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마을을 자주 다녔음에도, 그곳에 찻집이 있는 줄 몰랐다. 편집회의 시간이었다. “이번 달엔 ‘오목대 가는 길’을 한번 해보면 어떨까?” “오목대 가는 길에 뭐가 있는데요?” 오목대 가는 길에 ‘오목대 가는 길’이 있었다. 하지만, 이곳은 ‘목적지’와 ‘속도’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는 보여주지 않겠다는 듯, 길 바로 옆에 있음에도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작고 ‘조용히’ 위치하고 있었다. “자주 다니는 곳에 있어도, 찾느라고 혼났습니다.” 간신히 ‘오목대 가는 길’을 찾고 이곳을 운영하고 있는 이현옥 씨에게 처음 건낸 말이다. “찾는 것도 재밌지 않나요? 간판을 좀 키우라는 손님들도 많은데, 그럴 생각은 없어요. 가게도 작은데, 간판만 클 이유도 없고요. 지나가다가 간판을 보고 재밌다고 찾아와서 사진 찍어가는 손님도 많아요.” 일곱 평 공간에 세네 사람이 서 있으면 꽉 찰 듯한 작은 홀과 작은 방이 두개, 행랑채 한쪽 귀퉁이를 얻어서 꾸민 것이라고 했다. 찻상도 네 개가 전부였다. 하지만, 답답함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단정한 인테리어와 눈이 가는 곳마다 주인의 정성어린 손길이 느껴지는 화사한 소품들이 작은 공간을 아늑하고 편안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실제로 메뉴판은 물론이고 햇빛 가리개, 찻잔 받침, 다포 등 웬만한 인테리어 소품은 이현옥 씨가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손님들이 잠깐이라도 편안하게 머물다 갈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런데, 손님들이 잘 아시는 것 같더라구요. 오시면 시골집에 와있는 것 같이 편안하다고 하시고, 또 오세요. 그러면 저도 기분이 좋죠.” 그러고 보니 높은 천장의 가지런한 서까래, 오래돼 보이지만 반들반들 윤기가 흐르는 궤짝 눈길 가는 곳마다 정겹지 않은 곳이 없다. 주인의 바람은 이곳에서 파는 차에도 고스란히 들어가 있다. ‘오목대 가는 길’에는 언제나 차향이 은은하다. 이현옥 씨가 자랑스레 추천하는 메뉴는 ‘쌍화탕.’ 연세 지긋한 어른들이 좋아할 법한 쌍화탕이 이곳에서는 젊은이들에게도 인기다. 옹기솥에다 직접 달인 것을 장수 곱돌에 다시 끓여 내어, 먹는 방법도 재밌기 때문이다. 오미자차나 매실차도 직접 주인이 담은 것을 내어온다. 이래저래, 오목대 가는 길은 한번 앉으면 일어서기 싫은 공간이다. 일상의 번잡함을 잊고 잠시 어디론가 숨고 싶다면, 오목대 가는길에서 ‘오목대 가는 길’을 한번 찾아 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