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4 | [신귀백의 영화엿보기]
"영화는 세배의 인생경험을 선사한다"
에드워드 양의 <하나 그리고 둘>
신귀백(2003-04-08 09:56:34)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南國再見>이 대만사람들의 하층민 이야기라면 이 영화는 중산층 이야기. 결혼장면으로 시작해서 장례식으로 끝나는 모자이크화. "일상의 파편으로 벽화를 구성하는 것"이 에드워드 양의 영화찍기란다. 키노의 엄청난 칭찬에 비해 솔직히 재미없는 영화.
컴퓨터 회사의 중역으로 일하는 아빠. 첩첩한 일상에 잘 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 장모님은 중풍으로 쓰러져 있고 회사는 일본의 자본을 끌여들여야 하게 생겼다. 그는 일본 출장중에 옛 애인과 조우한다. 그러나 거리감을 좁히지 못하고 만남은 겉돌기만 할 뿐. 현실에서는 재시 잭슨 목사가 그 연세에 혼외정사로 애를 낳고, 우리나라 국방장관 영감님이 옛날 가수에게 러브레타를 보내는데… 영화 속 카메라는 옛사랑과의 만남을 롱테이크로 처리해 거리감을 준다. 쯧쯧, 세월이 얼마나 구보로 달아나는데, 邪戀을 좀 즐기시지. 원, 영환데. 그는 일본 사업파트너와의 이해를 넘어선 인간적 관계를 갖는데(그것도 짧은 영어로) 회사는 작전이 바뀌었다고 철수하랜다. 서로 매력으로 만난 사인데 상담자의 위신은 상관없는 것이 자본의 현실이어서 그는 절망한다. 돈이나 지위란 게 결국 건강과 매력과 시간과 바꿔야 하는 것 아닌가.
여고 1년생 딸. 옛날 아빠가 겪었던 사랑의 과정을 반복한다. 남자친구와 여관에 들지만 옛날의 아빠처럼 그냥 나오고. 또 다른 여자친구를 건드린 교사를 칼로 찔러 잔잔한 영화에 긴장을 준 그녀의 남자친구는 "영화는 세배의 인생 경험을 선사한다"는 명대사를 던지며 사라진다. 첫사랑에 날개를 접은 그녀는 왜 세상은 생각과 다르죠? 라고 물으며 이젠 눈감고 세상을 보아야겠단다. 그녀는 삶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오버를 조절할 줄 안다. <메이드 인 홍콩> 애들보다 훨씬 낫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 애들은 엽기만 좋아하지. 엽기가 쿨한 거라고? 허허, 남한 땅에서는 영화속의 일탈하는 청소년들에게 평론가들은 왜 그리도 관대한가. <나쁜 영화>나 <눈물>에 나오는 애들이 <거짓말>하는 <노랑머리>가 되어 <주유소 습격사건>하는 아이들로 되어 있는데, 나는 여기에 <동감>할 수 없다. 애들아! 심층면접 준비해야지.
초등생 아들. 베스킨 라빈스 광고처럼 이쁜 아이는 아니고. 뒤통수와 모기를 찍는 양양은, 어른들은 안 보이면 안 믿기에, 똑딱 카메라로 보이지 않는 것을 찍기 위해 노력한다. 아빠가 보는 걸 난 못보고 내가 보는 걸 아빠는 못 보지 않느냐? 고 말하는데 양양만한 내 아들은, 블리자드에서 만든 디아블로2의 레벨을 올리려고 칼로 목을 쳐대기에 열중한다. 아버지는 팍스넷이나 돌아다니고.
재민 없지만 어깨에 힘을 뺀 이야기여서 따라 흘러가면 우리네 삶을 만나게 된다. 문제는 있지만 모두들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을 보면 희망은 있다는 이야기로 읽히니, 영화에 인내를 가져 「세배의 인생경험」을 음미해도 좋을 듯. 그런데 허진호 홍상수 합쳐도 후샤오시엔 하나만 못하다는 평론가님들, 그게 정말 그럽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