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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7 |
[채식] 채식을 왜 하게 되셨나요?
관리자(2006-07-06 16:57:02)
우유나 계란도 젖소나 암탉을 기르면서 발생하는 동물학대의 산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늘날 젖소나 암탉들은 공장식 축산방식에서 길러지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항생제, 제초제, 농약 등 화학약품으로 범벅이 된 사료를 먹고 자라고 그러한 화학약품 성분이 가장 진하게 우려 나오는 것이 바로 젖과 알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20여 년 전 이야기이니까, 그 당시에는 채식을 한다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인터넷도 발달되고 채식관련 제품이나 정보 등도 많아서 채식하기에 환경이 좋아졌다는 생각이다. 채식하면서 흔히 듣는 질문 중의 하나는 “채식이 좋다는 것은 알겠는데, 너무 ‘극단적’이지 않나요?”이다. 극단적이다? 나에게는 채식은 숨쉬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사람들은 왜 극단적이라는 표현으로 가늠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채식할 때 나는 비로소 행복해지고 자유를 느낀다. 또 흔히 듣는 이야기가 “채식하면 맛이 없지 않나요?”이다. 하지만 간디는 이렇게 이야기하지 않았던가. 음식은 혀로 먹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먹는 것이라고. 사실 나도 채식을 하기 이전에는 식탐이 정말로 많았다. 내 앞에 있는 먹을 것은 남겨두지 못하는 스타일이었다. 그야 말로 전형적인 견물생심(見物生心)형. 하지만 채식을 하면서 그 소박하고 아름다운 음식에 감사하고 너무나 행복하다. 오이 한 조각, 당근 한 조각이라도 정갈하고 단아한 그 맛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채식을 하면서 항상 느끼는 것은 ‘채식은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라 철학이고 사상이고 실천’이라는 것이다. 속담에도 있지 않은가. 그 사람에 대해 알고 싶으면 그 사람이 먹는 것을 보라고. 사실 나도 채식하면서 인간됐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채식을 하기 전에는 항상 불만과 불평, 불행한 생각들로 가득 찼지만 채식을 한 이후에는 자유와 사랑과 평화로 넘치는 내 자신을 발견한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과 얼굴을 붉힐 일도 없어지고 싸울 일들도 없어진다. 건강은 어떨까. 지난주에도 종합검진을 받았다. 참고로 나는 매년 종합검진을 받는다. 나이가 42세이지만 모든 것이 정상일 뿐 아니라 오히려 체력이나 건강이 20대라며 담당의사분이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육식은 각종 성인병의 원인일 뿐 아니라 암 발생의 증가률을 급격히 증가시킨다. 그러한 자료들은 본인이 운영하고 있는 한국채식연합 사이트에서 소개하고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그리고 채식을 하게 되면서 얻어지는 덤은 술, 담배가 자연스럽게 멀어진다는 것이다. 나도 남들처럼 고기를 먹었다면 또 그렇게 담배나 술로 찌든 전형적인 40대의 한국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아 너무나 행복하다. 사실, 채식모임에서 술, 담배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대다수이다. 물론 술, 담배는 육식은 아니지만 채식을 하면서 술, 담배를 끊었다는 사람들이 많다. 채식모임에서 얼굴빛이 환하고 자신있는 표정의 한 여성을 보았다. 그 분은 26세였는데 10년 동안 줄담배로 살아왔지만 채식을 하면서 더 이상 담배를 피울 수가 없었다고 한다. 채식을 하게 되면 우리 몸에 좋지 않은 정제가공식품, 패스트푸드, 불량식품 등은 저절로 멀어지게 되니 웰빙이 그냥 얻어지는 것이다. 수년간 채식모임을 해오다 보니 정말 다양한 분들을 많이 만난다. 생식과 건식(乾食)만을 하는 사람, 800칼로리로 수십 년을 살아가는 초 소식(小食)인, 고기는 물론 오신채(五辛菜)도 안 드시는 분, 심지어는 여름이면 과일만을 먹는 프루테리언까지. 채식의 세계가 이렇게 다양하구나 하는 생각에 나 스스로 놀란다. 그렇게 다양한 채식의 모습들이 있지만 그 분들이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 것 중의 하나가 획일적이고 일방적인 우리나라의 집단문화이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유교사상이 강하다 보니 개인의 사고나 개성은 쉽게 매몰당하는 것이 현실이다. 채식인을 보는 사회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것도 그러한 때문이리라. 하지만 외국은 어떠한가. 