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윤걸- 모두들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예원예술대 창업대학원에서 교수로 있고, 문화저널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문윤걸입니다. 문화저널에서 지난 1년이 넘게 각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각 자치단체의 문화정책들을 둘러보았습니다. 오늘은 이것들을 총 정리하는 차원에서 문화정책에 대해 각 시군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고, 정책을 추진하는데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그리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논의해보고자 합니다. 오늘 어느 정도 논의가 된다면, 문화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이것들이 도지사 출마자들에게 전달된다면, 전라북도의 문화정책을 세우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재환- 일선에 있다보니 힘든 점이 많아요. 문화라는 것이 지역마다 많이 틀려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전주만 하더라도 어느 정도 문화정책을 세울 수 있는데 반해 임실은 아주 작은 군이다 보니, 문화정책을 세우기 막연해요. 관광과 문화가 겸비되어야 하는데, 이것이 이루어지기 힘들죠. 최근에는 도립사격장을 임실에서 위탁받아 사용하고 있는데, 이윤을 남기겠다고 주민들이 고추전이라도 만들어서 팔고 있어요. 그런데 그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사먹질 않아요. 그리고 어떤 문화축제 같은 것을 하려면 연출도 해야하고, 먹거리도 만들고, 잠자리도 만들고 해야 하는데, 이런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도 어렵죠. 이러다보니, 자체적으로 문화예술정책 수립하고 시행한다는 것은 정말 어렵고, 현실적으로 흉내만내다가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김진돈- 문화라는 것이 주민들과의 호흡관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당장 하려고 하면 잘 안됩니다. 인력과 마인드, 주민들의 호응이 있어야 하는데, 어렵죠. 오늘은 문화정책에 대해서 들어보고, 한수 배울까 와봤습니다. 정훈- 평소에도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많은 좋은 말씀들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면서도, 이재환 과장님 말처럼 참여정부들어 광역단체까지는 ‘지방화’의 기운이 많이 느껴지고 있는 것 같은데, 기초자치단체까지는 이런 기운이 잘 느껴지지 않는 것 같아요. 특히 무주 같은 경우 전주에서도 멀고, 충청도와의 접경 지역이기도 하다보니 지역세도 약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독자적인 문화정책을 수립히야지, 전북도로부터의 지원은 기대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태권도 공원 같은 경우 무주가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 중의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할 수 있죠. 황성희- 정읍통문의 경우 첫해 캐치프레이즈가 ‘정읍의 미래, 문화가 대안’이라고 내걸었는데, 여전히 대안으로서의 문화를 고민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지역의 문화적 상황이 여전히 너무 열악하기 때문입니다. 문윤걸- 오늘 자리는 특정지역의 문화정책이 좋다 나쁘다 잘하다 못했다는 평가를 하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에 부담을 가지실 필요는 없습니다. 오늘 자리의 핵심은 이재환 과장님이 잘 말해준 것 같습니다. 지역의 문화정책이 잘 되고 있으면 이런 자리도 필요 없을 것입니다. 각 시군의 문화정책을 둘러보니까. 이런저런 점에서 어렵더라는 것을 느끼게 됐습니다. 이것들 중 어떤 것들은 머리를 맞대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도 있을 겁니다. 그래도 어려운 것들은 광역단체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구요. 이재환- 오히려 옛날보다 문화정책이 퇴보한 듯한 인상도 받아요. 정훈님의 말처럼, 옛날에는 도나 문광부에서 지원을 받았는데, 요즘은 균형발전특별법이라고 해서 도나 중앙정부가 기초자치단체에게 떠넘기는 식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전라남도의 구례 같은 경우에는 도에서 도특수사업이라고해서 한옥을 증개축하기만해도 몇 천만원씩 지원해줍니다. 전남과 전북의 경제규모가 같지는 않지만, 전북도의 경우 말로는 문화가 대안이라고 말해도, 이런 부분이 약한 것이 사실이죠. 문윤걸- 옛날에는 중앙정부아래서 개별약진이 가능했는데, 참여정부 들어서는 모두 도를 거쳐서 해야 하고, 또 큰 사업 같은 경우 균형발전특별법으로 묶여버리기 때문에 회계상으로도 각 사업들을 진행하기가 어렵다는 현실적인 면을 지적해주셨습니다. 