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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6 |
[자전거] 자연 위에 수놓은 바퀴자국
관리자(2006-06-10 10:19:58)
글 | 송경미 기자 저녁 8시 20분, 약속장소였던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분수대광장은 고요했다. 어둠은 사진에 대한 걱정을 확실하게 각인이라도 시킬 듯이 이미 짙게 깔려있었다. 그리고 30분, 잠깐 딴 생각을 하고 있던 사이에 자전거 몇 대가 나타난다. 멀리 있다 싶었는데 어느새 코앞이다. 날렵하다고 해야 옳을 정도의 빠른 속도. 반갑게 인사를 받아주시는 모습에서 삶의 활력이 느껴진다. 늦은 시간 세네갈과의 평가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와 준 전주 MTB 자전거동호회 회원들은 강철민, 김은재, 표문식, 이종택, 박동선, 김창영, 김동언 총 일곱 분이었는데 몸에 착 붙는 복장이 잘 어울리는 군살 없는 몸매를 자랑하고 있지만 얼굴에 세월의 주름을 몇 개씩 새기고 계신 분들이었다. 그러나 나이 차이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심신이 건강하면 마음도 너그러워지는 것일까. 혼자 찾아온 기자가 혹시나 무안할까, 대하는 행동에 스스럼이 없다. ‘전주 MTB’는 1996년에 생긴 전주 최초의 산악자전거 동회회로 전북 산악자전거 선수들끼리 뭉쳐서 만들어진 것이지만 지금은 산악자전거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들도 많다. 다음 카페의 회원들은 백 명이 넘고 실제로 모여 라이딩(riding) 활동을 하는 회원들은 25명 정도. 이들은 화요일 목요일 저녁 8시에 동물원 체련공원 약수터에 모여 10시까지 약 두 시간 동안 자전거로 산을 오른다. 깜깜한 밤이라 위험하지 않을까 했는데 야간라이트를 켜고 하기 때문에 그렇지도 않다고…. 평일에 주로 가는 곳은 모악산 냉굴, 송광사 이봉폭포, 운암, 건지산, 황방산, 기린봉, 남고산 등이고 일요일에는 전화로 약속 장소와 시간을 정해서 다른 지역으로 나가기도 한다. 자전거만 있으면 못 갈 곳이 없다는 것이 모인 회원들의 공통된 말이다. 먼 지역을 가게 되더라도 교통수단은 자전거 하나뿐이다. 비가 오지 않는다면 어떤 날이건 자전거를 탈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표문식 씨는 동호회에서 활동한지 2년이 넘어가는 전주 MTB 전속 의사선생님. 웃으며 던진 말이었지만 전주지역에서 정형외과 의사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은 위험하다고 할 수 있는 산악자전거를 타는 회원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었다. 표 선생님은 자전거를 타는 이유를 ‘자유’라는 말로 일축하며 말을 이었다. “자전거를 타기 전에는 9시면 잠에 들었어요. 그런데 저녁에 사람들과 자전거를 타기 시작함으로서 하루 운동도 되고 좋더라고…. 시간, 장소, 감정을 생각하지 않고 달릴 수 있다는 거, 닦여진 길이 아닌 곳, 인간의 걸음으로 갈 수 있는 길이라면 어떤 곳이라도 갈 수 있다는 것이 산악자전거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가본 코스 중에 어느 곳이 가장 좋았느냐는 질문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라고 입을 모았다. 산악자전거이기 때문에 일반 도로보다 산을 주로 타는 동호회 회원들은 사람도 없고 차도 없는 조용한 임도(산길)에서 마음의 여유를 얻고 맑은 공기와 확 트인 풍경에 일상의 혼잡스러움과 답답함을 잊는다고 한다. 자전거를 타다 보면 나도 모르게 눈앞의 경치에 “빠져버린다”는 이종택 씨의 말에 일동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감탄사를 내뱉었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고 했던가. 이들의 자전거 사랑에 병이 오다가도 사라질 것만 같다. 인터뷰가 한 분에게 집중되는 순간에도 회원들은 자전거 이야기에 푹 빠져있었다. 월드컵 기간에도 축구방송을 틀어놓고 자전거 이야기를 한다는 사람들이니 새삼스러울 일도 아니다. 산악자전거 선수이자 강사인 강철민(34) 씨는 안장, 핸들, 페달에 몸의 무게가 나뉘어져 중심이 분산되기 때문에 다른 운동보다 무리가 없는 것이 자전거 타기라고 말한다. “자전거를 타면 전신으로 운동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같은 자전거라도 산악자전거와 일반자전거는 차이가 있어요. 일반자전거를 잘 탄다고 해서 산악자전거로 산을 오를 수는 없습니다. 평평한 도로가 아닌 울퉁불퉁한 길을 오르내려야 하기 때문에 초보자들은 인도에서 3개월 정도 기본기를 익히고 난 후에야 산을 탈 수 있습니다. 내려가는 법, 올라갈 때의 자세, 장애물 넘는 기술 등을 연습하지 않고 무작정 오르면 위험해요.”   많이 하고 잘 하는 것보다 자기 페이스를 조절할 수 있는 운동이 진짜 운동이라고 말하는 전주 MTB 동호회 사람들은 자전거 뿐 아니라 인생의 페이스를 조절하는 방법도 알고 있다. 그들이 자전거로 오르는 산은 우리의 마음속에 있는 불가능과도 같은 것. 나를 보조해주는 동료가 없다면 오를 수 있다는 용기 또한 있을 수 없고 무언가를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없다면 삶은 의미를 잃고 흔들릴지도 모른다. 다른 것에 목적을 두지 않고 오로지 자전거를 타는 즐거움으로 모여 바람을 가르고 가파른 길을 오르는 사람들이 있기에 지금 이 순간에도 하늘은 바람을, 산은 나무를 피워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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