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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7 |
[채식] 채식, 좋지만 융통성 필요
관리자(2006-07-06 17:04:35)
과거에는 식량부족으로 인한 영양결핍과 그로인해 파생되는 제반 질환 및 영양관리가 식품영양학 분야의 주된 과제였으나 요즘은 그 양상이 다르다. 영양과잉으로 초래되는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방안제시를 통한 올바른 식생활 정착이 식품영양학계가 다루어야할 으뜸 과제이다. 영양학계 전반에서 균형잡힌 식사법을 제시하려는 연구가 활발하다. 과도한 칼로리 섭취, 동물성 지방 및 나트륨의 과잉섭취 등은 비만, 당뇨, 고혈압 및 각종 암등의 발병률을 높이기 때문이다. 식생활과 연루되는 발병률에 대한 인식이 빨랐던 미국, 유럽 등의 서구 선진국들은 일찍이 십여 년 전부터 식생활에서 동물성 식품을 배제하는 채식주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현재 미국 총 인구의 2%에 달하는 570만명 정도가 순수 채식주의자(vegan)라고 보고 되고 있다. 근래엔 국내에서도 채식주의 열풍이 일기 시작했고 그 열기가 만만치 않게 확산되고 있다. 대략적인 통계수치에 의하면 약 40만 명에 달하는 한국인이 순수채식주의를 고집하고 있다고 한다. 과연 순수 채식만으로도 우리 몸에 필요한 각종 영양소 섭취가 부족함이 없을까 의문이다. 채식주의자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모든 동물성 식품을 전혀 먹지 않는 순수채식주의자(vegan)와 계란, 우유 및 유제품을 섭취하면서 식물성식품 위주의 식사를 하는 락토오보 채식주의자(lacto-ovo-vegetarian)이다. 본래 채식주의(vegetarianism)의 어원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채소(vegetable)가 아니라 ‘온전한(perfect)’ 혹은 ‘전체의(whole)’, ‘건전한(sound)’을 뜻하는 라틴어 베게투스(vegetus)에서 비롯되었다. 따라서 진정한 채식주의는 우리에게 건강한 육체와 정신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식사를 의미한다. 그 동안 여러 영양학 분야의 역학, 세포, 동물 및 임상연구로 규명된 채식은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식물성식품 위주의 식사에는 성인병의 원인이 되는 포화지방산과 콜레스테롤 함량이 거의 없고, 다양한 비타민과 무기질이 듬뿍 함유되어 있어 현대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고혈압과 동맥경화, 심장병을 예방하거나 완화 또는 치료의 효과가 있다. 특히 식물성 식품에 많이 함유된 식이섬유소는 혈중 포도당과 콜레스테롤 수준을 저하시키고, 포만감을 느끼게 해주며, 장운동이 활발해 지도록 자극함으로써 현대인들에 있어 운동부족으로 인한 과체중과 비만을 예방할 수 있다. 채식 위주의 식사는 육식 섭취자들에 비해 항산화 영양소를 많이 제공할 수 있어 체내에서 활성산소에 의해 유발될 수 있는 여러 종류의 암 발생률을 낮추고, 노화 지연에도 효과적이며, 광우병 등의 병원성 물질로 오염된 식품 섭취의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확인되었다. 또한 채식은 육식위주의 식습관자나 운동량 부족으로 복부비만이나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각종 암 등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도 크게 도움이 된다. 그러나 오늘날의 채식주의는 본래의 어원에서 약간 벗어나 있다고 볼 수 있다. 채식주의가 야기할 수 있는 영양불균형이 간과되고 있기 때문이다. 순수한 채식위주의 식사는 건강한 육체와 정신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영양소를 손쉽게 채워주지 못한다. 극도의 순수채식 위주 식사는 단백질과 필수아미노산, 비타민 B12와, 철분, 아연, 칼슘 등의 무기질 결핍을 초래한다. 이들 영양소는 주로 동물성 식품에 함유되어 있고 일부 식물성식품에 함유되어 있더라도 그 양이 적을 뿐 아니라 동물성 식품과 비교하여 소화흡수율이 현저히 저조하다. 비타민 B12와, 철분, 아연, 카르니틴 등은 성장기 어린이들의 뇌 발달과 성장, 상처 치료, 면역 기능의 향상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영양소이다. 그러나 어린이들의 식품선호도를 보면 채식위주의 식사에서 그들의 성장에 필수적인 영양소의 공급원인 콩류나 견과류, 해조류 등의 선호도가 낮다. 이 점을 감안할 때 채식위주의 식사는 자칫 어린이들의 성장지연 뿐 아니라 두뇌발달 부진 및 악성빈혈을 초래할 수 있다.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많은 영양소를 필요로 하는 임신 및 수유부, 몸이 허약한 노인들이 채식만을 고집한다면 영양섭취 불균형은 불가피한 일이다. 