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7 |
지방자치선거와 풀뿌리민주주의
관리자(2006-07-06 16:43:45)
1991년 지방의회가 부활되고, 1995년 자치단체장을 직접 선출하게 된 지방자치는 길게는 15년 작게는 10년에 걸친 경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민의 의사가 관철되는 주민자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2006 지방선거는 정치권의 주장과 구호와는 달리 새로운 지평을 여는 계기가 되지 못하고, 중앙정치의 구호 속에서 대통령선거의 전초전이나 중간심판으로 왜곡되었다.
특히 자치단체장중심의 단체자치와 주민의 직접적 통제와 참여를 보장하는 주민자치의 조화를 통해 지역의 문제를 지역 스스로 결정하고, 이런 결정을 통해 우리 사회의 자치능력을 확대하고 발전시키려는 시민사회의 노력은 정치권에 의해 무산되어 다음을 기다려야 할 정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지방선거는 우리에게 지방자치를 올바르게 실현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여러 가지 귀한 경험을 제공했으며 이에 대한 평가와 제도의 개선을 통해 보다 나은 지방정치가 이루어 질 수 있을 것이다.
‘그들만의 잔치’로 변한 지방선거제도와 경선 방법 등이 개선되어야 한다.
기초의원의 중선구제와 정당공천제가 국회에서 통과되자,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에 예속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는데, 결과는 예측과 똑같았다. 중앙정치의 줄 세우기와 기초, 광역의원, 그리고 자치단체장들과의 담합에 의한 대의원표 ‘주고받기’가 극성을 이루어 정당의 공천과정은 상향식공천의 전형이라기보다는 ‘합종연횡’으로 표현되는 추잡한 표거래였다. 국회의원과 국회의원간의 거래는 물론, 문어발식 무차별적 구걸로 대표되는 이합집산의 결과가 바로 전북 열린우리당 경선의 주요한 모습이었다.
또 이번 전북선거에서 동수를 이룬 민주당도 거의 같은 수준이다. 김제의 돈 공천사건을 제외하더라도, 여론조사를 통한 공천의 원칙들이 무너져 심각한 갈등으로 이어졌고, 이것이 민주당 바람몰이에 일정정도 장애가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래서 양당지배구조가 되었지만, 여전히 정당후보의 공천자가 대다수 당선되는 상황이라 정당후보의 공천과정에서 국회의원의 줄 세우기와 후보자들간의 담합을 배제하고 시민의 참여와 투명성이 보장되는 형태로 변화되어야 한다.
특히 기간당원제가 종이당원에서 썰물당원으로 바뀌는 6개월 동안에, 또 경선기간 중에, 경선 후보들이 사용한 경선 자금의 투명한 공개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시정되어야 한다. 이번 선거는 경선 과정까지 포함하면 무려 6개월 동안 진행되어 가장 긴 지방선거라고 표현되는데, 이 과정 속에서 쓰여진 비용들에 대한 규제와 통제가 필요하다. 또 기초의원의 중선거제와 정당공천제는 중앙정치의 담합에 의해서가 아니라, 주민과 지방정치권의 의사를 존중해서 폐지되거나, 개선되어야 한다.
동시 지방선거와 동시 경선이 갖는 효율성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폐해가 발생함으로써 이제는 동시 지방선거를 지양하고, 지역의 현실에 맞게, 지역민의 선택에 의해서 분리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단체장과 지방의원문광부는 2004년 국어정책과를 국어민족문화과로 출범시키고 11회에 걸친 분야별, 지역별 포럼을 통해 『한브랜드 지원전략』을 수립했다. 한국어, 한식, 한복, 한지, 한옥, 한국학 총 6개 분야로 구성되어 있는 한브랜드는 “품위 있는 생활, 문화의 힘이 강한 나라”를 그 비전으로 삼아 한국전통문화 콘텐츠를 생활화, 세계화시켜 나라경제에 기여하겠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문광부는 그 분야별 주요추진과제로 한국어 - 한국어교육기회 확대, 교육의 전문인력 양성, 남북언어교류 활성화, 한식 - 해외 한국식당 프랜차이즈화 지원, 한국음식 페스티벌 개최, 한국음식 홍보체계 확립, 한복 - 전통복식 발전기반 구축, 우리옷 생활화, 한복 해외홍보, 한지 - 한지 발전기반 조성, 한지교육프로그램 운영, 한옥 - 전통주거문화의 현대적 활용, 한옥건축의 활성화 유도, 한국학 - 한국학 진흥기반 조성, 진흥사업 추진, 한국학 전시 및 교육프로그램 운영 등을 세워놓고 집중 육성할 계획으로 6개 분야별로 거점지역을 설정했다. 전주는 한지와 한옥의 거점지역으로 선정되었다.
