수 없었지만, 올해는 일정한 수준에 이른 소리꾼들로 구성함으로써 그야말로 명창명가의 진면목을 보여줄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이일주의 제자들이 출연한 ‘김연수 바디 흥보가’는 가장 돋보이는 기량을 보여주었다. ‘판소리 다섯 바탕’에서는 칠순을 바라보는 김일구 명창의 적벽가 공연이 돋보였다. 완숙한 남성 판소리의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명창 김일구의 공연은 우리나라 판소리의 수준을 가늠하게 해 주는 최고의 무대였다. 늘 반복되는 문제이기는 하지만, 좌석이 매진되었는데도, 빈 곳이 많이 있었다든가, 중간 휴식 시간에 자리를 뜨는 사람이 많아 후반 공연에서는 전반 공연의 열기를 이어가기 힘들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아예 ‘명창명가’와 ‘판소리 다섯 바탕’을 무료화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만하다.
해마다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는 창극을 무대에 올려왔다. 올해는 아쉽게도 자체 제작 창극이 없이 국립창극단의 초청 공연으로 이루어졌다. 막대한 물량이 투입된 작품답게 풍성한 볼거리와 재미를 선사하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아쉬움을 떨칠 수 없었다. 예산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도립창극단이 있으므로, 가능하면 도립창극단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으면 한다.
‘대학창극축제’에는 단국대학교, 중앙대학교, 전북대학교, 우석대학교, 전남대학교 등 다섯 개 대학 창극 팀이 초청되었지만, 공연 장소가 전통문화센터로 소리축제 주공연장과는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들만의 축제가 되고 말았다. 전주세계소리축제가 대학 창극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마련한 이 프로그램의 취지는 좋지만, 이렇게 동떨어진 곳에서 독립된 행사처럼 치러져서는 안 될 것이다. 내년에는 이에 대한 확실한 보완책이 나와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전체적으로 보아 올해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의 판소리 관련 프로그램은 예년에 비해 다소 위축된 느낌이 들었다. 올해 새롭게 준비한 ‘작고명창열전’이 크게 부각되지 못한데다가, WOMAD 공연이 너무 크게 다가왔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WOMAD가 부각된 것이 그리 나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판소리가 위축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면 주객전도가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판소리의 세계화를 위한 알찬 기획이 없었다는 점도 아쉽다. 판소리를 세계화하기 위한 프로그램도 늘려가야 할 뿐만 아니라, 판소리를 외국인들에게 소개하기 위한 노력도 해야 할 것이다. 판소리 공연장에 외국인이 없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외국인들이 자발적으로 판소리 공연장을 찾기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외국인 유학생들이나 근로자들을 초청한다든가 하는 적극적인 노력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올해로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여섯 번째 치러졌다. 별다른 논란 없이 축제가 마무리 된 것은 다행한 일이다.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회 관계자들의 노고를 치하한다. 그러나 전주세계소리축제가 계속해서 발전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축제 관계자들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축제의 진정한 주인인 도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격려가 필요하다. 도민들이 적극적으로 축제에 참여할 때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전라북도를 넘어 세계로 뻗어갈 것이다.
최동현 | 군산대학교 국문과 교수로 있으면서 동리연구회 교육이사 전라북도 문화재 전문위원, 판소리학회 편집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판소리의 미학과 역사』, 『국창 임방울의 생애와 예술』, 『판소리의 공연 예술적 특성』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