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7 |
에니메이션으로 만든 우리마을이야기
관리자(2006-07-06 16:47:23)
“청개구리가 있는데요. 오늘 처음 학교 가는 날이에요. 그런데, 학교를 잘못알고 폐교로 가버린 거에요. 그래서 냇가로 들어가 친구들한테 물어봤더니, 길을 알려줘서 스쿨버스를 타고 학교에 갔는데 결국 지각을 했다는 이야기에요.”
동향초등학교 어린이들이 마을지도를 바탕으로 만든 애니메이션의 줄거리다. 지극히 간단하지만, 이 이야기 속에는 마을 앞을 지나는 개천과 폐교 등 동향의 현재 모습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다.
지난 6월 28일 오전, 전교생 65명의 진안 동향초등학교 운동장은 삼삼오오 모여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독립기획가로 활동하고 있는 구혜경 씨가 국무총리복권위원회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후원을 받아 진행하고 있는 ‘무진장 아이들의 마을사랑 프로젝트’가 열리고 있는 현장이었다. 그동안 텔레비전이나 비디오를 통해서는 접해 봤지만 직접 만들어보기는 처음, 마을 지도를 배경으로 흙이나 종이, 손 혹은 직접 주인공이 되어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보는 아이들은 마냥 즐겁기만 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가장 큰 특징은 애니메이션 작업을 한다는 거에요. 그동안 아이들 관련 프로젝트들은 전시 결과물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경우가 많아 단순하다는 느낌이 많았죠. 하지만, 하루 동안 아이들이 직접 제작한 마을지도를 바탕으로 여기에 애니메이션 작업을 한번더 함으로써 좀더 다양한 미술체험을 할 수 있는거죠.”
구혜경 씨의 설명이다. 만화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그동안 환상으로만 품어왔던것을 직접 작업해봄으로써 수업의 참여도가 높아지게 된 것은 ‘덤’이었다.
이번 프로젝트의 기획 의도는 아이들에게 현재 생활하고 있는 마을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심어주자는 것.
“시골에 사는 아이들에게는 도시에 대한 동경이 강할지도 모릅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생활터전인 마을을 다시 되돌아보게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마을에 대해 아이들의 머릿속에 있는 것을 밖으로 끄집어내는 것이 중요했구요.”
강사 선생님들과 마을에 대해 많이 이야기를 나눈 후에 마을지도를 작성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물감이나 크레파스 등 기본적인 미술재료에 흙, 목탄, 호일, 생활용품, 재활용품, 돌, 풀 등 다양한 미술재료들을 이용해 미술적 상상력을 높여준 것도 아이들에게는 신선함이었다.
“이곳에서 몇 년 동안 교사생활을 했는데, 아이들이 이런 경험을 할 기회가 없었어요. 학원도 없고, 휴일 같은 곳에 어디 체험 학습 같은 걸 할 곳도 없어서 늘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인지 ‘커서 뭐 되고 싶니’ 하고 물으면, 눈에 보이는 선생님이나 의사가 되겠다는 애들이 태반이죠.”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이순배 교감은 아이들이 정말 신기해하고 재밌어 하는 것 같다며, 이런 기회를 통해 아이들의 시각이 넓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미술체험은 애니메이션제작 외에도 민화를 통해 옛날 마을의 생활 보기, 자기 이름을 그림으로 표현하기, 우리 전통의 오방색 이야기, 마음 속 표현하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과 함께 애니메이션 결과물 감상을 끝으로 이틀간의 막을 내렸다.
무진장 아이들의 마을사랑 프로젝트는 7월 진안 정천조림초등학교와 9월 무주 괴목초등학교에서 계속된다.
| 최정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