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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9 |
[연담도예 만가은]흙이 빚어지는 찻집
관리자(2006-09-11 14:08:15)
글 | 최정학  기자 후덥지근함에 숨이 턱턱 막혀왔다. 며칠 사이 부쩍 높아진 하늘에는 먹구름이 모였다 흩어졌다를 반복했다. 그러고 보니 저 먼 하늘 어디선가 ‘쿠릉쿠릉…’ 천둥소리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금방이라도 후두둑후두둑 한바탕 소나기가 내릴 것 같은데, 유난히 더운 올해 8월 하늘은 몇 시간째 약만 올리고 있었다. 세상이 찜통이어도 ‘연담도예 만가은’의 불가마는 상관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완주군 비봉면 봉산리. 주소에서 느껴지는 ‘거리감’보다 훨씬 빨리 ‘연담도예 만가은’에 도착했을 때, 도예가 이강식 씨는 이 찜통더위 속에서도 도예작품들에 유약을 바르고 있었다. 땀으로 흠뻑 젖은 모습이었다. 마당 한 쪽에 마련된 작업장에서는 하루 종일 흙이 빚어지고, 또 한쪽에서는 저 멀리 산과 들을 바라보며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 ‘연담도예 만가은’이 갖고 있는 매력이다. ‘만가은(滿佳隱)’, ‘아름다움이 숨어 있는 곳’이라는 이름답게 이 곳은 곳곳에 아름다움이 가득 숨어 있다. 이름은 이곳을 운영하고 있는 오은경 씨가 직접 지었다고 한다. “7년 전 처음 집을 봤을 때, 마당 앞에 시원스레 펼쳐져 있는 풍경이며 집 뒤 대숲 올라가는 길이 너무 맘에 들었어요. 몇 달간 집을 손보면서 보니까 집 구석구석도 너무 이뻤구요. 구석구석 숨겨져 있는 아름다움이 너무 많았지요. 그래서 이름을 ‘만가은’이라고 지었지요.” 이 곳은 주위의 풍경도 아름답지만 집 구석구석 볼거리가 많았다. 아담한 마당 정원에는 갖가지 꽃나무며 채소들이 여름 햇빛을 즐기고 있고, 집 뒤쪽으로는 대나무 숲이 ‘쏴아쏴아’ 시원한 바람소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대숲으로부터 이끼긴 돌담을 통해 이어지는 낙숫물의 모습은 이곳의 운치를 더했다. “이 집은 남서쪽을 바라보고 있어요. 저녁이면 노을을 볼 수 있고 겨울이면 따사로운 햇볕이 하루 종일 마당에서 놀다가 갑니다. 자연스러운 터에 자연스럽게 앉아서 더욱 아름다운 집이죠.” 커다란 통유리는 소담한 마당의 정원뿐만 아니라 저 앞 부드럽게 펼쳐진 산의 능선과 들판까지 찻집 안으로 끌어들였다. 이곳에 앉아 차를 마시며 비나 눈이 오는 모습을 봐도 운치가 그만일 것 같았다.     오은경 씨는 이곳을 ‘사람 사는 냄새나는 이야기가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원래 있던 집을 크게 고치지 않고 최대한 활용한 것도 자연스러운 것을 좋아하는 오은경 씨의 고집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곳이 정말 ‘만가은’이 될 수 있는 이유는 이곳이 갖고 있던 본래의 소박한 아름다움에 오은경 씨가 더한 섬세한 손길 덕분이다. 남편 이강식 씨의 도예작품들은 처마 밑에 줄지어 수생식물을 심어 놓아도, 정원 한 귀퉁이나 대나무 울타리 밑에 세워놓아도, 어디에 놓아도 어떤 용도로 사용해도 전혀 부자연스럽지 않게 제 자리를 잡고 공간을 꾸미고 있다. 이강식 씨의 도예작품들은 찻집 안에서도 빛을 발한다. 한 쪽 방에 따로 전시장을 꾸며놓긴 했지만, 시선 닿는 곳마다 도예작품들이 자연스레 빛을 발하고 있다. 이곳의 메뉴는 녹차를 비롯해 매실차, 모과차, 오미자차, 쌍화차 등이다. 녹차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오은경 씨가 직접 만든 것들이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자 그때서야 기다렸다는 듯이 ‘후두둑후두둑’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전주를 돌아오는 내내 ‘만가은’ 통유리를 통해 비 내리는 모습을 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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