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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5 |
샤론 스톤과 주고받은 편지
관리자(2006-05-10 16:06:56)
샤론 스톤과 주고받은 편지 <원초적 본능 1, 1992>의 여신에게 샤론 스톤! 수려한 이마, 새의 날개처럼 올라붙은 진한 눈썹, 그 새가 낳은 알을 닮은 턱선, 살을 파고드는 긴 손톱의 당신이 아이보리 원피스에 다리를 꼴 때, 세상이 진공이 되던 장면을 잊을 수 없습니다. 행동의 예측불허성이라니. 그래요, 스타일이 의미를 넘는다는 게 어디 몸만으로 됩니까. 강철 심장, 얼음 두뇌, 상대를 빨아들이는 오만한 눈, 그리고 자신감 있는 목소리 이 모든 것들이 밸런스를 유지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연쇄 살인 혐의를 받고도 당신은 처벌받거나 죽지 않는, 사회적 통제가 불가능한 여인으로서의 아우라를 만들어냈습니다. 매혹적인 당신, 철저하게 계산적이고 흠잡을 수 없는 사람. 하여, 당신은 팜므 파탈의 배역을 인격화 시키는 단계를 넘어서는 스타로서의 진정성마저 획득할 수 있었지요. 광기를 옹호하는 알 수 없는 질서 말입니다.   마른 시선으로 당신의 섹슈얼리티를 조사하던 두 조각 턱의 마이클 더글러스가 생각납니다. 당신은 세상 남성을 대표하는 이 노련한 수사관이 던지던 관찰과 탐구의 눈길을 경배의 시선으로 되돌려놓는데 성공했지요. 가히 매력을 넘어 마력이라 할 만한 것이었습니다. 분명 당신이 얼음 송곳을 들었을 텐데, 우리들은 당신이 죽이지 않았다고 믿게 되는 착시에 빠지게 되었고요. 스릴러의 공포와 방심한 우리들 관음의 시선은 당신 몸의 특정한 부위들이 의미를 만들어내는 페티시즘에 빠지게 된 것이지요. 아름다우신 당신에겐 도덕이나 의무를 초월한다는 컨셉이 통한 것이랄까요. 음, 솔직히 말해 우리에겐 여신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원초적 본능 2, 2006>의 아주머니께 살인, 섹스, 폭력을 부르는 추리 작가 캐더린 트라멜! 계란 건물을 보니 런던이군요. 에이, 작가님께서 180km로 질주하는 스포츠카 안에서 거시기를 하는데 당신의 피앙세는 정신을 놓아버리고요. 자동차가 주는 시간의 가속화보다는 당신의 정지해 있는 다리에서는 여전히 긴장이 넘쳐났지요. 그러나 계기판에 있는 숫자대로는 살 수는 없는 일이기에 달리던 차는 인근의 강으로 추락하고, 빨라야 하는 약혼자 축구선수는 스포츠카 안에서 익사하고 말지요. 참나, 무시무시한 속도를 즐기면서 소설도 쓴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당신! 살인 용의자로 지목되지만 증거불충분으로 혐의는 벗습디다. 그러나 ‘통제가 불가능한 위험 중독’이라는 정신 감정을 받게 되고 당신은 정신과 치료를 요청합니다. 그런데 선수이신 당신은 지적이고 냉철한 정신과 의사 마이클 글래스를 금방 작업상대로 만들어 버리더군요. 그 역시 당신을 처음 본 순간 강렬한 끌림에 영혼마저 허우적거리고요. 역시 섹스심벌에게는 육감적 남성보다는 지적 남성이 어울립디다. 먼로에겐 입이 조금 튀어나온 양키스의 조 디마지오보다 늙었지만 안경을 쓴 아서 밀러가 ‘그림으로는’ 더 어울리는 것처럼 말입니다. 흐흐. 당신의 도발적 유혹 앞에 마이클은 의사로서의 자제심을 잃고 그의 이성은 서서히 무너져 내렸지요. 사건의 진실을 밝혀야 할 마이클은 원초적 본능에 빠진 나머지 냉정과 치정사이를 헤맵니다. 자아를 철저히 통제하려는 남자가 갖는 정신적 일탈은 마이클의 주변 인물들이 하나하나씩 살해되면서 파국에 이르고 마침내 그는 살인 용의자로까지 몰리게 되고 말지요. 교수직에 매달리는 남자의 욕심은 죄를 낳고 죄의 삯은? 아시지요. 그는 자신을 파멸로 치닫게 한 당신을 향해 물러설 수 없는 게임 끝에 결국은 정신병원에 갇히고 맙니다. 명석하고 강한 남자의 어리석음이여. 그러나, 미안하게도, 당신의 배역은 너무도 여신에 가까운 것이어서 반전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 오히려 이 영화의 큰 약점으로 작용하고 말았습니다. 