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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군 변산면 마포리 우유마을]젊은 활기가 넘치는 누에마을
관리자(2006-08-08 11:42:15)
젊은 활기가 넘치는 누에마을
‘실크로드’ 즉 ‘비단길’은 유럽과 아시아를 이어주는 상징적인 길이었다. 유럽 사람들이 중국의 비단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표현이 바로 ‘실크로드’이다. 그 비단을 만들어낸 것은 누에고치였다. 그 누에는 뽕을 먹고 자라는데, 한때 농촌에서 중요한 수입원이었다.
유유마을의 누에와 뽕
부안군 변산면 마포리 유유마을은 변산반도 깊이 위치해서 소쿠리처럼 둥그스런 분지를 이루고 있다. 밭에는 자갈이 많고 비교적 메말라 뽕나무가 자라기에 아주 안성맞춤이다. 유유마을에서 뽕을 심기 시작한 것은 30~40여년 전부터이다. 산으로 둘러싸여있어 다른 지역과 경계를 이루고 논과 멀리 떨어져 있어, 농약에 약한 누에에 피해가 없다. 또한 여건자체가 특수작물이나 다른 문물을 받아들이기엔 지리적으로 고립되어있기 때문에 양잠에는 더없는 곳이다.
이곳은 우리나라에서 마을 단위로는 누에를 가장 많이 키우는 동네이다. 봄누에는 5월 중·하순부터 한달간, 가을누에는 8월 하순부터 한 달간 키운다. 씨 누에 400상자 정도로 봄, 가을누에를 합하면 1천 상자 정도를 키운다. 여기서 1상자는 2만 마리 정도의 양이다. 보통 한집에 누에 열장을 키우는데, 뽕밭은 600평정도가 있다. 1장에 20만원 수익이면 200만원이 되고 봄·가을누에 두 번 키우므로 연 400~500만원 정도의 수익이 된다.
누에는 참 묘한 성장과정을 가지고 있다. “넉잠 5령”이라는 성장과정이 한 달 정도 걸리는데, 밥 먹는 기간을 1령이라 한다. 알에서 깨어나 3일간 뽕을 먹고, 1.5일 정도 잔다. 그다음 2일 뽕을 먹고(2령) 하루자고, 3일 먹고(3령) 하루자고, 4일 먹고(4령) 2일자고, 넉잠 자고(5령)는 밥을 먹고 고치를 짓는다. 잠잘 때는 사람이 잠을 자는 것과 같이, 고개를 쳐들고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이 참 신기할 따름이다.
예전에 어느 외국인은 우리나라에 와서 가장 놀라웠던 일이 거리에서 파는 번데기였다고 한다. 그 번데기가 바로 누에고치에서 나온 것이다. 고깔모양의 종이봉투에 담아주는 번데기 한 컵을 받아들면 구수한 냄새로 입안에 침이 그득했었다. 30여년전만해도 제사 공장이 도시마다 거의 있었고 그 당시에는 꽤 큰 편이었다. 봄, 가을 누에사육 철이 되면 각 제사공장에서 나오는 번데기가 길거리의 리어카로 나와 어린 시절 영양 많은 간식거리로 제공되었다. 지금은 걸쭉한 막걸리 안주로 나와 막걸리 집에서 구경을 할 수 있다.
요즘은 옛날처럼 누에를 키워 고치로 파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한다. 뽕잎과 누에 산물이 건강을 지키는 기능성 상품이라고 밝혀진 이후, 우리나라는 95년 실크 양잠에서 기능성 양잠으로 전환하였다. ‘기능성 식품을 생산하는 양잠’이라고 해서 건근, 누에 동충 하초, 누에그라, 실크 화장품 등으로 품목을 다양화했다. 누에는 누에환이나 동충하초 등을 생산한다. 뽕으로 오디, 오디주, 오디즙, 오디쨈, 뽕잎차, 뽕잎가루 등을 생산해 낸다. 여기서 뽕나무 열매가 오디이다. 이른 것은 5월 하순부터 6월 중순까지 약 한달 간 딸 수 있는데 당도가 높고 씨앗 씹히는 맛이 딸기와는 또 다른 느낌을 지녔다. 동의보감에는 “까만 오디는 뽕나무 정령(精靈)이 모여 있는 것이며, 당뇨와 오장에 이롭다. 오래먹으면 허기짐을 잊을 수 있다”고 되었다. 어려서 우리 집은 누에를 키운 적이 있었는데 누에가 한참 먹을 때는 뽕이 모자라 산으로 ‘꾸지뽕’을 따러 다니기도 했다. 오래된 뽕나무에서 엄지손가락만한 오디(어렸을 때 우리 동네에서 ‘오두개’라 했음)를 따 먹으면 혀끝에서는 달작 지근한 맛이 났고, 입은 파랗게 물들었었다.
