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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9 |
폭탄종
관리자(2006-09-11 13:10:28)
정부가 직도 사격장에 설치하겠다는 자동채점장비를 둘러싸고 강행과 저지의 두 입장이 대치하고 있습니다. 주한미군의 철수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안보논리와 아무래도 못 믿겠다는 주민들의 불신이 서로 등을 돌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폐쇄된 매향리 사격장을 대체하리라는 직도 문제가 이렇게 갑자기, 심각하게 불거진 것은 미리 준비하지 않은 탓이 큽니다. 사격장이 없다고 철수를 할 만큼 한미동맹이 얄팍한 것인지, 한반도에 걸린 미국의 이익이 그렇게 작은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직도를 공동으로 사용하겠다고 미국과 합의한 것이 지난 2004년 6월이었습니다. 그동안 아무 말 없더니 이제 와서 무슨 소리냐고 다그칠 계제가 아닙니다. 사실 직도 사격장은 지난 삼십년 동안 정부가 무단으로 사용해 온 곳이라고 합니다. 연습용 폭탄만으로는 연습이 안 될 터인데 연습탄의 비율은 실제로 얼마입니까? 한국과 미국 공군이 칠 대 삼으로 사용한다던데 출격횟수, 폭격횟수, 투하량 가운데 무엇을 기준으로 정합니까? 땅과 바다를 오염시키고 사람을 병들게 하는 지독한 물건은 사용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하시겠습니까?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이 군사기밀에 속하는가요? 피해보상의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입니까? 이것은 민간기밀인가요? 불필요한 정보독점이 불신을 낳고, 불신은 사람을 서로 갈라놓습니다. 방폐장 유치 문제의 후유증이 채 가시지 않은 지역민의 상처를 들추고 다시 소금을 뿌리는 짓은 제발 삼가 주십시오. 지금 이 순간에도 레바논에서는 폭발음이 들리고 있을 것입니다. 이스라엘이 침공을 시작한 후 며칠 지나지 않은 지난 7월 17일, 양국 접경지대의 도시 키츠얏 시모나에서 에이피 통신의 한 사진기자가 찍은 사진이 이스라엘과 아랍 양측으로부터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스라엘의 소녀들이 포탄에 글씨를 쓰고 있습니다. 영어와 히브리어로 깨작거린 내용에는 ‘애정을 실어 죽음을 선사함’ 등이 포함됩니다. 주변에 군인은 물론 철없는 어른도 있습니다. 아랍의 블로거들은 이 사진 아래 참혹하게 살해된 레바논 어린이들의 사진을 덧붙여 실어 날랐습니다. 친 이스라엘 쪽에서는 연출 가능성을 언급하거나 정치적 선전이라고 응수했습니다. 이스라엘에서는 피아간에 사상자의 모습이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합니다. 포탄과 폭탄을 구분하기도 하는 모양입니다만, 살상무기라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지요. 그런 폭탄이 이렇게 사용되기도 합니다. 임실군 신덕면 내량마을에는 삼길천주교회라 명패를 붙인 작은 공소가 있습니다. 폭이 대여섯 걸음, 길이는 제단이 네 걸음이고 회중석이 열한 걸음인 작은 예배소입니다. 공소로 올라가는 계단 옆 느티나무에 종이 매달려 있는데, 폭탄으로 만든 종입니다. 지난 육이오 전쟁에 사용되었던 500파운드짜리 폭탄의 밑동을 잘라 쇠줄에 걸어 놓았습니다. 쌕쌕이라고 불렀다는 에프 86 세이버 전폭기가 떨어뜨리고 간 것입니다. 직경이 14인치, 환산하면 35.5센티미터에 달하는 큰 폭탄입니다. 공소회장 하일준 씨 말로는 상월리 신도들이 희사한 것이라니 관촌 철교 아래에서 주워온 것인지도 모릅니다. 불발하여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은 이 착한 폭탄은 그 후 반세기를 희망과 평화의 소리를 전하는 종으로 살았습니다. 지금도 이십 리 밖까지 데응데응 잘 들린다고 합니다. 사진을 찍는 유백영 씨 덕분에 이 종을 만났습니다. 천호공소 자리에 비슷한 종이 하나 더 있습니다. 천호공소에는 이제 건물이 없으니 이 종을 가져다 사람의 왕래가 많은 곳에서 아침저녁으로 울려보면 어떨까 혼자 궁리해 보았습니다. | 정철성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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