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2006.8 |
[곽승호 개인전] ‘신(新) 라스코 동굴벽화’
관리자(2006-08-08 11:24:18)
글 | 서용인 서양화가 얼마 전 서신 갤러리에서 서양화가 곽승호의 일곱 번째 개인전이 있었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강한 색조의 원시적인 느낌의 작품들이 나를 반기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21세기의 흔적들을 담은 라스코 동굴벽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어둡고 무표정한 블랙과 원시적이고 자극적인 버밀리온 색조 그리고 날카롭게 날이 선 라인들로 그려진 사람들(‘도시인-조직도’)과 자화상(‘Hellow’)은 오페라의 유령에 나오는 제라드 버틀러의 창백하고 핏기 없는 가면을 연상하게 하며, 날카로운 발톱과 신경질적인 인상의 자극적인 버밀리온 색조의 들개(‘헝그리 울프’)는 성적본능을 유발시키는 듯 하다. 도심 콘크리트 벽에 그려진 낭만적 터치와 무채색 톤의 달리는 자화상(‘Running Man’)과 눈물을 흘리고 있는 가면처럼 보이는 자화상(‘Hellow’)은 작가의 고내를 자위하는 듯, 자기 연민의 성격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곽승호의 작품들은 대부분 자신의 모습을 담거나 자기연민의 상징적비유로 나타나고 있다. 자기 독백의 성격이 강한 그의 그림들은 때로는 허무감에 취해 있으며, 그러한 허무감은 삶의 애착으로 보여 지기도 한다. 삶의 모순들로 가득 찬 현실은 어쩌면 도피하고 싶은 시간들이다. 매일 매일 반복되어지는 일상 속에서 자기 자신의 모습을 망각해 가는 현대인의 모습은 작가에게도 무관하지 않다. 도심의 거리를 방황하는 들개들, 기계처럼 반복된 무기력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작가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분주히 그들의 삶을 응시하고 있다. 허기진 배고픔을 채우기 위해 도심의 쓰레기봉투를 뒤지는 들개나 상사의 눈치를 보며 자기주장을 펼 수 없는, 제도권에 저항할 수 없는 힘없는 도시인들의 삶은 오늘을 살아가는 화가의 삶과 무관하지 않다. 사회적 소외감은 허무와 슬픔의 긴 한숨이 되어 작가를 괴롭혀 왔다. 그러나 작가는 더 이상 낙담하지 않는다. 그는 희망을 꿈꾸고 있다. 어린시절 동내 담 벽에 낙서하고 있는 순수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고통의 승화이며, 자유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확신은 삶의 무거운 것들을 풍자와 유머로 가득 차게 한다. 그것을 통해 우리는 가끔은 무거운 현실의 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자유로운 선과 거친 터치들로 이루어진 변형된 형태와 과장된 표현을 통해 작가는 자유에 대한 갈증을 표현하고 있다. 삶의 무게로부터 자유롭고 싶은 의지는 어린 시절 담 벽에 낙서하듯 그렇게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곽승호의 작품은 풍자와 유머로 가득하다. 이런 점으로 볼 때 그의 작품은 한국의 전통 민화나 키치(Kitsch: ‘저속한 미술품’, ‘사이비그림’이라는 의미로 기존의 작품을 어설프게 이미지만 흉내 낸 그림을 말하는 것으로 19세기 말 독일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또는 패러디(Parody: Parodeia라는 그리스어에서 나온 말로 다른 작품의 표현방식을 흉내 내어 풍자적으로 비평하는 의미를 뜻함) 양식이나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 모더니즘이후의 문화나 작품을 의미하나 여기서는 서로 다른 모더니즘양식들을 혼합하는 표현방식을 사용하는 작업방식을 말함)과 연관지어 볼 수 있다. 민화에서 나오는 호랑이의 표현에서 경직되고 정형화되지 않은 소박함과 익살과 해학을 느낄 수 있듯이 곽승호의 ‘헝그리 울프’의 들개 작품에서도 이러한 소박한 풍자와 익살이 표현 되고 있다. 또한 계급사회를 풍자하고 있는 ‘도시인-조직도’나 손이나 몸짓이 과장된 ‘Running Man'의 작품들에는 전통 회화의 양식들을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다. 