가을누에를 키우고 난 마지막 뽕잎은 뽕잎 모양과 색깔들이 차로 만들기에 뛰어나고 녹차에 비하면 3배 이상 몸에도 좋고 맛도 좋다고 한다. 허준의 동의보감에 “뽕잎은 따뜻하고 독이 없으며 각기(脚氣)와 수종(水腫)을 없애주고 대·소장을 이롭게 하며, 하기(下氣)하고 풍통(楓痛)을 없앤다.”고 했다. 뽕잎은 아주 영양가가 높은 잎채소라 한다. 누에가 뽕잎만 먹고 단백질 덩어리인 비단실을 토해 낼 수 있는 것은 뽕잎이 풍부한 단백질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란다. 평균 단백질이 20%이상 들어있고 어린잎에는 40%까지 들어있어 식물 중에는 콩을 빼면 뽕잎만큼 단백질이 많은 것은 없다. 맛도 삼겹살 등 고기와 쌈해 먹으면 독특한 향과 맛이 나며, 뽕잎에는 카페인 성분이 녹차의1/600 정도로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카페인에 예민한 사람에게 뽕잎 차는 아주 좋다.
젊은이들이 이끄는 유유마을
동네 이장님은 41세의 젊은 청년이다. 아마 인근 마을에서 제일 젊은 이장님이 아닐까 생각된다. 대개 시골 마을에 가면 60세가 넘은 분이 이장을 하는데 말이다. 또한 이곳은 30~40대의 젊은 청년이 7~8명이나 된다. 젊은이들이 많은 만큼 마을에는 생생한 활력이 있지 않을까. 젊은 청년들은 언제나 의욕에 차 있었다. 누에 부산물인 뽕잎차, 오리술, 오디잼 등을 무공해 식품으로 개발해 마을 자체의 브랜드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장래성도 있고, 미래에 대한 비전이 넘쳐 있었다. 30대 젊은이가 10여명이나 되는데 대개 방송통신대학을 통해 새로운 학문과 기술을 익히고 있었다. 그야말로 주경야독이라는 말이 실감이 나는 유유마을 젊은이들이다.
이장님은 새벽 4시에 누에 밥을 주고, 8시까지 뽕을 베어오고 아침 먹고, 종일 쉴 틈이 없이 생활한다. 아직 겨울 11-2월까지 4개월 동안 농한기에 할 일이 없어, 대개 방송통신대학에 진학 공부를 한다. 이장님 부인도 방송통신대학 유아교육과를 나와 격포에 있는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로 일하고 있는 정도이다.
33세의 김철진 씨는 펜션 같은 멋진 집을 새로 짓고 있었다. 좋은 아가씨를 만나면 누에치기와 농사에 전념하면서 살고 싶다면서 다른 마을에서처럼 도시로 떠나서 살 생각을 아예 하고 있지 않았다.
농촌에는 미래가 없다며 요즘 젊은이들은 모두 도시로 떠났다. 어르신들만을 남기고. 하지만 이 유유마을에는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이 지키고 있다. 모두가 버렸던 양잠을 새로운 생각과 시선으로 개발해나가고 있다. 누에와 뽕을 사랑하며 우리 농촌을 돌보는 이들의 마음이 있기에 우리 농촌의 미래는 아직까지 빛이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