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9 |
열섬현상은 ‘환상’이 아니라 ‘현실’이다.
관리자(2006-09-11 14:14:27)
여름에도 전주에는 연일 찜통더위가 계속 되었다. 다른 지역의 경우 일시적으로 최고기온을 보이는 것과 달리 전주지역의 기온은 매년 지속적으로 높은 기온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대구를 따돌리고 가장 무더운 지역으로 떠오르기까지 했다.
전주는 분지 지형으로 더울 수밖에 없는 지역이다. 문제는 대구를 비롯한 다른 지역보다 유독 전주가 더 무덥다는 것이다. 도시가 급속히 성장하면서 인공열과 대기오염 물질로 인해 도시 상공의 기온이 주변 지역보다 높아지는 열섬현상을 타 지역보다 심하게 겪고 있기 때문이다.
전주시는 지난 1999년부터 200만 그루 나무심기 등을 통해 기온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 결과는 시원찮아 보인다. 특히, 무분별한 개발과 녹지를 파헤치고 조성되고 있는 신흥아파트 단지는 전주의 ‘바람길’을 막아 기온을 높이는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 8월 23일 최명희문학관에서 열린 마흔네 번째 마당수요포럼에서는 ‘찜통전주 오명을 씻자’를 주제로, 전주 찜통더위의 배경과 해결책을 들어보았다.
김진태 전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발제자로 나서 ‘전주시 열섬현상과 대책’을 발표한 후, 본격적인 토론은 시작되었다. 이날 진행은 윤승희 전주MBC PD가 맡았다.
<b>전주시 열섬현상과 대책</b>
발제문/김진태 전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전주는 여타지역에 비해 손색없는 생태축이 보존, 유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구를 비롯한 다른 지역보다 더 무덥다. 유독 전주에서만 심각한 열섬현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생태도시를 표방하고 있는 전주지역에서 심각한 문제로 등장한 열섬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실현 가능한 대책은 다음과 같다.
도시숲과 도시공원을 조성해야 한다. 녹지지역에 비해 상업지구와 공업지구의 온도가 높다는 점은 녹지공간 부족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들 지역에 대한 충분한 숲이나 공원 등 녹지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 도심 유휴지를 습지로 조성해야 한다. 대단위 숲이나 공원을 조성하기 힘든 여건에서는 짜투리 공원이나 쉼터를 조성함으로써 나대지 및 미개발지에 대한 활용도를 향상시키는 방안강구가 필요하다.
복개천 철거를 통해 하천의 기능을 복원시켜야 한다. 녹지뿐만 아니라 하천의 기온감소 효과는 이미 청계천 사례에서도 입증되었는바 전주시에서도 도심의 복개하천에 대한 철거문제를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난개발을 지양하고 바람통로를 확보해야 한다. 대단위 주거시설 확보를 위한 기존 녹지훼손이나 그린벨트 해제이후 급격한 감소에 따른 영향을 감소시키고 외곽지역의 차가운 바람이 원활하게 순환하도록 바람통로를 확보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체계적인 생태축을 유지해야 한다. 기존의 생태축 보존은 물론, 이들의 상호연계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안정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지역여건을 감안한 친환경개발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전주주변 생태여건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충분히 파악하고 이를 활용하기 위한 정책개발이 시급하다. 도심차량의 통행을 규제하는 것도 필요하다. 필요차량에 대해서는 정해진 시각에 통행하도록 하며 도심통과 시간에 대한 일정 규제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열섬현상에 대한 문제제기는 매년 되풀이 되고 있다. 하지만 계절변화로 인해 점차 기온이 낮아지면 다른 현안에 매달리며 잊혀지는 문제가 되곤 한다. 앞에서 살펴본 내용대로 갈수록 기온상승에 의한 피해가 증가하는 경향에서 전주지역에서의 무더위와 열섬현상이 내년에 자연적으로 해결될 것으로 기대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이러한 무더위로 인한 시민들의 불만과 문화도시, 생태도시로서의 전주위상을 정립해 나가기 위해서라도 다각적인 노력과 실천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환경적으로 쾌적한 여건을 갖출 때 비로소 살고 싶고, 찾고 싶은 명소가 될 것이라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노력을 행정당국에만 전가하고 동참하지 않는다면 해결책은 요원할 것이다. 누구나 이러한 문제를 심각하게 간주하고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동참을 통해 조금씩 해결해 나가는 현명하고 성숙된 시민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시민단체, 행정, 시민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합심하여 해결하고자 한다면 머지 않는 시점에서 만족할 성과를 도출할 것으로 판단된다. 성숙된 문화시민으로서의 자긍심과 더불어 선도적이고 모범적인 환경생태 도시 조성을 위한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전주가 전국에서 가장 무더운 지역으로 변했다. 지난 8월 23일 최명희문학관에서 열린 마흔네 번째 마당 수요포럼에서는 ‘찜통전주 오명을 씻자!’를 주제로, 전주 무더위의 원인과 해결책을 찾아보았다.
