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5 |
황사의 봄
관리자(2006-05-10 16:10:40)
글 | 신우종 신우종 내과 원장
춥고 삭막한 겨울철이면 누구나 따뜻한 봄이 오길 기다리지만, 정작 화창한 봄날은 드물다. 바람이 잦고, 어김없이 황사가 날아든다. 시인에게는 그래도 바람 부는 봄날이 아름답다.
진종일 바람 불고
바람 속에 꽃 피고
꽃 속에 내 그리움 피어
세계는 잠시도 멈추지 않는데
내 어쩌다 먼 산 바라
여기에 굳어 돌이 되었나.
- 김지하 시집 <화개>에서 -
사실 나도 의사가 아니라 시인의 말을 쓰고 싶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는 할 수 없다. 봄철의 건강에 대해서 이야기해야 되기 때문이다.
꽃샘추위가 물러가는가 싶으면, 일교차가 커지고 겨울철에도 걸리지 않던 감기가 찾아온다. 또한 봄철의 꽃은 아름답지만, 꽃가루가 많아지면 알레르기성 질환이 늘어난다. 자연은 우리에게 완전한 혜택을 베풀지는 않는 듯하다.
콧물감기라고 생각했는데 잘 낫지 않고 심한 재채기와 함께 맑은 콧물이 심하다면, 알레르기성 비염을 의심해보아야 한다. 때로는 눈과 목이 가렵기도 한다. 여기에다 색색거리는 기침을 하면서 숨이 가쁘다면 천식이 동반된 것임에 틀림없다. 치료는 항히스타민제나 심한 경우 스테로이드를 쓴다. 봄철이 지나면 좋아지는 경우가 많으나, 연중 내내 지속되면 알레르기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치료를 위해서는 원인 되는 물질을 밝혀내야 되기 때문이다. 그 물질이 발견되면 이를 피하거나 제거해주어야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탈감작요법을 시행하게 된다.
봄철에는 기침을 오래 하는 경우도 흔하다. 2주 이상 되는 기침은 흉부 X선 촬영을 하여 결핵이나 폐렴, 폐암과 같은 질환여부를 반드시 알아보아야 한다.
그러나 각종 검사에도 이상 소견이 없으면서 기침이 오래 지속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경우에는 후비루 증후군이나 역류성 식도염 또는 알레르기성 기관지염등을 의심해 볼 수 있다.
감기 후에 기침을 오래 한다면, 특히 코 뒤에서 목으로 가래가 넘어가는 느낌이 있는 경우 후비루 증후군일 가능성이 많다. 치료는 항히스타민제로 한다.
역류성 식도염은 위산이 역류하여 식도염을 일으키고, 때로는 기관지를 자극하여 만성 기침을 유발하기도 한다. 약은 기침억제제가 아니라 제산제이다. 이것을 보고 폐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위를 치료해야 한다는 식으로 비약하진 말자. 여러 가지 기침 원인 중 하나일 뿐이기 때문이다.
최근에 혈압약을 복용하기 시작했거나, 바꾼 뒤에 기침이 시작되었다면 항고혈압제에 의한 기침도 생각해 봐야 한다. 목이 가려우면서, 가벼운 기침을 자주 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렇다고 항고혈압제를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다른 종류의 약으로 교체하면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상의 질환은 진단부터 치료까지 의사에게 맡겨야 되는 질환들이다. 자가치료란 없다. 자습해서 학문을 이룰 수는 있으나 의사가 될 수는 없다. 섣부른 자가치료는 병을 키우기 일쑤다. 그러나 질병을 예방하는 것은 의사가 대신해 줄 수 없다. 감기예방의 간단한 방법을 말씀드리고, 글을 마칠까 한다.
그것은 손을 자주 씻는 일이다. 감기 바이러스들이 공기전파가 아니라 주로 손을 통해서 자신의 코로 전염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감기 철에는 손을 자주 씻자. 특히 황사 철에는 더욱 그렇다. 황사는 호흡기 및 알레르기 질환을 일으키기도 하고 악화시키기도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