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2006.10 |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2
관리자(2006-10-14 10:29:01)
‘산티아고’ 라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을 걸은 사람에게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2』 (김남희 글·사진, 미래 M&B) 우물 안 개구리처럼 대한민국의 옛 길과 강과 산을 걸어 다니기에도 버거워하는 나와는 달리 세계의 구석구석을 걸어서 여행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가지고 4년째 전업 도보여행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남희씨가 이번에 또 한권의 책을 펴냈다. 스페인의 옛 길 ‘카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 산티아고 가는 길)’를 걸어서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2 - 스페인 산티아고 편』을 냈는데, 이 책을 받아보고서 일면 부럽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여자 혼자서 그 먼 길을 걸어가면서 감내했을 수많은 외로움과 고통이 마치 내가 겪어낸 것처럼 전해져 온 것은 나 역시 먼 길을 혼자서 걸어갔던 시절이 지금도 생생하게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프랑스 생장피드포르에서 스페인 북서쪽 도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장장 36일간 8백 킬로미터를 걸은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스페인의 독특한 자연과 길, 순례자들과의 만남을 일기 형식으로 기록한 글이다. 저자는 책에서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과 문명 전체가 나아가는 방향에 등 돌릴 힘이 내 안에 있음”을 알게 해준 곳이 ‘산티아고’였다며,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한 번쯤 삶의 물길을 틀어 다른 삶을 살아보라고 권유하고 있다. 저자가 걸었던 ‘산티아고’ 길은 2천 년 전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하나였던 야곱이 복음을 전하기 위해 예루살렘에서부터 걸어왔던 길이라고 하며, 그 길의 끝에 야곱이 잠들어 있는 도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가 있다. 저자가 말하는 진정한 여행은 이름난 관광지나 풍광 좋은 휴양지를 찾아가는 여행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사람들과 소통을 꿈꾸는 여행이고 자기 안으로만 파고드는 닫힌 여행이 아니라 나와 남을 잇는 소통의 여행이다. 그러나 길을 걸어가는 것은 그곳이 이국이나 고국이나 마찬가지로 수많은 고통과 고독을 수반하고 있다. 발바닥에 물집이 잡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온몸이 아파서 잠을 한숨도 못잘 때도 있고, 꿈속에서도 걸어가고 길을 묻는 꿈을 꾸지만 어쩌겠는가, “참고 견디는 것만이 나그네의 유일한 낙이다.”라는 <유리알 유희> 속의 구절을 떠올릴 수밖에,   그러나 그가 걸었던 길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자 가장 안전한 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길들은 ‘보행자 전용도로’가 없어서 목숨을 걸고 걸어가야 하기 때문에 우리 단체가 ‘자동차 전용도로나 고속도로를 제외한 도로에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길을 만들어 달라’고 운동을 펼치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길이고, 산티아고 길은 인간의 선량함, 평화, 나눔을 무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그 길을 걸은 것 자체가 “내 생애 최고의 선물”이었다고 저자는 말하면서 그 자신 속에서 새로운 힘을 발견하였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그 길을 걷고 나서 나는 알게 되었다.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내 안에 있다는 것을, 문명 전체가 나아가는 방향에 등 돌릴 힘이 내게 있다는 것을. 그 경험을 나누고 싶다.” 그가 수많은 사람을 만나며 걸었던 그 길은 예루살렘, 로마와 함께 기독교 3대 성지로서 이미 천여 년 전부터 순례자들이 줄을 이어 걸어갔던 길이다. 11~12세기에 절정에 달했던 산티아고 순례 객들은 그 후 점차 줄어들었다가 1993년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면서 다시 이 길에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그의 책을 읽으며 부러웠던 것이 또 하나 있다. 그 길을 걷기 전에 ‘크레덴시알’이라는 증서를 구입하여 순례자 숙소 알베르게를 지날 때마다 도장을 받고, 1백 킬로미터 이상을 걸은 사람들은 산티아고 길을 걸었다는 증명서를 발급받는다고 한다. <우리 땅 걷기 모임>에서 추진하고 있는 조선의 9대로나 한강, 낙동강, 영산강, 금강, 섬진강 등 남한의 5대강을 발원지에서 하구까지 걸은 사람에게 주고자 하는 인증서와 같기 때문이다. 그리고 산티아고 일기15_여기까지 8백 킬로미터, “너, 참 장하구나!”라고 혼잣말을 하는 저자의 글을 보며 몇 년 전 승부터널을 걸어가며 느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런데도 한발 한발이 천근만근이 되는 듯싶고 내 발자국 소리가 천둥처럼 크게 울려온다. 무섭고 외롭다. 나는 소리 내어 읊조린다. 신정일 너는 잘할 수 있어! 신정일 너는 잘해낼거야. 내 소리에 내가 놀라는 시간이 지나고 멀리선 듯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희미한 빛, 그 빛을 따라가는 그 순간이 얼마나 길었던가. 드디어 나는 승부터널 마지막 지점에 서있었고 그때까지 열차는 오지 않았다.” 그래 살아가면서 가끔씩 내가 가엾기도 하고, 대견해 보일 때도 있지만 죽고 싶을 만큼 힘들 때 안간힘으로 내가 나에게 주문을 걸듯 말을 건넬 때가 있다. “너 정말 잘할 수 있어! 우리들이 갈 수 있는 길도 많지만 갈 수 없는 길도 많고 길을 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가장 어렵기도 하고, 가고 싶어도 갈 수 조차 없는 길은, 사람의 마음속에 길일 것이다. 정현종이 그의 시 ‘섬’에서 “사람 사이에 섬이 있다. 나도 그 섬에 가고 싶다.”라고 노래 한 것처럼 길을 걷는 사람들의 최종목적지는 보이는 길보다 보이지 않는 길을 걸어가 모든 것이 소통되는 그곳에 이르는 그런 길이다. 그 길이 끝나는 곳에서 또 다른 길이 시작될 것이고 우리는 다시 출발점에 서게 될 것이며, 그때 우리들은 함께 길을 가는 도반(道伴)으로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길의 끝에는 자유가 있다. 그때까지는 참으라.” 그가 가는 길에 축복과 행운이 있기를, 신정일 | 문화사학자인 신정일은 현재 우리 땅 걷기 모임 공동대표와 황토현문화연구소장, 그리고 전라세시풍속보존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1985년 중반 황토현문화연구소를 발족하여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출발점이라 평가받고 있는 동학과 동학농민혁명 그리고 묻혀 있는 지역 문화를 발굴하고 재조명하기 위한 여러 가지 사업들을 펼치고 있다. 1989년부터 문화유산답사 프로그램을 만들어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고, 또한 전통세시풍속을 오늘에 되살리고 재창조하고 있다. 한국의 10대 강 도보 답사를 기획, 금강, 섬진강, 한강, 낙동강, 영산강과 만경강, 동진강, 한탄강까지 도보답사를 끝냈고, 대동강, 압록강, 두만강 등 북한의 강을 답사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저서로 『동학의 산 그 산들을 가다』, 『지워진 이름 정여립』, 『우리에게 산하는 무엇인가』, 『한국사의 천재들 이덕일 김병기 공저』, 『대동여지도로 사라진 옛 고을을 가다 』등이 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