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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8 |
한옥마을이 들썩인다
관리자(2006-08-08 11:03:50)
한옥마을예술공동체 기획공연 “신나는 놀토(土)!!” 한여름의 문화난장 입구도 출구도, 티켓도 좌석도 없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한마음으로 참여할 수 있는 야외공연은 자체로 생활문화가 된다. 그것이 한 장소에서 정기적으로 이루어진다면 문화로서 그 역할과 타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5월부터 한옥마을 일대에 그럴만한 야외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 22일, 한옥마을예술공동체와 한옥마을 내 문화시설이 공동 주최하는 “신나는 놀토!” 한여름의 문화난장이 경기전에서 막 시작되고 있었다. 한옥마을예술공동체는 전통문화중심도시 전주의 위상에 맞는 다양한 예술 활동을 통해 한옥마을의 문화활성화를 도모하려는 목적으로 강령탈춤전승회, 전통예술원 모악, 국악실내악단 청어람, 노래모임 우리동네, 문화기획 Show Korea 다섯 단체가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것으로, 이들은 외부의 도움 없이 한옥마을 일대에서 매주 상설공연을, 한달에 한번 기획공연을 펼쳐왔다. 오후 4시, 경기전 정문에서 문화기획 쇼코리아가 준비한 락, 힙합, 최신가요 등의 영파워 스트릿 콘서트로 시작된 한옥마을예술공동체의 기획공연 ‘신나는 놀토’는 한 시간마다 한방문화센터, 한옥생활체험관, 공예품전시관 등으로 자리를 옮기며 진행되었다. 5시에는 강령탈춤전승회와 전통예술원 ‘모악’의 민속예술한마당이, 6시에는 국악실내악단 ‘청어람’과 전라북도립국악원 가야금반의 국악실내악이, 7시에는 포크, 락 등의 수준 높은 대중예술이 시민들의 눈과 귀를 집중시켰다. 작은 범주까지 헤아린다면 전통무용, 민요, 판소리, 아카펠라, 시낭송, 시노래 등 그 수를 다 외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관객들의 호응 속에 착오 없이 이어졌다. 외국인들도 자주 눈에 띄었다. 그들은 듣기만 해도 숨이 차오르는 전통예술원 ‘모악’의 풍물장단에 고개를 끄덕여 화답했다.   한옥마을예술공동체 대표 정성엽 씨는 “한옥마을하면 한국의 전통적인 무엇 정도로 생각되고 있다. 고루하다는 느낌 때문에 편하게 접근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일부러 학생들의 노래와 춤 등으로 젊은 분위기를 살려보았다”고 말하며 한옥마을이 삶의 공간이면서 문화의 공간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공연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수시로 장소가 바뀌었지만 관객들은 공연이 끝나면 자리를 털고 일어나 ‘모악’의 풍물장단을 따라 다음 장소로 옮겨갔다. 그렇게 공연이 이루어지는 장소마다 관객들이 있었고 시간이 되면 음악은 정확히 흘러나왔다. 이 날 공연은 4시부터 9시까지 긴 시간동안 이루어졌지만 각 시간대를 책임지는 팀들이 모두 달라 미리 준비할 수 있었고, 덕분에 매끄러운 진행으로 관객들의 편의를 높여주었다. 날도 시원하고 공연도 괜찮아서 남자친구와 하루 종일 따라다녔다는 평화동에 사는 홍리라(25)씨는 “그 전에는 관심이 없어서 그랬는지 전주에 살면서도 한옥마을을 살피러 오지 않았는데 이번에 한옥마을 여기저기를 다니며 공연을 봤더니 자연스럽게 지리도 알게 되었고 내 고장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졌다”고 말하며 시민으로서 ‘신나는 놀토’에 좋은 평가를 내렸다.   이 날 한옥마을일대를 함께 돌며 공연을 즐겼던 시민들은 진정 문화를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누가 부르지 않았는데도 손에 손을 잡고 찾아와 어떤 공연이든 알아서 잘 어울렸다. 해금과 가야금의 잔잔한 협주에는 눈을 감았고, 경쾌한 우리 장단에는 박수와 추임새로 흥을 돋웠으며, 아는 노래가 나오면 자신의 목소리를 그 멜로디에 실었다. 유명한 인사가 나오거나 값비싼 돈을 줘야 갈 수 있는 자리에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 그들이야말로 흥을 알고 멋을 아는 문화인들이 아닐까. 한옥마을예술공동체의 다음 기획공연은 9월에 있을 예정이다. 그 때는 스타일을 바꿔 동시에 다발적으로 한옥마을 여기저기에서 공연을 펼치거나, 태조로의 끝과 끝을 막아 차의 통행이 없는 안전한 공간에서 군데군데 여러 가지 공연을 한꺼번에 진행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한옥마을전체를 뒤집어보겠다는 열정으로 어떤 이익을 바라지 않고 여러 가지 잡일에 따라오는 신체의 고됨도 즐겁게 받아들이는 그들의 모습이 빛났다. 신나는 토요일은 지나갔지만 자유와 여유 속을 넘실넘실 드나들며 신명과 긍지를 한아름 채우고 간 시민들에게 새로운 월요일은 기분 좋게 시작되지 않았을까? | 송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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