그래요, 전편의 조금 왜소한 듯한 마이클 더글러스의 자리가 크게 느껴집디다.   늙음의 억제를 유지하는 몸뚱어리를 가진 위험한 독신녀 당신은 오르가즘과 살인충동을 함께 보여 주지요. 우리 놀롤한 남자들은 사실 당신의 피부 속에서 시간을 찾으려 했지만 감독과 카메라는 조명으로 커버하더군요. 당신은 주저하지 않고 울지도 않았어요. 내면적으로 신과 같다는 전능함을 대표하는 당신의 다리는 의미가 과잉부여 됐던 것 아닐까요. 미모와 뇌쇄적 도발미, 이제 생각하니 어딘가 작위적인 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욕망의 미장센, 거기까지더군요. 이렇게 생각합니다. 한 번 해 보자는 식의 시건방진 표정 외에 고민이나 선수끼리의 교감의 표정은 있어야 했죠, 부족했던 거죠. 지적인 남자는 상수로써 치명적 여자에게 당한다는 공식은 한 번으로 족했던 겁니다. 어떠한 괴리도 없이 잉여만 넘치는 여자, 지나친 매력을 가진 독이 있는 여자로서 시간과 속도를 무시한 샤론 스톤의 관성의 법칙은 실패했습니다. 남자들? 그렇습니다. 이제 달력은 성급하게 21세기의 바다를 건너와 당신을 지천명의 세계로 데려가려 합니다. 아줌마의 광대뼈와 완벽한 턱선 사이의 움푹 배인 볼은 당신의 질량감마저 바닥을 드러내게 합니다. 이해심 없는 친구들은 이런 말을 해요. 1류를 가지고 2류를 만들었다. 욕망은 난해하지 않은데 그 과정은 난해하다. 당신 이름 ‘샤론 스톤’이란 기표는 기의를 다했다는 말입니다. 그래요, 아름다운 것은 사라지죠. 그 사라짐을 눈으로 목도하는 것은 처참하기까지 해요. 20세기와 21세기 여신의 연속성을 기대 했지만 결국 당신은 예각밖에 없는 여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만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을 만난 느낌입니다. 음, 당신은 비밀의 수호자로 남았어야 했는데 말입니다. 크레타 가르보처럼 카메라를 피한 채 정글의 코끼리처럼 남모르게 사라져 갈 수 없나, 라는 심한 말을 하는 친구도 있었어요. 하나 더, 내가 알기로 정말 힘든 직업이 소설가거든요. 소설은 절반은 노동이라는 말, 엉덩이가 쓴다는 말을 당신은 아시는지요? 허허. 한국의 남자 팬. 드림    셰런 스턴에게서 온 편지 섹스심벌로서의 유통기한이 다가온다는, 아니 이제 빗자루 탄 마녀역이나 해야 한다고 말하는 당신들! 내가 보톡스 주사를 맞았는지 호르몬제를 복용하는지, 당신들의 관심은 어찌 그것뿐인지요. 개띤데, 타고 났다고? 그래요 나, 이란 산 석류를 먹는답니다. 내 몸? 남들 놀 때 죽어라 운동하고 칼슘이나 마그네슘을 잘 섭취한 겁니다. 당신들, 나는 자동차가 아닌데 왜 그리 연식에 집착하시는지. 당신네 나라 노배우 황정순 여사는 지금도 ‘김지미 양’이라고 말하십니다. 스크린 쿼터에 목매다시는 한국 관객님들, 오팔 년이 무슨 정해놓은 임계점입니까, 내가 꼭 갱년기 우울증이라도 있어야 되겠습니까? 매릴 스트립, 수잔 서랜든과 비교 하지마세요. 지적인 사람도 있고 섹시한 사람도 있는 겁니다. 내가 먼로나 칼라스처럼 죽어야 시원하겠어요? 당신들 카밀라를 아시나요? 브리티시 황태자 애인 말입니다. 그녀의 짙은 잔주름에 매력이 있다는 생각은 못해보셨나요? 당연히 내가 달라이 라마와 사진 찍고 교류한다는 것도 모르시겠네요. 중동 평화를 위해 이스라엘 늙은 영감과 볼맞추는 것은 왜 알아주지 않으시나요? 그래, 나, 셰런 스턴도 입던 츄리닝 입고 대충 자는 때도 많아요. 그리고 가끔은 울 줄도 안답니다. 다음 영화가 나올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주면 안되나요. 안녕, 한국의 남자들. 이만 총총. 프람 셰런 스턴. ps. 위 편지 둘은 미국서 오래 살다 오신 안도현 교수 사모님 박성란 선생께서 전일슈퍼에서 맥주 마시면서 번역해 주신 것입니다. butgoo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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