신봉준- 일정 자치단체에서는 특별한 문화정책이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 문화정책을 이끌어갈려면 관련 전문가나 단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합니다. 특히 자치단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하죠. 하지만, 자치단체를 보면, 문화관련 공무원 잘해봐야 1,2년 이면 자리를 옮기게 됩니다.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일을 알아야 하는데, 매년 되풀이 되는 행사라던가 시책업무 추진하는데도 급급한 실정인 것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문화정책을 수립하고 이끌어나가겠습니까. 경험을 되살린다면, 올바른 문화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여기에 근무하는 공무원이 적어도 3년은 근무해야 합니다. 그래야 업무를 이해하고 연속성 있게 추진할 수 있어요. 현재, 어디나 마찬가질 것입니다. 시군에서 주도적이고 창의적으로 개발해서 추진 중인 정책은 거의 없어요. 중앙단위의 정책을 조금 변형해서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위에 분들도 문화에 대해 말만 거창하게 하지, 솔직히 관심은 없습니다. 이런 실정에서 문화예산을 확보한다던가 하는 것은 소속 공무원의 의지 없이는 불가능하죠. 때문에 가장 시급한 것이 문화관련 공무원의 장기 근무입니다. 이를 위한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연구해봐야 할 것입다. 이재환- 지금의 인사 시스템으로은 순환보직을 메꿀 수가 없습니다. 때문에 민간전문가들의 활용을 적극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문화원에서 2,3명의 인적구성을 통해, 이들을 활용하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지금 있는 공무원들로는 안된다는 말입니다. 별정직이나 학예직 등 민간전문가의 장기적이고 제도적인 활용이 필요합니다. 임실군의 경우, 문화원 이사들을 한번 바꾸려고 해봤더니 쉽지 않았습니다. 문화원 예산이 임실은 7,8천만 원 정도 지원됩니다. 이 중 책 발간하는데 1천5백만 원 나가고, 인건비로 4천만 원, 여기에 학생백일장 등을 하는게 전붑니다. 문윤걸- 민간전문가들이 시장을 직접 보조하는 곳이 전주와 진안 두 곳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들은 별정직이나 학예사들과는 틀리게 시장을 직접 보조하죠. 지금까지 회계구조의 문제, 광역단체의 의지문제, 담담공무원의 보직문제, 여기에 덧붙여서 이를 보조해주는 곳으로 문화원의 역할이 필요한데, 이것이 어렵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오늘 정읍에서 두 분이나 오셨는데, 정읍 쪽에서는 어떤 문제들이 있을까요? 시태희- 과거에는 관에 항거한 농민들의 반란을 기념하는 행사를 관 주도로 해왔습니다. 그러다가 여기에 대해 문제점을 느껴 지금은 민간단체 주도로 하고 있죠. 물론 예산은 시에서 지원하구요. 그런데, 작은 민간단체에서 이런 일을 전담하는데 한계가 있다보니, 관에서 어느 정도 개입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관이 들러리를 서는 기분이 들 때도 있습니다. 여기에 관과 민의 스타일이 다르다보니까 혼란이 오기도 합니다. 또한, 동학농민혁명 기념행사를 농번기 때 하다 보니까 사람들의 참여도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문윤걸- 정읍의 대표적인 행사들을 민간단체 쪽에 넘기다보니 그 역량에 대해 여러 얘기들이 나왔다는 말씀 같습니다. 황성희- 정읍에 문화정책이 활성화된 측면이 있다고 말씀하시는데, 문화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의식 없이, 단지 문화라는 이름으로 이런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다고만 말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읍은 문화관광을 ‘상품’으로 히트시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선택과 집중보다는 백화점식 사업을 진행하는 것 같구요. 정읍의 대표적인 축제가 동학축제와 정읍사 축제가 있는데, 민에 전담시켰지만, 그 역량이 부족하다고 얘기했습니다. 동학축제와 정읍사 축제를 만드는 인력은 그 성격이 확연히 다릅니다. 동학축제를 만드는 곳은 순수한 민간단체라고 한다면, 정읍사제전위원회 같은 경우 퇴직 관료들이 모여 있는 곳이죠. 지역에서의 문화에 대한 헤게모니가 모두 관에만 집중되어 있는데, 관이 이 역할을 제대로 해주지 못하고 있다보니 여러 문제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재환- 전승회나 보존회가 옛날에는 순수했던 것 같은데, 요즘 지방선거가 가까워지면서 이런 곳의 인력이 자연스럽게 정치색 있는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는 것 같아요. 이런 단체들을 지켜줘야 합니다. 황성희- 보존회나 전승회를 기웃거리는 사람들은 지역의 유지급들이 대부분들이죠. 이런 사람들의 전통문화에 대한 인식은 옛것을 그대로 보존하는 것 이상이 아닙니다. 