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7 |
자꾸만 떠오르는 축구에 대한 잡념들
관리자(2006-07-06 16:30:09)
중국 4대기서중 하나인 나관중의 삼국지는 우리나라에서 언제나 베스트셀러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대표적 소설이다. 삼국지와 관련하여 컴퓨터 게임, 만화, TV드리마, 영화 등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는 오늘의 현상은 이 소설이 얼마나 인기가 있고 사회적으로 파급효과가 있는지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는 예라 하겠다. 이 소설이 우리나라에 유입 소개된 이래로 가장 오랫동안 그리고 폭넓게 애독되고 있으며 오늘날에 있어서는 ‘삼국지 산업’이라는 용어까지 생겨날 정도이다.
이번에 전주대학교 전통문화콘텐츠 X-edu사업단 기획공연으로 남원민속국악원을 초청하여 6월 2, 3일 양일간에 걸쳐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모악당에서 펼쳐진 ‘적벽가’(송순섭 작창, 박병도 연출)는 삼국지를 창극에 맞게 각색하여 무대화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삼국지를 토대로 그중 백미인 적벽대전을 중심으로 총 10개의 장으로 구성했다.
‘적벽가’는 유비 관우 장비의 도원결의를 시작으로 삼고초려 끝에 제갈공명과 함께 천하삼분을 꿈꾸는 대목으로부터 장강에서의 적벽대전 이후까지의 전쟁 상황과 수많은 인물들의 책략과 영웅심리를 그린다. 여기서 유비는 비교적 작은 역할로 그려지고 있으며, 조조를 중심으로 극을 이끌어 간다. 극 초반 아직 조조에 대적할 만한 힘을 갖추지 못한 유비는 당양전투에서 패하고 장판교에서 조자룡과 장비의 기지로 위기를 넘긴다. 한편 제갈공명은 조조를 물리칠 계책으로 오나라의 주유를 격동하여 적벽대전을 준비한다. 조조는 오나라 장수 방통의 연환계에 빠져 책사 정욱의 진언을 받아들이지 않고 오직 승리에만 집착하여 전군에 진군명령을 내린다. 주유의 간청으로 남병산에 오른 제갈공명은 칠성단에 제를 올리며 동남풍을 기원한다. 주유군은 황개장군을 필두로 조조군에 화공을 일으키며 일대 공격에 나서자 조조는 뒤늦게 자신이 속았음을 알아차리지만 이미 때는 늦어 아무런 반격도 하지 못한 채 백만 대군을 잃고 오림 계곡으로 패퇴한다. 그러나 제갈공명은 오림 계곡에 관운장을 잠복시켜 조조를 생포한다. 그러나 관운장은 전일에 입은 은혜를 갚으려 생포다. 이렇게 살아온 민족이 오늘날 스스로 가진 위대한 문화를 버리고 산업화라는 이름으로, 현대화라는 이름으로, 서양의 모순된 삶을 흉내 내며 기를 쓰고 따라가고 있으니 한심할 따름이다.
김두경 | 서예가. 서예문화원 ‘문자향’ 대표와 선비문화체험관 ‘우리누리’ 관장님으로 활동하고 있다. 세계배축구대회, 정식 명칭으로 2006 독일 피파 월드컵이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한국 팀이 16강 진출에 실패하면서 주변의 열기가 눈에 띠게 사위었습니다. 동네를 흔들던 함성과 탄식을 다시 듣기 위해서는 그럴듯한 국가대항전이 열릴 때를 기다려야 하겠지요. 골잡이 박지성 선수가 했다는 말을 빌리자면, 우리는 축구가 아니라 국가대표팀을 사랑하는 국민이니까 말입니다.