이에 전주시는 한(韓)브랜드 사업을 전통문화중심도시사업의 핵심적인 사업으로 추진하려고 한다. 한지와 한옥 뿐 아니라 한식도 전주가 선점할 수 있도록 한지, 한옥, 한식을 중심으로 한(韓)브랜드 전주판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전주시가 계획·추진 중인 한(韓)브랜드 사업은 단기사업 18가지, 장기사업 5가지이다. 전주시는 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올해 초에 한브랜드 계를 신설하고 한브랜드의 산업화를 통합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조직기반을 마련했다. 또 5월 23일 『한브랜드 전주판』을 위해 문화관광부, 전주시, 중앙전문가, 지방전문가 등으로 TF팀을 구성했다. 구성된 TF팀은 토론을 통해 한식, 한지, 한옥 분야의 사업을 발굴, 7월 초에 전주판 한브랜드 사업을 결정할 예정이다.
전주시는 현재 전주비빔밥을 일본, 중국 등으로 수출하면서 국내 프랜차이즈사업 추진 및 2008년 북경올림픽에서 한국음식을 소개하고 중국 현지에 전주비빔밥 전문점을 여는 등의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한지로서는 2004년 한지단지 현대화 사업을 마무리하였고 올해는 닥나무 20만주를 진안과 임실 등지에 식재하였다. 한지산업클러스터 구축도 준비 중에 있다. 또한 산업자원부에서 한지산업화를 위한 (사)한지산업기술발전진흥회를 발족, 전주 한지 발전을 위한 대내외적 조건도 호전되었다고 할 수 있다. 전주시는 곧 발표될 한(韓)브랜드 전주판을 중심으로 한(韓)브랜드 사업을 전주전통문화중심도시추진과 함께 전주시의 내생적 발전의 가장 중요한 발전전략으로 추진하고자 한다.
自然
김용택 시집 『그래서 당신』을 열면 산이 물들고 들이 펼쳐지고 강물이 흐른다. 그 속에 꽃이 흐드러지고 새와 나비가 난다. 부는 것은 바람이요, 물드는 것은 단풍이다. 봄비가 내리는 그 곳마다 사람과 사람의 집, 그리고 화자가 있어 당신에게 말을 건다. 화자를 둘러싼 이 아름답고 사랑 넘치는 공간을 꿰며 시간은 밤낮으로 흘러 사계를 이루고, 꿈에서 생시로 흘러서는 다시 영원으로 흐른다. 이 아름다운 배경에서 화자는 시를 쓴다. 아니, 사랑을 쓴다.
꿈에서도 생시처럼 흰 종이 위에 / 시를 썼다 //
이게 꿈이지, 이게 꿈이지 그러면서 꿈속을 나와도 / 시구절이 생시로 이어졌다 //
꽃을 따라 꿈에서 생시로 날아온 / 나비, //
온 生이 다 환하구나 // 나비 / 날다 - 「나비」 전문 -
1연에서 화자가 꿈에서 쓴 ‘시’의 내용을 간추리면 ‘당신을 사랑한다’이고, 2연은 ‘사랑을 만나 사랑한다고 말했다’는 의미이다. 1, 2연의 비유이면서 4연과 5연의 바탕을 이루는 3연은 시인의 의도를 흠뻑 함축하고 있어 보인다. 나 / 당신의 관념으로서의 나비 / 꽃이라는 자연물, 시를 쓰는 화자와 이 작품의 주인인 시인, 꿈에서 생시로 이동해 생동하는 꽃과 나비의 어울림 등은 生에 대한 화자의 판단과 행위의 조건이 되는 것들이다.
시가 자연에, 자연이 사랑의 대상에 연결되면서 한 몸을 짓는다. 이 지점에서 김용택시는 말하는 것 같다. 자연과 사람과 시가 하나 될 때 진정 맑은 세계를 이룬다고, 그때 우리의 몸짓은 춤이 되어 날아오른다고. 이런 의미에 대한 천착은 이 시집 『그래서 당신』의 핵심을 캐는 일일 것이지만, 핵심은 거기에만 있지 않다. 중요한 또 다른 것은 시인의 표현(고백) 방식에 있다.
