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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7 |
좌충우돌 병아리교사의 진짜 교사되기
관리자(2006-07-06 17:37:29)
영광 법성포초등학교 5-2 담임선생님. 정식으로 선생님이라는 명함을 갖게 된지 갓 두 달 째 접어든 나는 꼬맹이 신참 교사다. 처음 발령을 받아 학교에 부임하기 전 두근거림이 생각난다. 아이들과 첫 대면에 어떤 말을 해야 할지 학교는 어떨지 동료 선생님들은 어떤 분들일지 걱정과 설렘이 뒤섞여 잠을 이루지 못하고 새벽 일찍 영광으로 향했던 기억. 4월 말 갑작스런 발령이었기에 그런 두근거림이 더했을 것이다. 처음 도착한 학교는 아름답고 깨끗한 외관이 인상적이었고 곧 운동회를 앞둔 때라 전 학년이 운동장에서 국민체조며 운동회 연습이 한창이었다. 밝은 햇볕 속에 전 학년의 아이들이 바라보는 가운데 나는 우리 반이 어딜까 눈으로 쫓으면서 아이들과 첫 인사를 조회대 위에서 하였다. 그때까지도 나는 행복한 기대에 잔뜩 젖어있었다. 이전에 한 달 정도 기간제 교사를 하면서 나름의 경험을 쌓았다고 믿었고, 그러면서 진짜 우리 반을 꾸리고 나만의 학급경영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기에 아이들과의 첫 시간을 굉장히 고대하고 고대하였다. 그러나 첫 시간의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이 그대로 돌아왔다. 책상위에 발을 올리고 있는 아이, 의자위에서 양반다리를 하고 있는 아이, 거의 누운 듯 이야기를 듣는 아이. “선생님도 처음 오셨는데 우리 체육이나 해요”, “과자파티해요”, “선생님은 언제 가세요?” 등등 나는 첫 시간부터 내 첫 제자들에 대한 설렘과 반가움 그동안의 기대에 대해 말하기 보다는 예의와 바른 자세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아이들과의 씨름이 시작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에게 나는 세 번째 오신 선생님이었다. 내 전에는 잠깐 동안 기간제로 오셨던 분이 계셨고 그 이전에는 젊은 남자 선생님으로 군대문제로 학교를 휴직하신 분이었다. 그것이 문제가 되었다. 아이들에게 진짜 선생님은 내가 아니었던 것. 처음 한 동안은 거의 모든 수업에서 그 남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추억을 잔뜩 남기고 사랑을 듬뿍 주시고 가셨나보다고 내가 더 잘하리라 했지만 슬슬 거기에 지쳐가기 시작했다. 기간제 선생님이 된 것 같았다. 오히려 이전 기간제때는 이런 기분이 아니었는데 나는 그 선생님의 빈 자리를 메우는 대리자인 것 같았다. 우습지만 어쩌면 질투를 했는지도 모르겠다. 나도 사랑을 듬뿍 주자고 생각도 했지만 아이들과 매일 생활하다보면 하나하나 지적하고 고치고 싸움해야하는 부분이 생기고 또 생기기 마련이었다. 수업시간 5분 10분 늦기가 일수고 아이들끼리 서로 다투고 우는 일은 부지기수고, 수업시간 바르지 못한 자세에도 예외 없이 혼을 내야하고 과제를 제대로 안 해오거나 청소를 제대로 안하는 아이에게도 일일이 쫓아가 직접 가르치고 하나하나 확인해야했으니 오후 수업할 때쯤이 되면 나는 녹초가 되고 말았다.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점차 회의도 들었다. 내가 생각했던 교사상은 이런 것이 아니었는데. 내가 꿈꾸던 학급은 이런 학급이 아니었는데. 그저 아이들과 다투느라고 매일을 보내는 느낌이었다. 그러니 학교에 가는 것이 즐거울 리가 없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내 욕심이 컸던 건지 아이들을 다루는 내 방식이 문제인지 그 당시는 그런 고민으로 매일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운동회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운동회 연습이 아이들과 관계를 새로 열어주었다. 우리 5학년에는 총 세 반이 있는데 그 중 두 반이 신규 교사다보니 아무래도 부족한 점이 많았다. 운동회 바로 전 날 총연습이 모두 끝난 뒤 다른 선생님들 지적으로 게임을 바꾸었을 정도니 얼마나 엉터리였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선생님들도 힘들었지만 아이들은 오죽했겠는가. 어제는 이 게임 오늘은 다른 게임. 다시 룰이 바뀌고 또 연습. 점차 아이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내 부족함 탓에 아이들이 고생하는구나 생각하니 아이들을 향한 마음가짐이 바뀌었다. 