페타(PETA, 동물에 대한 윤리적 대우를 위한 사람들의 모임)와 같은 동물보호단체에서는 헐리우드의 가장 섹시한 채식주의자 50인을 매년 선정 발표한다. 올해는 ‘프린스’라는 남자 가수가 1위에 꼽히기도 하였다. 최소한 미국에서는 유명 연예인 들도 자신이 채식인이라는 사실을 숨김없이 밝히고 자랑한다. 이러한 일들은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그러다가 최근에 송일국이라는 남자배우가 모 토크쇼에서 자신은 건강을 위해서 철인3종 경기를 시작했으며 채식을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았다. 남과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우리나라에서 저렇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는 용기가 매우 신선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도 아직은 고기를 먹고 싶을 때가 너무나 많다고 한다. 하기야 본인도 처음 채식을 시작할 때는 왜 그렇게도 고기가 먹고 싶던지. 그것은 고기에 대한 집착하는 내 자신과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또 다른 내 자신과의 싸움이었으리라. 하지만 6개월 정도 지나니 마음이 정말 편하였다. 흔히 하는 말처럼 ‘마음을 비웠어’라는 말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고기 굽는 냄새를 맡으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제는 고기는 동물의 시체라는 것이 온 몸으로 느껴져 고기 굽는 냄새만 맡아도 토를 느낀다. 심지어는 고깃덩어리를 보거나 냄새를 맡으면 몸이 아플 정도이다. 나는 이러한 것을 채식의 진화과정이라고 이해한다. 채식은 나의 생활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가죽이나 모피 등의 사용을 하지 않게 된 것은 물론이고 가급적이면 비누도 동물실험을 하지 않은 제품을 구입한다. 그리고 될 수 있으면 작은 물건 하나라도 소중하고 오래 쓰게 되었고 생활이 단순하고 검소해졌다. 사실, 나도 처음 채식을 시작할 때에는 외롭고 힘들어 종교나 환경단체 등에 찾아가서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고기를 구우면서 불교를 이야기하고 삼겹살을 먹으면서 환경을 이야기하는 것들이 나에게는 너무나 낯설고 어색하였다. 그리고 나 스스로는 생각하였다. ‘이건 아니잖아’ 동물을 먹으면서 자비를 이야기하는 것은 자선하지 않는 자선가처럼 보였다. 그리고 육식을 하면서 환경운동을 이야기하는 것은 왠지 어색하였다. 육식으로 인한 대기, 수질, 환경의 오염 등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는데 우리는 너무나 코끼리 뒷다리만 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직까지도 우리나라는 채식은 환경운동에 있어서 아주 작은 변두리 문화, 그리고 까탈스럽고 불편한 특이함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물론 환경운동의 역사가 다른 외국 선진국에 비해서 짧은 이유도 있겠지만, 외국처럼 채식은 환경운동의 변두리가 아니라 핵심이라는 열린 사고가 필요하다고 본다. 요즘은 웰빙이라 하여 너도 나도 건강한 삶에 대한 관심이 크다. 하기야 건강을 잃고 무엇이 의미가 있을까. 그러면 우리 인간에게 가장 이상적이고 좋은 음식은 무엇일까. 채식을 의미하는 ‘vegetarian’의 어원은 ‘vegetus’라고 한다. ‘vegetus’는 온전한, 완전한, 건강한, 전체의 라는 의미의 라틴어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그리고 ‘채식은 육지의 발 달린 동물은 물론이거니와 물에 사는 물고기를 먹지 않는 것. 우유나 계란은 개인적인 이유나 성향에 따라 먹을 수도 있고 안 먹을 수도 있다’라고 세계채식연맹에서는 채식의 정의를 내리고 있다. 그러면 채식을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채식이라고 해서 대단한 비법이나 특별한 재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우선 채식하기 제일 손쉬운 것은 우리가 먹는 식단에서 고기 덩어리만 빼면 된다. 비덩주의(非 고기덩어리)라고나 할까. 그리고 나서 고기가 들어간 국물, 찌개, 양념 등을 피하는 것이다. 어찌 보면 너무 쉬운 이야기이지만 그만큼 채식은 우리 일상 속에 누구나 손쉽게 실천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채식을 하면 여러분들의 인생이 180도 바뀔 것이라고 나는 감히 말하고 싶다. 그 기분 좋은 세상을 위해서 자, 오늘은 미테리언(meaterian)에서 베지테리언(vegetarian)으로의 기분 좋은 전환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원복 |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한국채식연합 대표와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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