無心
나는 그대가 좋답니다 // 은영아! 하고 산에 대고 부르고 싶지요 // 은영아! 하고 바람결에다가 부르고 싶지요 // 나는 혼자 바람 부는 산을 보며 진짜 그렇게 부를 때가 있답니다 -「내 여자」 전문 -
고백의 내용이 얼마나 소박한가? 고백의 수법은 또 얼마나 단순한가? ‘그대가 좋다’, 그리고(그래서) ‘네 이름을 산에 대고, 또 바람결에다가 부르고 싶다’가 고백 내용의 전부이다. 왜 좋은지, 얼마나 좋은지, 이유도 설명도 과장도 없다. 꾸밈도 없어 향기도 날 성부르지 않다. 현대 도시인의 세련된 고백이 아선거를 먼저 분리해야하겠지만, 더 필요하다면 모든 선거가 분리되는 것도 고려할만 하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공약’에 대한 평가와 검증은 더욱 더 강화되어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특히 관심을 끈 것은 매니페스토라고 말하지만, 이것보다 더 관심이 집중되었던 것은 바로 유권자중심의 공약이었다. 전자는 후보들의 공약을 평가하여 유권자들에게 선택의 정보를 주는 것이라면, 후자는 유권자들이 원하는 공약을 후보들이 채택하게 하는 주민중심의 공약운동이다. 물론 이 양자는 상반된 내용이 아니라, 서로 보완되면서 보다 풍부하게 지방선거의 공약의 내용을 확대해나가고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전북지방선거에서 후보들의 공약은 정당과 무소속을 떠나 일률적으로 대규모 투자와 개발을 중심으로 지역별 공약을 첨부한 극히 형식적이고 실현가능성이 지방선거 당선자에 의해서 결정되지 않는 것이 대다수였다.
반면 유권자들이 원하는 공약은 취업, 교육, 삶의 질, 복지, 시내교통 등 지방자치가 해결 할 수 있고, 생활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생활정치의 실내용을 반영하고 있었다. 이렇다면 주민이 보기에는 후보자들의 공약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특히 광역단체장의 경우는 정당의 기초단체장과의 정책적 조율을 거치지 않은 지역공약이 있을 정도였고, 대부분의 후보들은 매니페스토 형식을 따온 형식적 공약발표에 그쳤다. 더구나 경선 과정에서는 정책만 남발되고, 공약이 없음으로 해서, 공약 없는 경선이었다는 것을 주민들은 똑똑하게 기억하고 있다.
가장 중요했던 공약들은 ‘돈 안들이고, 주민의 참여를 보장’하는 공약들이었는데, 이것은 대다수후보들이 채택하지 않아서 주민자치를 실현시키려는 의지가 부족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런 공약들은 부패방지를 위한 ‘시민옴부즈맨에 의한 청렴계약제’, ‘시민감사관제’와 투명한 행정을 위한 ‘의무적 정보공개조례 제정’과 인사독주를 막기 위한 ‘시민참여 인사위원회 설치’, 독립적인 감사위원회설치 그리고 시민고충처리위원회 설치를 위한 조례제정 등 돈이 적게 들거나, 안 들면서 주민참여를 획기적으로 확대하고, 자치단체의 투명성을 보장하는 공약들을 후보들이 채택하지 않았고, 대부분 막대한 예산이 드는 헛공약만을 채택했다는 것이 현재의 후보들이 갖는 공약에 대한 인식이다.
이처럼 이번 전북 지방선거는 여전히 주민들의 관심을 촉발하지 못하고, 정당의 목소리만 높아졌고, 후보들만 뛰어 다니는 선거가 되었다. 지방선거의 제도를 주민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현실에서 심각하게 왜곡된 선거가 치러졌지만, 다른 때보다는 공약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점을 다소 위안으로 삼을 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을 딛고, 시민사회는 주민자치를 실현하기 위한 제반 노력과 부패의 고리를 끊기 위한 제반 제도적인 노력을 주민과 함께 하면서 ‘유권자에서 주민으로’ 복귀한 생활인과 함께 ‘후보자에서 단체장과 지방의원으로 신분상승한’ 지방정치을 견제하여 진정한 풀뿌리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선거는 4년에 한번이지만, 이제는 주민소환제가 있어서 예전과는 다른 주민적 통제를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서 지속 가능한 지역의 미래상에 대한 상상력을 촉발시키며 주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당선자들의 공약이 지켜지도록 요구하면서 새롭게 풀뿌리민주주의인 지방자치를 살리는 원년이 되길 희망한다. 힘차게 전진하자.
박종훈 |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공동대표와 전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 2006 전북지방선거연대 상임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