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8 |
뮤지컬 맘마미아와 ABBA
관리자(2006-08-08 11:45:20)
치키티타 텔미 왓스롱 ~ ♬
중고등학교 시절, 쪽지에 한글로 적은 팝송을 영어단어 외우듯 흥얼거리던 때가 있었다. 주메뉴는 보컬그룹 ABBA였는데, 당시 ABBA의 인기는 실로 하늘을 찌를 듯 했다. 전 세계에서 총 3억 5천만 장의 앨범이 판매되었다고도 하고, 볼보자동차로 유명한 스웨덴에서 테니스선수 비욘 보리와 함께 3대 수출상품의 하나였다고도 한다.
중학생인 아들 녀석이 이거 우리 아빠 맞아? 하는 생각이 드는 모양이다. 일전에 영국에 출장 갔다가 공연예술에 관한한 브로드웨이와 쌍벽을 이룬다는 런던의 웨스트엔드(West End)에서 뮤지컬 ‘맘마미아’를 관람한 후, 주저없이 ABBA 오리지날과 뮤지컬 CD를 사서 집에서건 차에서건 종일 듣기 때문이다.
필자의 집에서 세대를 초월하게 만든 ABBA의 부활은 다름아닌 뮤지컬 맘마미아 덕분이다. 작년 우리나라 공연계를 뒤집어 놓았던 맘마미아는 ABBA의 노래를 가지고 만든 것이다.
결혼식을 앞둔 한 처녀가 엄마의 일기장에서 자신의 아버지로 추정되는 세 남자의 이름을 발견하고 그들에게 청첩장을 보낸다. 서로 자신이 아버지라고 나선 세 남자와 그 사이에서 곤혹스러워 하는 엄마, 그리고 엄마의 친구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얼토당토않은 일을 이야기로 만든 이 뮤지컬은 배경이 된 햇볕 가득한 그리스 어느 해안처럼 가볍고 재미있다. ABBA의 노래 20여곡이 가사를 하나도 수정함이 없이 이 스토리에 맞게 다시 불려지고 있다. 마치 ABBA가 30년 전에 이런 이야기에 맞게 가사를 만든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어느 하나 히트치지 않은 노래가 없을 정도로 귀에 익은 노래에 넋이 나가다 보니, 공연이 끝날 때쯤에는 너나 할 것 없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박수를 치며 따라 불렀다.
이때쯤 직업의식이 발동하였다. 아무리 스토리를 만들었다지만, 원곡을 그대로 부르는데 저작권 문제는 어떻게 처리하였을까 궁금해진 것이다.
ABBA는 두 커플로 이루어진 그룹이었다. 현재 두 부부 모두 이혼하였다고 한다. 다행히 뮤지컬에 사용된 ABBA의 노래는 전부 남편들이 작사/작곡한 것들이어서, 저작권자들인 남자들이 허락하면 문제가 없다. 팜플렛을 보니 뮤지컬 제작에 베니와 비욘이 참여한 것이 확인되었다.
이와 같이 원곡의 저작권자들로부터 허락을 받아 원곡을 토대로 각각의 배열을 새롭게 하고, 그 사이사이에 연결되는 이야기를 만들어 넣어, 전체가 하나의 새로운 형식인 뮤지컬로 만드는 것을 2차적 저작물 작성이라고 한다. 이제 뮤지컬 맘마미아는 ABBA의 노래와는 별개의 새로운 창작물이 되었으며, 그 자체로 보호가능한 저작물이 된 것이다.
저작권은 전에 없던 전혀 새로운 것을 창작하여 생겨나기도 하지만, 뮤지컬 맘마미아와 같이 이전의 창작물에 새로운 요소를 가미하여 태어나는 경우도 많다. 해 아래 새 것이 없다는 성경 말씀을 굳이 들지 않더라도 전에 없던 전혀 새로운 것이 얼마나 있겠는가? 루이스 터커의 ‘Midnight Blue’는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비창 2악장에서 나온 것이고, 이 소나타의 주제음은 모차르트 곡에서 일부 유사한 것이 발견되기도 한다. 전혀 새로운 것을 창작하는 것도 좋지만, 기존 것을 잘 조합하고 새로운 것을 가미한 2차적 저작물 창작행위도 문화를 풍성케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저작권법에서 결코 가볍게 취급될 수 없다.
극장을 나오면서 히트곡이 유난히 많은 조용필과 송창식, 그리고 이문세가 떠올랐다.
(남형두, 연세대 법대 교수, hdn@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