이러한 고급문화라고 볼 수 있는 표현에 대한 거부반응을 통해 작가는 기존 사회의 질서를 비판하고 있다. 20세기 모더니즘회화로 대표되는 전통회화의 표현양식들은 그의 작품 속에서 무게를 잃어버린다. 리얼리티를 찾기 위한 20세기 모더니즘의 대표적 표현들인 입체주의의 평면성과 구성주의의 화면구성 그리고 마티에르의 개념은 작가에 의해 저급하고 가벼운 만화나 일러스트로 변질 되어 나타난다. 이러한 작가의 표현방식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작가가 의도하는 것은 전통회화의 표현형식의 답습과 모색 보다는 사회를 바라보는 작가의 관점과 비판을 대중적 접근성이 유리한 형식을 통해 소통하고자 하는데 있다.   오늘날 예술가의 표현방식은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이해 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자신만의 조형언어를 찾기 위해 작업을 하는 작가군과 이와는 반대로 대중적인 상징들이나 기존의 조형언어를 비판적으로 재해석하여 자기 이야기를 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먼저 독창적인 조형개념을 찾고자 했던 작가들을 우리는 20세기 서양의 모더니즘시대의 작가들에게서 찾을 수 있다. 그 시대의 작가들은 기존의 전통형식을 자신들이 살고 있는 시대에 적합한 표현을 위해 새로운 형식이나 개념을 찾으려 노력하였다. 오늘날에는 평범한 형식들이 되어버린 피카소의 입체주의나 몬드리안의 구성주의 또는 점, 선, 평면, 명암, 빛, 사진술 등의 형식과 개념들은 당시에는 매우 창조적인 것들이었다. 과거의 모더니티들이 그 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조형언어를 찾기 위해 노력했던 것처럼 오늘날에도 그러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이와는 달리 기존의 새로운 형식과 개념을 이용해서 자기를 표현하는 작가들도 있다. 이러한 분류의 작가들은 오늘날 포스트모더니티(Post-modernity)나 패러디(Parody) 또는 키치(Kitsch) 예술가로 불려지곤 한다. 곽승호의 작품은 민화나 포스트모더니즘, 키치, 패러디적인 표현에 가깝다. 어쩌면 이러한 표현상의 특징은 당연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사회를 풍자하거나 비판하기 위해서는 권위적인 냄새가 나는 형식보다는 비 권위적이고 대중적인 형식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작가의 의도는 작가의 표현형식을 결정짓게 한다. 물론 형태의 외곡, 과장이나 낙서의 흔적들에서 보여 지는 키치적 표현과, 이와는 상반된 모더니즘의 평면적 화면구성과 마띠에르 효과 및 장식적요소가 한 화면에 혼합되어 있는 점은 작품의 성격을 약화시키고 있으며,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는데 다소 어려움을 주고 있다. 형식의 혼합은 자칫 몰개성을 가져온다. 작품의 독창성은 적극적인 방향의 설정에서 온다. 그러나 이러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곽승호의 작품은 분명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대중적인 친근감이 있다. 선사시대의 라스코 동굴벽화나 조선시대의 민화 속의 그림처럼 그의 작품에는 우리의 진실한 일상이 꾸밈없이 담겨있어 보는 이에게 여유와 편안함 그리고 웃음을 준다. 작가는 삶을 놀이라고 말한다. 우리의 일상을 놀이라고 생각하면 무거운 것이 가벼워지고 즐거워지듯이, 작가는 그림 그리는 행위 역시 놀이라고 생각한다. 잠시 일상의 무게로부터 벋어나 풍자와 유머로 가득한 그림으로의 여행을 떠나보면 어떠할지! 작가의 건승을 빌어본다. 서용인 |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전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중앙대학교 서양화과 및 건양대 대학원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올해 여덟번째 개인전을 대전에서 가졌으며 서울, 대전, 전주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전주에서 인간의 의식과 감각의 형식에 대한 개념작업을 진행 중이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