꿈이 다시 한 번 이루어지기를 기다렸던 터라 그만큼 실망이 컸던 모양입니다. 통신망을 건너다니다 보면 드러내 놓고 선수와 감독에게 시비를 거는 댓글이 심심치 않게 발견됩니다. 지난 한일 월드컵의 추억이 아직도 생생하기는 저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동네 사람들이 모두 주차장으로 몰려나와서 마실 것, 먹을 것을 돌리고 아이들은 밤늦도록 고함을 치며 몰려다녔습니다. 축구가 사람의 관계를 바꿀 수 있음을 확인한 계기였습니다. 이번에도 많은 사람들이 거리응원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좀 더 방만해지면서 후원사들이 조직적으로 대거 등장했다는 점이 전과 달랐습니다.
공중파 텔레비전 방송 세 군데가 동시에 같은 경기를 생중계하는 바람에 화질과 해설을 비교하면서 구경했다는 비아냥거림도 달라진 풍경을 말해줍니다. 방송사가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은 광고주들을 유혹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물건이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소비자의 한 사람인 저는 중계방송 중간에 광고가 나오면 눈의 휴식을 위하여 시선을 돌립니다. 눈길을 돌릴 수 없기 때문에 경기장을 둘러 싼 광고판이 눈에 거슬립니다. 자극적인 광고판의 구성이 자주 선수들의 동작과 겹쳐 방해를 합니다.
월드컵 경기장의 광고판은 경기장 수용인원이 아니라 텔레비전 시청자의 수를 의식한 광고일 것입니다. 텔레비전 중계료와 공식후원사 지정이 피파의 주 수입원이고, 이에 비하면 입장료는 미미한 금액이라고 합니다. 월드컵은 한 마디로 피파, 세계축구연맹이라는 조직체의 장사입니다. 심지어 개최국 독일의 관계자도 예상보다 남는 것이 적다고 못마땅한 어투로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개최국이 결정되기 훨씬 전에 피파가 돈이 될 만 한 것은 모조리 독점권을 주어 팔아버린 것을 그쪽도 이제야 눈치 챈 모양입니다.
경기장 개보수하고 신축하는데 들어간 비용을 피파가 지불하나요? 아닙니다. 규격에 맞는지 평가하러 오지요. 전주 월드컵 경기장을 신축하는데 예상 건설비가 1,000억 원 이상이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매년 적지 않은 유지비가 들어가고 있습니다. 이 돈을 모두 재정자립도도 높지 않은 지자체가 부담해야 합니다. 당시 열 개의 경기장을 짓는데 약 2조원이 들었지만 국가 신인도 제고를 비롯한 유발효과는 그 몇 배에 달한다는 주장도 있고 보면 월드컵 개최국으로서 손해를 본 장사는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저 독일인의 말을 듣다 보니까 월드컵 4강의 감격을 위해 지방 납세자가 지불한 비용이 너무 컸다는 뒷북이 울리는 것입니다.
피파는 후원사 지정으로 걷어 들인 금액의 극히 일부, 일할도 못되는 돈을 참가국들에게 나누어 줍니다. 한국팀의 본선 첫 상대였던 토고의 선수들이 달라던 출전수당은 바로 그 돈입니다. 토고가 어디 있는지 아십니까? 아프리카의 노예해안 가나와 베넹 사이에 있습니다. (지금은 노예해안이라는 말을 쓰지 않지만, 상아해안은 아직도 코트 디브와르라는 나라이름 속에 들어 있습니다. 토고를 비롯한 이 지역은 독일의 식민지였다가 일차대전 후 프랑스의 손아귀에 떨어졌지요. 이번에 프랑스를 이겼으면 속이 후련했을 것을, 오호 통재라!) 1960년 독립했지만 대통령이 암살당하는 등 정황이 불안하던 차에 67년 쿠테타로 집권한 독재자 냐싱베가 38년 철권통치를 하다가 작년에 돌아갔고, 그의 아들 냐싱베가 대권을 물려받았으며, 그의 동생 냐싱베가 축구협회 회장이랍니다. 토고의 골잡이 엠마누엘 아데바요르는 그래도 월드컵인데 뛰어야한다고 했다면서요. 자유 토고 만세! 토고를 위하여 건배합시다.
그런데 피파 월드컵은 술도 물도 담을 수 없는데 왜 컵이라 부르는 것입니까?
| 정철성 편집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