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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 |
[한옥마을] 한옥마을에 터 잡은 김두경 서예가 인터뷰
관리자(2006-10-14 10:08:28)
‘지향점 설정이 우선’ 글 | 최정학 기자 전주한옥마을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한옥마을 곳곳에서는 한옥을 짓거나 개조하는 공사가 연일 한창이다. 터를 잡는 문화예술인들도 하나둘 늘어나면서, 한옥마을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볼거리도 늘어가고 있다. 김두경 서예가도 한옥마을에 터를 잡은 예술인들 중 한명이다. 그는 일년 반전에 태조로 바로 옆에 위치한 한옥을 개조해 서예디자인연구소 ‘문자향’을 개관했다. 전주한옥마을과 서예디자인이라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특성이 잘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제가 하는 일이 전통예술 이다보니까 한옥마을의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지잖아요. 또 제가 하는 일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측면에서도 한옥마을이 매우 적합한 곳이죠. 실제로 이곳은 이미 ‘관광지화’되 있어서 주말이면, 외지 사람들이나 외국인들도 많이 볼 수 있어요. 평일에도 최소한 20~30명 정도씩은 들어와서 구경도 하고 그럽니다.” 하지만, 요즘 한옥마을을 바라보는 그의 눈은 안타까움을 가득했다. 전주한옥마을의 ‘지향점’이 없다는 것이었다.     “한옥마을에 사대부문화냐, 농촌문화냐, 선비문화냐 하는 분명한 지향점이 있어야 해요. 한복으로 예를 들자면, 전통한복으로 갈 것인지, 생활한복으로 할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는 거에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 분명한 지향점이 없어 보여요. 지금 한옥마을에 지어지는 한옥은 크기도 다 크고, 구조도 천편일률적이에요. 한옥마을을 어떤 곳으로 만들겠다고 하는 큰 틀에서의 방향설정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21세기형 생활한옥’으로 한옥마을을 채워야 한다고 말했다. “전주한옥마을의 한옥들은 ‘도시형 한옥 건축양식’이라고 할 수 있어요. 우리가 과거 전통한옥이라고 부르는 것은 거의 없어요. 생활한옥에 초점을 맞추면, 현대생활에 맞는 한옥의 건축양식에 대한 고민이 생기게 되고 이것들을 개발해 나가다보면 ‘특허’ 등을 통해 산업화를 시킬 수도 있을 겁니다.” 그의 이야기는 다시 전주한옥마을에서 이뤄지고 있는 한옥건축으로 이어졌다. “우리 한옥에는 팔작지붕, 우진각지붕, 맞배지붕 등 다양한 형태가 있어요. 한 가지 지붕형태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는 거죠. 다양한 지붕형태를 통해 한옥을 땅의 형태에 맞고 개성있게 지을 수도 있는 것이구요. 그런데 현재 한옥마을에서 지어지고 있는 한옥들은 모두 팔작지붕 만을 고집하고 있어요. 좁은 땅에 팔작지붕만을 올리려다보니까 공간의 특성이나 개성을 살리기 힘듭니다. 기둥과 보를 너무 크게 쓰는 것도 문제에요. 요즘 한옥마을에 들어선 큰 한옥들을 한번 보세요. 위압감을 줘서 보는 사람을 주눅들게 합니다. 거기다가 지면에서 지붕까지 몇미터 이상이 되면 안된다는 ‘고도제한’이 있어서 기둥이 짧아, 납작 엎드린 듯한 인상까지 줍니다.” 21세기 한옥이라면, 그에 걸맞게 현대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지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현재 전주한옥마을에 한옥을 지을 때, 규제를 조금 자유롭게 풀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가 이곳에서는 처음으로 암수일체형 기와를 썼을 겁니다. 처음에 전주시에서는 보조금을 주는 대신에 암수기와를 사용하라고 했어요. 그런데 70년대 지어진 한옥에 암수기와를 올리면, 지붕이 너무 무거워져서 건물이 위험해질 수도 있어요. 담장도 그 형태며 색깔까지 지정해주더라구요. 하지만, 그렇게 했을 때 전시를 하는 이 공간의 특성과는 너무 안맞는 것 같아 어렵게 설득했습니다.” 각 공간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인 기준을 만들어 거기에만 맞추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살림집에 차양을 하지 않으면 생활을 못합니다. 그런데, 차양막을 설치하면 보조금을 못받게 되어 있어요. 보조금을 받을 때, 한옥의 위치가 어디냐에 따라 차이가 나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한옥마을을 활성화시키려면 그 외연을 넓혀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지금 보조금 정책은 그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봐야죠. 그 형식이나 운영도 너무 딱딱하구요.” 그는 이제 전주한옥마을에 무엇을 지을까보다, 무엇을 남겨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100년 후에 ‘문화재’가 될 수 있는 ‘이 시대’의 한옥을 지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금 시골에서 버려지고 있는 너무나 아름다운 집들이 많습니다. 이것들을 옮겨오면 아름다움의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역사성을 보존한다는 측면에서도 이점들이 많을 거에요. 정읍 고부만 가보더라도 폐허가 되어가고 있는 한옥들이 있는데, 거기 주춧돌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몰라요. 새로 만든다고 절대 만들어 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큰 기둥에 천편일률적으로 지으려고만 하지 말고 이런 집들을 이용하면 비용절감뿐만 아니라, 역사성을 담보한다는 측면에서도 많은 이점이 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현재 시골에서 버려지고 있는 집들을 활용하는 것이 비용절감과 전주한옥마을의 아름다움을 위해서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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