운동선수의 경우도 채식위주의 식사는 자칫 영양 균형이 이루어지지 않아 운동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순수채식 위주의 식사는 매끼마다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영양불균형이 불가피한데, 이는 육류에서 쉽게 섭취할 수 있는 영양소를 채식으로는 충분히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채식의 장단점을 을 고려해 볼 때 채식은 ‘모든 사람들에게 좋다’ 혹은 ‘나쁘다’로 획일적인 결론을 내리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개개인들의 유전적, 환경적, 신체적 요인 등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채식으로 건강을 되찾는 경우도 있겠으나 잘못된 지식으로 맹신되는 채식 위주 식사는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장질환이 있는 환자들의 경우, 채식을 통한 저단백질 식사는 신장의 부담을 덜어 주어 신장질환 치료에 매우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성장기 어린이들의 순수채식은 성장 발달을 저해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채식에 대한 인식이 다소 왜곡되어 우리의 식습관 현실을 뛰어 넘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식단 여건을 고려할 때 순수채식을 고수하기란 사실상 힘든 일인데도 채식만능이 조장되고 있다. 우리가 늘 먹고 있는 김치에는 이미 젓갈이 들어 있고, 채식주의자를 위한 다양한 콩 요리 등이 많이 개발되어 일반인들이 간편하게 조리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체계화된 서구의 선진국들과는 우리의 실정이 다른데도 말이다. 또 채식위주의 식사를 하려면 채식에서 부족할 수 있는 영양소를 잘 구비한 영양밀도가 높은 식품의 조리법이나 다양한 식사메뉴가 잘 제시되어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한 전문가 중심의 영양교육, 조리교육 및 그 상담자료가 매우 부족한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육류만 먹지 않으면 된다는 잘못된 생각에서 탄수화물 위주의 손쉬운 식사가 일부에서 고집되고 있고 영양밀도가 적은 고탄수화물식사에 야채만 먹는 사태도 발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식사는 결국 고탄수화물식사로 기인된 한국형 고지혈증과 비만을 초래할 수 있으며, 영양불균형을 가져올 수 있다. 서구 여러나라에서는 최근 이와 같은 폐단을 보완하기 위해 순수 채식주의만 고집하지 않고 유제품과 달걀, 생선까지 먹는 페스코 채식주의(pesco-vegetarian), 닭고기까지 먹는 세미 채식주의(semi-vegetarian)가 권장되고 있으며 완전한 채식주의 보다는 융통성 있는 채식주의로 변모해가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여건상 순수 채식주의만을 고집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판단되며 우리 고유의 식습관을 점검 보완한 융통성있는 채식주의가 권장되어야 할 것이다. 굳이 순수채식주의 식사를 즐기고 싶다면 영양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개개인의 식습관을 점검하고 충분한 영양교육을 받은 후에 실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기적인 영양판정을 통해 채식위주의 식사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영양상의 문제점을 점검하고 수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채식으로 부족할 수 있는 단백질과 필수아미노산, 비타민 B12와, 철분, 아연, 칼슘 등의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기 위해 이들이 강화된 식품이나, 콩류 및 두부 등의 콩 가공 제품, 녹황색채소, 전곡류 등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식사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특히, 비타민 B12는 아직도 채식 위주 식사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영양소이므로 보충제를 통해 부족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차연수 | 전북대학교 식품공학과를 졸업하고, 숙명여자대학교에서 식품영양학 석사를 취득했으며, 미국 The University of Tennessee에서 영양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북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전공 교수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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