참가자들은 전주 무더위의 가장 큰 원인이 무분별한 난개발에 따른 ‘바람 길의 막힘’과 이로 인한 열섬 현상이라는 점을 전제하고 토론을 진행했다. 문제의 심각성과 원인, 그리고 해결방안에 대해서까지 모두 비슷한 인식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논쟁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포럼은 두 시간을 훨씬 넘겨서야 끝날 만큼 뜨거웠다.
이날 포럼에서 가장 먼저 포문을 연 것은 김상휘 전주시의원이었다.
김상휘 의원은 전주시의 열섬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단체장 차원의 혁명적인 발상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건축 등에 있어 조례를 통해 온도상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있긴 하지만, 이것이 본질적인 해결방법은 아닐 것이다. 과거 전주는 이렇게까지 무덥지는 않았다. 사람은 인도로 다니고 비행기도 비행기 길이 있듯이, 바람도 길을 따라 다닌다. 하지만, 전주의 몇 군데 바람 길이 막히면서부터 전주가 무더워지기 시작했다. 현재 재건축을 기다리고 있는 아파트들 중 몇 군데는 애초 아파트가 들어와서는 안 될 곳이었다. 바람이 다니는 길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온도가 올라갈 뿐만 아니라 환기가 되지 않아 공기까지 탁하게 되어 버렸다”며 “현재 전주의 숨통은 전주천과 삼천전이다. 강가는 바람길이다. 강가로부터 최소한의 거리 안에는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허가가 나고 아파트들이 들어섰다. 물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시원해서 해택을 받겠지만, 그 뒤쪽 사람들은 찜통더위를 감수해야 한다. 간단한 집 한 채를 지을 때도 여러 관점에서 고려하는데 하물며 한 도시를 설계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개발 예정지인 35사단과 중인리 실버타운의 문제를 제기했다. “35사단 쪽은 여름에 유일하게 북서풍이 부는 곳이다. 35사단이 있어 전주의 개발이 더디게 됐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사실 35사단이 있어 그나마 전주의 바람길이 남아 있게 된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한옥마을이 개발 제한이 된 것도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앞으로 이곳이 전주의 허파와 같은 역할을 해줄 것이다”며, “중인리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아름다운 우리 주변의 생태공간을 실버타운이라는 명목으로 밀어버리고, 그곳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지으려고 한다. 문제는 이런 사업을 진행하면서, 그곳에 사는 주민들과 변변한 공청회 한번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실수로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이제라도 우리가 연대해서 더 이상 우리 주변의 생태환경, 녹색 공간을 잃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김남규 시의원은 열섬현상은 단지 온도상승 문제 하나로만 보아서는 안 되는 우리 삶의 심각한 문제라며 지자체의 보다 강력한 의지와 함께 성숙한 시민의식도 함께 주문했다. 그는 “시민들이 어떤 의지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선출되는 단체장의 색깔도 달라질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전주시민들은 개발을 주장하는 단체장들을 뽑아왔다. 생태문제가 아직 피부에 와닿고 있지는 않은 것이다. 열섬현상은 단지 온도상승의 문제 하나가 아니다. 이산화탄소 문제와 오존층 파괴 등 우리 삶을 규정지을 수 있는 여러 문제들의 총체다”며, “우리가 가려고 하는 사회는 21세기 디지털 정보화 사회인데, 도시계획은 여전히 19세기에 머물러 있다. 