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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6 |
[자전거] 달리는 자전거의 비밀
관리자(2006-06-10 10:17:15)
글 | 박교선 전주예술고등학교 교사 “오빠, 오빠~아, 왼쪽으로, 왼쪽으로… 그렇게 하면 넘어지잖아!” “야, 그것도 못하냐? 그땐 오른 쪽으로 핸들을 돌려야지.” ‘꽈당’ 넘어지는 소리와 함께 아파트 좁은 뜰에서 아이들의 발자국 소리와 외침이 아침을 깨운다. 토요일 아침이 여느 때와 다른 것은 아이들이 아파트 뜰에 나와 작은 자전거와 롤러브레이드를 타며 즐거운 함성을 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이제 네 발 달린 유모차에서 벗어나 두 발 달린 자전거로 홀로서기를 하는 듯하다. 자전거는 아마도 역사상 가장 멋진 발명품 중 하나 일 것이다. 우리들의 탈것 가운데 대부분은 네 바퀴의 마차이거나 두 바퀴가 옆으로 배열되어 안정된 형태를 취한 것이었다. 그런 가운데 자전거처럼 앞 뒤 일렬로 배열된 두개의 바퀴가 안정적으로 굴러가면서 서 있을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얼마나 독특한 일인지 모른다. 더 나아가 스필버그는 영화 ‘E.T.’에서 아이들이 보름달을 배경으로 자전거를 타고 하늘을 나는 낭만을 구사했다. 또한 라이트 형제는 비행기를 처음 만들 때 자전거처럼 핸들과 페달을 달아 이륙과 비행 시의 좌우 균형을 잡아주는 데 성공했다. 아마 자전거의 가장 큰 특징을 꼽으라면 불안정 속에서 안정과 균형을 찾아갈 줄 아는 기구라는 점이다. 우리의 삶이 불안정 속에서 안정과 균형을 유지하려는 노력의 연속인 것처럼 말이다. 자전거는 사람의 힘으로 손쉽게 이동하고픈 인간의 꿈을 실현 시켜준 편리한 기구인 만큼 그 속에 들어 있는 과학적 원리도 매우 다양하다. 그런데 아침을 깨운 아이들의 함성처럼 자전거가 넘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자전거가 넘어지지 않고 달릴 수 있는 이유는? 그 속에는 어떤 과학이 숨어 있는 것일까? 숱한 궁금함 들이 밀려온다. 이제 달리는 자전거의 비밀을 하나씩 풀어가 보자. 쓰러지지 않고 방향 바꾸기 아침에 자전거를 타는 오빠에게 외친 여동생의 말과 옆에 있던 친구의 말이 다르듯이 자전거를 타 본 사람들이 가장 재미있게 느끼는 일이 있다. 그것은 바로 자전거가 쓰러지려고 할 때 핸들을 기울어지는 방향으로 틀어야 안 쓰러진다는 사실이다. 자전거를 처음 타는 대부분의 사람은 자전거가 한쪽으로 쓰러지려 할 때 반대 방향으로 핸들을 튼다. 물론 쓰러지지 않으려고 한 행동이지만 이런 경우 자전거는 여지없이 쓰러진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물체는 원심력을 받는다. 원심력이란 원 또는 곡선 상에서 계속 직선방향으로 가려는 물체의 힘이다. 즉 회전하는 차안에서 우리 몸이 회전의 바깥 방향으로 힘을 받는 것처럼 느끼는 것과 같다. 자전거를 쓰러지려는 쪽으로 핸들을 돌리면 자전거는 그 방향으로 회전하며 방향을 바꾼다. 이 때 회전하며 방향을 바꾼 자전거는 기울어지는 반대 방향으로 원심력을 받는다. 이 원심력에 의해 자전거는 다시 똑바로 설 수 있게 된다. 쓰러지는 자전거 바로세우기 자전거가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로 자전거가 빠른 속도로 회전을 할 때는 원심력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천천히 갈 때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 때는 무게 중심의 이동으로 설명할 수 있다. 자전거가 쓰러지는 것은 두 바퀴가 일렬로 되어 있어 두 바퀴를 연결한 축을 중심으로 자전거 전체 무게가 평형을 이루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전거가 왼쪽으로 쓰러지려 할 때 핸들을 어느 쪽으로 돌려야 할까? 이상하겠지만 핸들은 왼쪽으로 돌려야 한다. 이유는 자전거의 구조와 관련이 있다. 자전거의 구조를 살펴보면 핸들이 붙어있는 축은 앞바퀴 중심축보다 뒤쪽에 있다. 따라서 핸들을 왼쪽으로 돌리면 핸들 축이 앞바퀴와 지면이 닿는 지면보다 오른쪽으로 이동한다. 