어쩌면 그동안 쭉 나의 이런 미숙함이 아이들을 힘들게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못된 건 아이들이 아니라 나였을지 모른다는 생각, 내 틀에 너무 아이들을 가두려고만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고개를 들었다. 교실에서 몸을 비틀던 아이들은 운동장에서는 눈이 반짝거렸다. 뛰고 달리고 함께 몸을 움직이고 땀을 흘리면서 자연스럽게 반 아이들도, 아이들과 나도 하나가 되었다.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함께 한다는 것의 중요함을 그때서야 깨달았다. 운동회 당일 목청껏 백군을 부르짖고 함께 승리를 만끽하고서 나는 비로소 5학년 2반 담임선생님이 되었다. 내가 아무리 발을 동동 굴러도 결국 시간이 지나고, 함께 하는 경험이 쌓여야 비로소 해결될 문제였던 것이다. 물론 길고 긴 신고식이 끝난 이후에도 계속해서 나는 아이들과 다투고 있다. 여전히 수업시간에 늦는 아이들을 벌을 세우고 의자위에 양반다리를 하거나 자세를 비튼 채로 뒤를 돌아보거나 다른 책을 꺼내놓거나 한 아이들을 혼을 내고 친구와 다퉈서 반성문을 쓰게 하고 청소시간 아직도 쫓아다니며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 잔소리를 늘어놓고 있다. 아직도 하루는 여유 없이 바쁘게 흘러가버리고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으로 웃었다 울었다. 하지만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 모든 것에 감사할 줄 알게 된 내 마음가짐이다. 이제 나는 아이들로 인해 웃을 수 있어 기쁘고 아이들로 인해 울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시간이 빨리 흘러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내가 한없이 모자라고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선배 선생님들의 연륜이 너무도 탐이 났던 것이다. 교실에서는 예측 못한 상황이 불쑥 불쑥 벌어지기 일쑤였다. 옆 반 친구랑 다투다가 손을 심하게 다치고는 아버지께 혼날까봐 부모님과 내게 거짓말을 해 나를 당황스럽게 하기도 했고 어떤 아이는 나의 훈계에 심하게 반항하여 곤란하게 한 적도 있었고 어떤 경우에는 반대로 그저 울기만 하는 아이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한 적도 있었다. 그때마다 내게 이 상황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연륜이 있었으면 하고 바랐다. 그러나 그냥 흘러가기만 하는 시간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누구나 하나하나 겪으면서 성장하는 것이니 이제는 이 모든 것이 내게 소중한 밑거름이 됨을 알고 있다. 그렇게 나는 선생님이지만 한편 제자이고 가르치지만 또한 배우고 있다. 매일 매일이 이 아이들로 인해 새롭다. 선생님이라는 직함을 얻고부터 단 하루도 같은 날이 없었다. 아이들은 나로 인해 변화하고 나는 아이들로 인해 변화한다. 학기 초부터 한 번도 가방을 가져오지 않았던 아이가 가방에서 알림장을 꺼내어 내게 내밀 때 느끼는 작은 행복감. 수업이라곤 전혀 관심 없던 아이가 수학공부가 재미있다고 말할 때의 성취감. 내 작은 배려에 쓴 삐뚤빼뚤한 서툰 감사의 편지에서 오는 감동.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결코 알 수 없을 놀라운 이 느낌들을 선생님이라는 이름으로 가질 수 있는 것에 얼마나 감사한지. 그러한 아이들의 반응이 나를 또 성장하게 하고 거기서 얻는 기쁨으로 선생님은 매일을 사는 것 같다. 올 한해가 지나면 나는 어떤 일들을 또 회상하게 될지, 올 한 해를 어떻게 기억하게 될지, 우리 아이들 모습은 또 내 모습은 어떻게 변화될지 두근두근 기대가 된다. 모든 학생들에게 똑같은 감동과 감흥을 줄 수는 없겠지만 내가 그 아이들에게 받는 만큼 꼭 그만큼만이라도 행복과 기쁨을 줄 수 있도록 병아리 선생님은 닭이 될 때까지 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성장할 것이다. 박윤정 | 전주교대를 졸업했다. 현재 영광법성포초등학교에서 선생님다운 선생님이 되는 방법을 깨우치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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