도시계획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결국은 모든 문제의 원인이자 해결방안이 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단체장의 의지와 역량이다”고 주장했고, 최형재 시민운동가도 “무엇보다 단체장과 의회의 역할이 중요한데, 아직까지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시민들도 좀더 성숙해질 필요가 있다. 환경문제는 결국 시민들의 관심과 어느 정도의 불편함을 감내해낼 수 있는 인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종민 전주전통문화중심도시추진단 단장도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주문했다. 그는 “김완주 전 전주시장이 전주의 열섬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2백만 그루 나무심기 운동을 했는데, 실제로 이것을 진행하는 과정에서는 효과와 관계없이 전주에 나무 심을 만한 곳이 없다는 고민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렇게 어렵게 나무를 심었는데, 문제는 이것이 얼마만큼 큰 실효성을 거뒀는지는 잘 모르겠다. 여기에 현 송하진 전주시장은 천만그루 나무를 심겠다고 했는데, 과연 이것이 현실성이 있는지, 또 이것이 전주의 열섬현상을 해소하는데 얼마만큼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전주 열섬현상의 문제가 바람길이 막혀 있기 때문이라는데, 근본적인 원인은 놔두고 나무만 심는 것이 과연 큰 효과가 있는지 궁금하다는 것이었다.
이어 그는 열섬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전주시가 제시한 다른 방안들에 대해서도 회의를 나타났다. 그는 “전주시가 추진하고 있는 또 하나의 사업이 도심 곳곳에 분수대를 조성하는 것이다. 전주전통문화중심도시추진단을 운영하고 있는 입장에서 이 사업에 반대했다. 전통문화중심도시라는 것은 어찌보면 순리에 따른 생태환경도시를 만들자고 하는 것인데, 분수라고 하는 것은 조금 시원해보겠다고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는 장치다. 더군다나 그 어마어마한 전력을 사용해서 얼마만큼 시원해질 수 있겠는가라는 의문도 든다”며 “얼마 전에 한겨레신문사에 가봤다. 하늘정원이라고 옥상에 생태환경이 조성되어 있었다. 전주에서도 이렇게 작지만 실천적인 작업들을 하면 보다 실천적이고 효과적인 사업이 되지 않겠는가”고 새로운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김완자 민주당 완산을 위원장은 “바람길 등에 대한 논의가 핵심인 것 같은데, 여기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연구가 없는지 궁금하다. 이런 연구를 통해 아파트 건축 등을 할 때 바람길을 막지 않도록 조례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지적들에 대해 김진태 사무처장은 “온도가 전지구적으로 상승했지만, 이 와중에도 국지적으로 조금더 더워진 지역이 있는가하면 그렇지 않는 곳도 있다. 나무를 심는 것이 효과가 있는가를 반문했는데, 효과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세계적으로 나무를 많이 심어 온도를 낮춘 곳이 많다. 옥상에 작은 녹지공간을 만드는 방안의 관건은 전주시에서 얼마만큼 예산을 지원해줄 수 있느냐가 될 것이다. 자비로 하라고 한다면, 절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부대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고 답하며, “문제는 전주가 생태도시, 녹색도시를 만들자는 것에 대한 공감대가 민과 관 차원에서 형성되면서 서로 협의하고, 이런 사업들에 대한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의 결론은 명확했다. 단체장의 강력한 의지와 시민들의 관심이 있을 때 비로소 전주의 열섬현상이 어느 정도 감소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포럼의 끝머리 “우리는 늘 생태문제를 이야기하면서도 결정적으로 ‘개발’과 ‘생태’를 선택해야 할 때면 늘 같은 선택을 해왔다. 이것이 전주의 여름을 전국 최고의 찜통으로 만들었다. 열섬은 환상이 아니다. 현실이다”는 김남규 시의원의 일갈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