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8 |
[리틀 인디아(Little India)]눈으로 마시는 커피 한 모금
관리자(2006-08-08 11:53:34)
글 | 송경미 기자
‘음악이 나오고 있는 건가?’ 분명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자세히 들어보니 그렇게 작은 사운드도 아니었는데 왜인지 음악이 귀로 들어오지 않았다. 지천에 널려있는 희귀한 예술품들 때문에 정신이 팔려있었다.
‘리틀 인디아’ 이진필 사장님은 젊은 시절 발전소 기술자로 일했다. 직업 특성상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를 옮겨 다니며 지냈고, 그 20여년의 세월동안 보고 생각했던 것들이 있었다.
“싱가포르에서 살 때 산책을 하다보면 허름한 골목길에 테이블이 두개 정도밖에 없는 작은 카페들을 자주 볼 수 있었어요. 정갈하고 소박하고 조용하고…. 참 아늑했던 기억이 있어요. 중국 상하이에서도 그런 곳이 있었죠. 주택가인지라 상가가 있을 거라고 생각도 못한 곳에서 온통 책으로 가득 찬 카페의 문을 열었을 때 그 오묘한 기분이란…. 책 때문인지 그 곳에서는 목소리도 낮춰야했는데 어떤 장소의 분위기가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게 놀라웠지요. 한국에는 그런 곳을 찾기 힘들잖아요. 제가 외국의 카페들을 다니면서 느꼈던 것들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작게는 이 동네에 사는 사람들에게라도 알리고 싶었어요.”
한국에 돌아와 시내도 아니고 사람들의 왕래가 잦지 않은 구역에서 카페를 하겠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말렸다. 하지만 이 씨는 자신이 받은 특별한 감흥을 믿었고 특색이 있고 이야기가 가능한 공간을 위해 커피 전문점과 동남아시아 쪽의 토속적인 물품들을 접목시켰다. 2000년, 리틀 인디아는 그렇게 탄생했다.
반지, 귀 ·목걸이 같은 작고 화려한 액세서리부터 태국의 전통장, 대나무로 만든 전통밥통, 인도네시아의 나무물통과 골동품, 페루의 모자, 인도의 빈디,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에콰도르, 터키, 중국 그밖에 나열하기 어려운 동남아시아 작은 나라의 소수민족들이 만든 가방, 신발, 도자기까지…. 각 나라의 역사와 생활이 깃든 각양각색의 민속적인 인테리어 소품들이 가게 안을 옹골차게 채우고 있다. 리틀 인디아를 찾은 사람들은 그것들의 방대한 양과 정교한 문양에 놀라고 독특한 모양과 쓰임새에 한 번 더 놀란다.
“여기 있는 오래된 골동품이나 예술품들은 다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것들이지요. 기계를 사용하는 것보다 손으로 만드는 것이 여러 면에서 편했을 거예요. 그래서 이것들 안에는 제3세계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과 삶의 애환이 담겨있어요.”
가게 안에 있는 것들은 이진필 씨가 동남아시아에서 생활할 당시에 하나씩 수집해둔 물품들과 판매를 위해 수입한 것들이다. 리틀 인디아는 커피전문점이면서 상점이기도 하지만 커피가 주업이지 판매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그는 말한다.
“여기서는 금연이에요.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는 어린 아이들도 출입을 금지하구요. 서로가 서로에게 방해받지 않는 공간을 원했어요.”
그에게 리틀 인디아는 일터이자 집이다. 직장을 그만두었지만 그가 꿈꾸던 제 2의 삶이 그 곳에서 다시 이어지고 있었다. 리틀 인디아는 효자동 완산소방서 건너 편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어느 골목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럼에도 손님들은 꾸준히 찾는다. 아마도 그가 지향하는 카페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으리라. 좁다는 항의(?)에 처음 시작했을 때보다 공간도 더 넓혔다. 이제는 단골도 생기고 매일 같이 찾아주는 외국인 손님들도 있다. 인도차를 전문으로 판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갔지만 가게 이름만 리틀 인디아일 뿐, 다양한 종류의 에스프레소와 인도의 대표차 ‘짜이’ 등이 메뉴로 있다.
리틀 인디아는 특이하게도 단체손님을 모실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이 있다. 카페 입구 왼편에 있는 문으로 들어가면 신발을 벗고 들어가 노닐 수 있는 곳이 있는데 구조는 일반 가정집과 같지만 내부 소품과 느낌은 리틀 인디아 그대로다. 조용한 카페를 지향하는 편이지만 단체로 와서 시끌벅적하게 노니고자 하는 손님들을 위해 따로 만들어 놓은 곳이라고….
이진필 씨에게 리틀 인디아는 원초적인 문화공간이다. 전통에서 파생된 것들, 오랜 역사의 흔적을 한땀 한땀 새기고, 짜고, 살을 붙여나간 이름 모를 얼굴 모를 장인들, 그들의 손때가 어려있는 작품들,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유심히 보면 작고 세세한 무늬 하나하나에 각 나라의 문화가 담겨 있다.
“전주에도 이런 곳이 있었네?” 라는 소리를 들을 때 가장 보람차다는 이진필 씨.
“외국에는 70세 할아버지도 나비넥타이하고 서빙을 하거든요. 그 모습이 얼마나 훈훈합니까. 저도 그러고 싶습니다. 다리만 성하다면 그래야지요.”라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 웃음이 성글성글 맺혀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