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4 | [문화시평]
인간에 대한 따뜻한 탐구가 돋보인다
백제예대 사진 심화과정 <2+1 사진전>
이건용
군산대교수 미술학과(2003-04-08 09:46:32)
서신갤러리에서 백제예술대학 사진과 출신의 4인(강태오, 양성호, 천형택, 최주희)의 사진전이 열렸다. 이들 <2+1전>은 2년간의 대학의 배움과 졸업후 1년간의 심화과정을 거쳐(2+1의 의미) 전시를 하게 되는데 매년 같은 의미의 기간을 거친 새로운 멤버가 참가함으로써 고정된 회원의 그룹은 아니며 올해로 3기인 이들은 서신 갤러리에서 두 번째 전시에 참가한 셈이다.
이미 서신갤러리에서는 90년대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진보적인 한국의 대표 사진 작가들을 초대하여 사진예술의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를 마련한 바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도 이번 전시는 이 지방의 사진예술의 새로운 초석이 되는 것이 아닌가하며 더욱 광범위한 사진예술의 확산을 위해 거론삼아 살펴보고자 한다.
이번에 출품된 4인의 작품은 한 사람당 5점에서 8점 사이이며 천영택의 칼라 사진외에는 흑백사진이다. (작년에는 흑백사진이 전부였다.) 주제도 작가마다 달라서 광대, 아이들, 화장실, 친구 아내 등 작가마다 다르게 선택하고 있고 주제적 컨셉이 인문학적 특징을 갖고 있음 또한 발견되는 점이다. 이러한 점은 모더니즘 예술이 지나치게 매체적 탐구를 통해서 자기 증명적 증식을 추구해온 역사에 대하여 80년대 이후 예술의 인문학적 탐구와 더불어 타 학문과 학제적 관계를 넓혀온 것이 사실이지만 예술의 그 존재의 의미를 작가가 선택한 주제나 소재 개념의 정독에만 다 할 수 없는 것이기에 오늘날과 같은 예술환경에서는 그것이 중요한 요소는 되겠으나 사진=소재라는 등식으로 단순화될 수는 없는 것으로 보여진다.
또 한가지 사진이 다른 시각예술과 구별된 사진 내부 공간의 이미지 구축을 중요한 조건으로 받아들이고 교육과정에서 테크닉 교육상 작업의 전과정이 100% 작가에게 가능한 흑백사진을 선택할 수는 있어도 칼라 사진보다 흑백사진이 더 본질적이라는 근원의식이나 센터의식은 사진에 대한 불필요한 이분법적 사고를 고착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점이다. 교육시설 시스템 면에서 칼라도 가능하다면 흑백과 칼라는 선택의 문제로 되기 때문이다.(물론 흑백 사진의 심오한 미학적 조건을 전혀 고려치 않는 것은 아니지만)
오늘날 사진에 대한 일반인의 활용도나 선호도의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칼라사진쪽이며 대부분 사진기를 소유하고 있고 사진찍는 일은 일상화되어 사진과 대중과의 소통의 여지는 오히려 칼라사진쪽이라는 억지를 쓸수도 있다.
사실 사진의 무한정한 복제화 시대에 살고 있고 사진 이미지의 포화상태가 사진문화라는 정글을 만들었고 사진 작가란 스튜디오안에서 몇그루의 작은 사진나무를 키우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그리고 현상·인화를 전담하고 있는 '현상소'라는 자동화시스템을 공유, 소유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진은 상업적이든 예술적이든 나름대로 목적을 갖고 끊임없이 생산된 사진포화상태의 문화공간에서 사진예술로서 인터텍튜얼리티(inter-textuality)나 판 텍튜얼리티(pan-textuality)한 상황에 놓여진다는 것이다. 그런면에서 볼 때 양성호의 '화장실'과 천영택의 '친구의 아내'는 하나의 텍스트속에 다른 요소들과 연결되어 강태오의 '광대'나 최주희의 '아이들'이 보여주는 완전한 현존(fully present)과는 달리 사진내부에서 상호텍스트성을 읽게 된다.
사진이 의미와 매체로서 또는 사진이 아닌 것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보여지느냐 하는 문제는 액자라는 틀 속에서만 그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은 어떻게 보여주느냐 하는 문제와 더불어 퍼포먼스의 장을 형성하고 환경적으로 어떻게 설치될 수 있는지도 적극적으로 접근해야 할 지점이 아닌가 한다.
우리는 과일을 먹기 위해서 과일이 식탁에 놓여지기까지의 생산의 전과정에 참여하지 않듯이 칼라사진의 경우도 자동화현상 인화 내지 디지털 인화 시스템을 인정해야 하는 문제와 더불어 작가의 역할을 찍는 자와 어떤 조건의 상태로 인화되기를 조정하는 자의 역할 또는 사진을 어떻게 보여주느냐(사진사회와 사진, 사진과 사진 아닌 것과의 관계)하는데 골몰함으로써(암실밖의 문제에 접근함으로써) 사회적, 예술적으로 사진과 사진작가의 문화적 소통(discourse)을 넓히는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따라서 본 지면의 제한으로 더 이상 실제적 접근이 용이하지 않지만 사진교육의 실제 앞에 흑백사진과 칼라사진의 이분법은 해체되어야 하며 사진의 매체적 역할이나 소통방식이나 사진생산 시스템, 사진 아닌것과의 관계, 또는 상업사진의 역기능의 대담한 수용등 보다 광범한 문제는 오늘날 사진이 당면한 문제들이며 사진교육현장에서 담론화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2+1>전은 이 고장 사진예술에 매우 중요한 자양분이 되고 있다. 그것은 흑백사진의 기법적 드로잉이 교육과정을 통하여 매우 성실하게 정착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고 인문학적 접근을 통해서 인간에 대한 따뜻한 탐구를 구성하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