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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5 |
북청사자놀음보존회 탈춤공연
관리자(2006-05-10 15:20:30)
가깝지만 갈 수 없는 그리움의 흔적들 나들이하기 좋은 봄을 맞아 전통문화센터가 준비한 올해 일요풍류한마당이 4월, 그 첫선을 보였다. 매주 일요일 오후 3시 야외놀이마당에서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우리나라 대표 탈춤들이 공연된 것. 6일에는 황해도 지역에서 단오날 행해지던 강령탈춤이, 16일에는 함경남도 북청군의 북청사자놀음이, 23일에는 황해도 은율지방의 은율탈춤이, 30일에는 200여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봉산탈춤이 차례로 시민들에게 그 흥겨운 모습을 자랑하였다. “지금은 하루 몇 시간 이렇게 보여주고 끝이지만 나 어렸을 때 북청에서는 정월대보름 14일부터 다음날 15일까지 밤을 새서 이 놀이를 했지. 사자가 집집마다, 마당 곳곳을 골고루 돌아다니면서 놀았는데 그러면 모든 잡귀가 사라지고, 한해가 편안할 거라고 믿었거든. 집을 돌때 아이를 사자 등에 태우면 무병장수한다고 해서 귀한 손자 손녀들을 태웠는데 그게 무등춤으로 표현된 거야. 내가 옛날에 무등 타던 어린애였는데…. 그 때부터 이 놀이를 하기 시작했으니까 거의 80년을 한 셈이요.” 연세가 여든이 넘으셨지만 승무춤으로 직접 놀음에 참여하실 정도로 정정하신 이근화선 선생님의 말씀이다. 인간문화재이자 현 북청사자놀음보존회 회장이신 이 선생님의 고향은 함경남도 북청, 그래서 과거 북청마을에서 행해졌던 사자놀음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서울에 있는 북청사자놀음보존회의 회원은 백여 명, 그 중 활발히 활동하는 단원들은 오십 여명 정도인데 이근화선 선생님을 포함 대부분의 회원들이 월남한 연희자와 그들의 자녀들이다. 그들은 60여년부터 지금까지 갈 수 없는 북쪽땅 한국의 민속놀이를 대를 이어 계승하고 있다. 이들이 없었다면 북청에서 전해지는 이 사자놀음을 볼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길놀이, 마당놀이, 애원성, 사자춤, 칼춤, 무동춤, 꼽새춤, 사자춤, 재담, 넋두리춤의 순서로 이루어지는 북청사자놀음은 다양한 춤사위와, 여러 가지 놀이꾼·춤이 곁들여져 있어 뛰어난 놀음으로 평가받고 있다. 좋지 않은 기운을 몰아내 마을의 평안을 빌고 한해 건강하기를 바라는 기원의 마음이 우람한 사자의 흥겨운 춤으로 표현된다. 이 날 북청사자놀음 공연은 한국의 전통문화체험을 소중히 여기는 외국인들과 어린아이들, 어릴 적 추억을 되새기려는 어르신들에게 많은 웃음을 주었다. 사자 한 마리당 장정 두명이 들어가는데 두꺼운 털을 너울너울 흩날리며 나타내는 동작 하나하나가 진짜 살아있는 사자보다 더 위엄이 있었다. 사자들은 매너 또한 좋아서 가까운 곳에 있는 외국인들과 어린아이들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큰 몸을 부비기도 했는데 그 동작이 빠르고 또 실감나 관객들은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며 적극적인 관심으로 화답했다. 연주회, 연극, 전시처럼 주변 공연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명절이나 행사, 대회 때나 볼 수 있는 우리 민속예술극이라는 점에서도, 확 트인 야외에서 바람과 햇살을 몸으로 맞으며 보는 것 자체로도 하나의 특별한 경험이고 추억이었기에 그 가치가 있었지만 아쉬움도 있었다. 줄거리가 꼭 중요하다고만은 할 수는 없지만 눈으로 보고 귀로만 듣기에는 그 숨은 의미가 커보였는데 그것의 전달이 잘 되지 않았던 것이다. 꺽쇠와 대감이 무슨 대화를 하고 있는지를 듣기에는 녹음된 음성이 부정확했고, 공연되는 춤들이 무슨 춤인지, 순서가 어떻게 되는지, 왜 순서가 생기었는지, 춤의 유래가 무언지 등에 대한 처음 설명은 어수선했던 상황에서 짧게 끝나 파악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연기자와 관객이 일정한 거리를 두고 정해진 자리에 앉아서 보아야하는 장소에 제한을 받는 공연이 아니고 연희자와 구경꾼이 손이 닿을 정도로 가까운 (손이 닿아도 무방한) 거리에 존재하여 서로의 호흡이 그대로 전달되는 생생한 현장이었음에 앞으로 개선될 진행사항에의 미미한 실수라고 넘겨도 무방할 듯하다. “재밌었어요?” “네! 사자 진짜 크고 무서워요~ 그치그치? 막 토끼도 잡아먹었어요!!” 바람이 많이 불었지만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날아가지 않고 호기심과 즐거움 안에 머물러 있었다. 그 천진난만함이 멈추지 않고 키처럼 무럭무럭 자라 어른이 되어서까지 지속될 수 있도록 우리 전통민속놀이와 문화를 올바르게 가르쳐주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그래서 가깝지만 갈 수 없는 우리나라 땅 바로 그 곳에서 북청사자놀음을 직접 볼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이 거세게 불기를 바래보았다.   | 송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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