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4 | [문화시평]
'정체성' 찾아가는 도전과 실험 '언어'
신예작가 초대전
구혜경
서신갤러리 큐레이터(2003-04-08 09:49:25)
'新'이라는 글자는 우리에게 희망과 기대로 다가온다.
작년에 우리를 흥분시켰던 새로운 천년의 시작은 별다른 변화없이 시작되었지만
그 단어에서 오는 희망과 기대는 우리를 들뜨게 만들었었다.
우진문화공간에서 기획하는 '신예작가 초대전'은 우리들의 기대속에 신선함과 활기를 불어넣기에 충분한 전시이다. 여기에 참여한 작가들도 말 그대로 신참내기 작가들인 것이다. 아카데미즘을 바탕에 두고 새로이 작가의 대열에 들어서는 단계에서 이러한 전시참여가 발판 역할을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공적인 전시라고 생각한다.
얼마전부터는 지역문화에 대한 관심이 붐을 이루고 발전방향을 여러각도에서 모색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술이라는 영역도 한 구획안에서 나름의 역할과 위치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술가가 제자리를 찾고 자아를 찾는다면 분명 새로움의 돌파구는 있다. 미술안에서 미술가란 어떤 존재인가. 또 우리는 그들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가에 대한 관념은 미술가뿐 아니라 모두가 같이 인식하고 고민해야할 문제이다.
현대미술의 다양성속에서 어느 것이 옳고 그름이 아니라-이젠 더 이상 미술시장에서는 통용되지 않는다-미술가가 무엇을 하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단순히 보여진 대상, 작품간의 기이한 삼각관계에 놓인 것이 아니라 그 행위속에서 자아를 찾고 창조적 충동의 존재를 확인해야 한다. 미술이라는 것은 단순히 어떤 물체의 복사가 아니다. 또한 미술작품이 시각세계의 물체와 '닮은'경우라고 해도 그것의 예술다움, 그것의 가치는 어떤 것과 닮았다는 점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변형의 과정, 즉 시각적 자료에서 떠남으로써 작품 속에 구현되는 어떤 통찰력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미술가의 창조적인 욕구를 믿고 있는 것이고, 그것이 미술가와 일반인을 구분지워주는 요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지역이라는 작은 울타리 안에서 작가가 얼마만큼 창조적인 정신으로 대중들 앞에 드러나는가에 따라 이 지역 문화의 방향이 설정된다. 이제 이 지역에도 틀에 박힌 도제식 교육에서 벗어나 작가의 고유한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것은 개인의 힘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모두가 스스로 인식하고 소통해서 깨어 나가야 한다. 이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도 학연이나 지연을 떠나서 같은 그룹에 속해있는 개별적 작가로서의 위치를 확립해야 할 것이다.
이번 전시에는 아홉명의 작가가 선발되었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작가들의 의식도 변화되고 거기에 맞게 미술도 변화되어 갔다. 요즘의 미술성향이 이런 것이라고 단정짓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어느정도 지역미술에는 하나의 흐름이 아닌가 한다. 전체작품에서 굳이 하나의 주제를 잡자면 '자아성찰'내지는 '자아찾기'라고 보고 싶다.
그들이 사용한 표현방식은 다르지만 하나의 결과물을 위해 나름대로의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는데는 공통점이 있다. 현대미술에서 미술품을 구분짓는 어떠한 쟝르나 구속은 없는 상태이다. 그 안에서 작가들이 얼만큼 자유롭게 자유행위를 할 수 있는가가 현시점의 관건인 것이다. 무질서하게 난발하는 서구미술의 따라하기, 이물질의 첨가등은 난해하다는 이유로 대중들의 외면도 따를 뿐 아니라 지역의 정체성을 극복하는 돌파구로는 부적절하다. 이에 젊은 작가들의 자리매김이 중요하다.
류현희의 작품-자화상-과 김윤경의 작품-1980.7.23-에는 자신의 고뇌하는 모습을 통해 자아가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역력하다. 다양한 혼합재료와 기법을 보이면서 내면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윤정희의 작품-2001~回-과 김미옥의 작품-무제Ⅱ-
는 얼마만큼 그들이 이해하고 자아와 객관적인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모르지만 실험정신에 의한 도전이 보여진다. 탁소연의 작품-卓氏一家-와 장미연의 작품-궁상각치우-, 고승희의 작품-생활속의 즐거움Ⅲ-는 한국화라는 테두리 안에서 인물의 모습을 그들 나름의 언어로 표현하고 있다. 박은정의 작품-관계-과 김철규의 작품-거짓의 두 얼굴-은 자신속에 들어 있는 따뜻함과 차가움의 이중적인 모습을 여러 기호로서 표현하고 있다.
이번에 전시한 작품들로 그들의 사고를 전부 읽기에는 아직 부족하지만 새로움에 대한 도전과 예술창작에 대한 열정이 거듭될수록 그들은 하나의 틀을 형성할 것이다. 이제 아카데미즘에서는 벗어나 진정한 작가로서 발돋움 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마련하고 자신의 위치를 정립해 나간다면 자기 발전과 함께 지역의 정체성을 극복해 나가는 발판도 될 것이다. 젊은 작가들의 험란한 프로세계에 입문함을 축하하며 향후 미래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