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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 |
예담찾집
관리자(2006-10-14 10:27:40)
경기전을 뜨락삼아 직접 들어가 보진 않았지만, 유독 눈길을 잡아끄는 곳들이 있다. ‘예담찻집’이 그런 곳이었다. 언제부터인가 경기전 앞을 지날 때마다, 꼭 한번 가보고 싶었다. ‘인도’와 ‘티벳’이라는 문구가 그 공간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냈고, 그곳의 단아한 창을 통해 본 경기전의 모습도 궁금했다.   ‘예담찻집’은 경기전 바로 앞 한옥건물의 2층에 자리하고 있다. 좁은 계단을 따라 올라가다보니 또 다시 작은 간판이 나타났다. 그 간판에는 ‘예담찻집’이라는 이름 앞에 ‘음악이 아름다운 집’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있었다. 간판 밑에는 손님들이 가져가도록 비치해놓은 몇 가지 책자가 구비되어 있다. 대안적인 삶에 관한 소책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예담찻집’은 그 입구부터 독특했다. 아주 좁은 문에 형형색색의 한지가 모자이크처럼 붙어있었다. 비밀스러운 공간에 들어가는 문 앞에 선 느낌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은은한 향냄새와 함께 머리에 무언가 가벼운 것이 머리에 부딪히며 ‘통통통’ 경쾌한 소리를 낸다. 고개를 들어보니 대나무통으로 만든 모빌풍경이다. 금속이나 자기 제품들의 청량한 소리보다는 투박하지만, 마른 대나무통에서 나는 그 투박하면서도 경쾌한 소리가 오히려 마음을 풀어놓았다. 주인 이준승 씨에 따르면 입구의 대나무통 모빌풍경 소리에 눈독을 들이는 사람이 한두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그 중에는 꽤 높은 금액을 말하며 팔라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그만큼 대나무로 만든 모빌풍경이 귀하다는 것일 게다. 신발을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기 위해 가는 곳 사이에 자갈이 깔려 있어 잠깐이나마 발 지압을 할 수 있는 것도 이 공간의 특성을 드러내주고 있었다.   찻집 안은 분위기가 모호했다. 차를 마실 수 있는 탁자가 있는 것이 분명 이 곳이 찻집임을 말해주고 있었지만, 길다란 한쪽 벽면에는 판매를 위해 진열된 갖가지 음반과 책들이 채우고 있었다. “원래 이곳은 ‘책방 정신세계사 전주점’이에요. 찻집이라기보다는 ‘서점’의 성격이 강한 곳이었죠. 명상이나 대체의학 같은 책들을 주로 다루죠. 명상음악과 함께 향이나 양초 등 명상관련 물품들도 있구요. 주로 명상과 대체의학에 관련된 것들을 다루는 곳입니다. 처음엔 서울을 비롯해 전국에 ‘책방 정신세계’ 분점이 8개나 있었는데, 이걸로는 생계유지하기가 어렵다보니 현재는 대전과 이곳 전주 두 곳밖에 남지 않았어요.” ‘명상’과 관련된 공간이니만큼 손님들의 반응도 가지각색이라고 한다. 문을 열자마자 다시 닫고 나가버리는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전국적으로도 이런 공간이 얼마 없다보니 멀리서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또 이른바 ‘기인’들도 이곳을 자주 찾는다고 한다. 하지만, 꼭 명상이나 대체의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이곳에 들러볼만하다. 무엇보다 이곳의 창 너머로 보는 경기전의 모습이 색달랐다. 간단한 탁자와 의자도 창문에 붙어 있었다. “3년 전에 건물이 들어서기 전부터 이 곳을 점찍어 두고 있었어요. 경기전 바로 앞에서 매일 이곳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이잖아요. 특히 2층이라 경기전이 한눈에 내려다 보여요. 명절 때 한복 입은 사람들이 경기전을 지나가면 마치 궁중에 온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이곳의 또 다른 매력 중 하나는 찻값이 저렴하다는 것. 3천원이면 경기전 풍경과 함께 국화차, 쟈스민차, 커피 등을 마실 수 있고, 보이차, 다즐링(인도홍차), 연잎차, 구절초 등은 4천원이다.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음악은 물론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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