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8 |
[골목길] 우리마을 골목길
관리자(2006-08-08 11:16:04)
기적소리 지나가는 골목길
글 | 유선주 전주KBS 리포터
빽빽이 늘어선 낡은 집들 사이로 좁은 골목길이 있습니다. 이 골목길엔 철길이 있습니다. 아직도 이곳으로 기차가 다닐까?
군산시내에서 5분 거리. 도시 한편에는 마치 시간을 거꾸로 돌려놓은 듯한 골목 같은 건물사이로 철길이 나있고 기차가 다닙니다.
‘기차길 옆 오막살이 아기아기 잘도 잔다.’ 이 노래가 짠하게 들리는 듯한 곳.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이곳으로 기차가 지날 때마다 혹여 닿을까 조심스럽게 애잔합니다.
기찻길 옆 오막살이 보다 더 심한 집인셈이죠. 겨우 화차를 피할 정도의 틈만 벌려놓곤 사람들은 이곳에 고된 몸을 쉴 안식처를 지었으니 말입니다.
군산역에서 페이퍼 코리아라는 제지공장으로 가는 열차입니다. 하루 한번 아주 느린 속도로 왕복을 합니다. 종이를 운반하는 화물차로 승무원만 타는데, 열차 양옆에 안전요원들이 길이 좁고 위험하기도 해서 기차길 옆 주민들을 환기시키기 위해 나와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중간에 보이는 ‘기적’ 표지판은 이지점에서 기관사에게 기적을 울리라는 뜻인데, 기적소리를 대신해서 안전요원들이 연신 호각을 불어 위험을 알리고 있습니다.
이 기차가 지나가면 이곳은 다시 삶의 터전이 됩니다. 아이들이 뛰어놀고 어르신들은 한여름의 열기를 식힐 터로 문을 열어놓고 나와 담소를 즐깁니다. 집밖에 빨래도 널고 생선도 널어놓고 어느 골목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으로 다시 돌아옵니다.
몇 십 년을 이곳에서 떠날 형편이 않돼 어쩔 수 없이 살고 계신다는 할머니는 이곳이 뭐가 좋다고 사진도 찍어가고 영화도 찍냐면서 창피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곳은 최근엔 모 여가수의 뮤직비디오 촬영지로,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로 뿐만아니라 웨딩사진 촬영장소로도 얘용이 되었던 곳입니다. 아마도 6-70년대의 느낌이 그대로 살아있는 듯한 곳이어서 그 느낌을 찾고자 하는 것이겠죠.
이곳을 많은 사람들이 경암동 철길마을이라고 부른답니다. 마을이라고 부르기엔 안스러울 정도로 작은 이곳은 주변의 대형마트와 아파트와는 걸맞지 않은 상업화로만 치닫는 현실과 동떨어진 과거로에 시간여행을 떠나볼 수 있는 작은 울타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