즉 사람이 앉는 위치가 무게중심축보다 오른쪽으로 이동하므로 무게가 오른쪽으로 쏠리게 된다. 이 순간 자전거는 왼쪽으로 쓰러지려는 것을 극복하고 다시 평형을 이루게 된다. 쓰러지지 않고 달리기 회전하고 있는 팽이가 쓰러지지 않는 이유와 자전거가 달리고 있을 때 쓰러지지 않는 원리는 같다. 자전거나 팽이처럼 회전축을 갖고 도는 물체는 그 축과 같은 방향의 운동량을 갖고 있다. 이런 물리량은 회전 방향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작용하지 않으면 보존된다. 이는 외부에서 힘이 작용해야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회전하고 있는 물체에 작용하는 힘은 수직방향의 중력으로 회전 방향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아니다. 따라서 회전축을 바꾸지 않으려는 관성을 갖게 된다. 관성이란 현재의 운동 상태를 지속하게 하는 물체의 성질이라 정의 할 수 있다. 정지하고 있거나 움직이고 있는 물체는 각각 관성 때문에 움직이게 하거나, 속도의 크기나 방향을 변화시키려는 어떠한 힘에 대해서도 저항한다. 관성은 수동적인 성질로서, 물체가 힘이나 회전력 따위의 능동적인 힘에 저항하게 하는 것 외에는 물체에 아무런 작용도 하지 못한다. 즉, 움직이고 있는 물체는 관성 때문이 아니라 단지 그 움직임을 늦추거나 방향을 변경시키거나 속도가 더 오르게 하는 힘이 없기 때문에 그 움직임을 지속하는 것이다. 팽이가 회전하고 있을 때 팽이를 살짝 건드려도 팽이는 원래 회전하던 축을 유지하려고 약간의 세차운동을 한다. 이 때 회전하는 속력이 매우 크면 다시 정상적으로 회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를 자전거에 적용하면 자전거의 회전축이 관성을 갖고 변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작은 무게중심의 변화를 회전하는 바퀴 두 쌍이 지탱해 주는 것이다. 일반자전거는 바퀴살을 만들어 관성모멘트를 크게 한다. 그러나 경기용 자전거의 바퀴살은 원판으로 만들어 관성모멘트를 작게 한 것은 경기에 있어 순간적인 속도를 내기 위함이다. 변화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변하려면 그동안에 익숙해져있던 생활의 관성을 작게 해야 변화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자전거 타기의 기본 자전거가 넘어지지 않고 주행할 수 있는 최대의 이유는 탄 사람이 평형을 무의식중에 잡기 때문이다. 기계적으로도 자전거의 안정성이나 진로유지 역할을 하는 것이 있으나 탄 사람의 피드백 기능이 가장 크다. 이처럼 우리의 삶도 탄탄한 기본기에 바탕을 두고 있을 때에 어떠한 상황에서도 감각적으로 대응할 능력을 갖출 수 있다. 또한 우리가 자전거를 타고 달릴 때 상체의 힘을 빼는 것은 자전거 타기의 기본이다. 그런 다음 가고자 하는 방향을 주시하고 시선을 떼지 않는 일이다. 자전거 타는 일이 우리의 삶과 같아서 겸손한 태도와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기본이요, 우리 삶의 목표와 사명을 인식하고 그것을 항상 주시하며 살아가야하는 것과 같다. 사이버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자전거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지혜도 그러하다. 사이버라는 말이‘뱃길의 균형을 조절한다’는 그리스어의 키잡(操舵手)란 말에서 나온 것처럼 자전거타기가 주는 ‘균형과 조절’의 지혜를 생활에서 실천하며 살 일이다. 박교선 | 전북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주예술고등학교에서 과학을 가르치며, 창조적인 영감과 예술적 표현의 활용을 통해 과학적 지식을 보고 듣는 예술매체로 표현하는 수업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올해의 과학교사상’, ‘청소년활동 지도자 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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