문화정책을 세울 때 문화라는 것을 어떻게 보느냐. 관광상품으로 보느냐, 아니면 지역민들이 즐길 수 있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삶의 형태로 보느냐, 뭐 이런 문화에 대한 본질적이고 진지한 고민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지금은 온통 관광상품으로 히트시키는 것으로만 집중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틀을 깨야한다고 생각해요. 문화관련 공무원들이 오랫동안 근무해야 한다는 데에도 이런 맥락에서 회의적입니다. 여러 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에서는 몇 년을 근무하든 근본적으로 똑같기 때문에 민간전문가의 적극적인 활용방안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정훈- 이런 점에서 문화의 주체가 누구냐에 대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역의 문화는 역사와 함께 고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무주 같은 경우 향토사를 깊이 있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지역의 문화는 지역의 역사에서부터 출발하고 그 근간을 이루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죠. 지역의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인력들이 많이 발굴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지역의 문화자원들이 몹시 궁핍한 상황입니다. 지역의 인력문제에 대한 제안을 하자면, 지역내에서만 문화인력이 순환되는 구조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싶어요. 지방자치단체시대가 되면서 도와 지역, 지역과 지역사이의 인력 교류가 완전히 끊겼습니다. 문화담당 공무원이 각 시군 단위나 전북도를 순환하며 근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문윤걸- 문화의 인식에 관한 틀, 또 역사와 문화를 동시에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을 해주셨습니다. 또 하나 문화인력에 관해서도 지역 내 뿐만이 아니라 지역간의 교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만, 공무원뿐만 아니라 민간쪽에서의 교류도 상당히 부족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역에서 민간차원에서의 교류를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인력풀이 있어야 합니다. 각 지역에 인력풀이 형성되어 있는지 궁금합니다. 신봉준- 아까 했던 발언이 와전된 것 같습니다. 문화 쪽을 맡게 되면 업무 파악에만 최소 1년 정도는 걸린다는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1,2년 있다가 금방 또 전보를 가버린다면, 업무파악만하다가 끝나버린다는 것이었습니다. 김진돈- 문화원에서 혼자 나왔는데, 문화원을 많이들 질타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문화원의 근무인력은 거의 한명입니다. 사무국장 혼자 돌아다니면서 일하는 것입니다. 본연의 임무를 하기도 빠듯한데 인터뷰요청 들어오면 인터뷰해줘야지, 원고청탁 들어오면 원고 써줘야지…. 문화원이 축제 이벤트까지는 관여하기 어렵습니다.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의 문화적 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일에만 집중하기도 힘이 듭니다. 축제 이벤트까지 하는 것은 사실은 예술인총연합회에서 해야합니다. 신봉준- 사무국장 혼자 일하고 있기 때문에 있는 어려움입니다. 현재 7,8천만 원의 예산에 약간의 예산을 더 보태 학예사를 두세 명 보충한다면, 훌륭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재환- 저 역시 문화원 원장과 사무국장을 공채를 통해 마인드 있는 사람들을 뽑고, 학예사들을 몇 명 뽑아 운용한다면,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시태희- 문화라고 하면, ‘옛것’이라는 것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전라북도는 특히 예향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현 자치단체에서는 이런 논의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상태라는 겁니다. 다리하나 놓는 것은 시각적으로 그 성과가 드러나지만, 그 효과가 있는지도, 언제 나타나는지도 모를 문화정책에 대해 의원들의 동의를 얻기도 힘듭니다. 지금까지의 인식을 뛰어넘은 획기적인 예산편성과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합니다. 사실 정읍은 어떤 문화적 사안마다 문의할 자문단을 갖고 있습니다. 학예연구사를 운용하고 있긴 하는데, 학예연구사도 중요하지만, 문화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는 자문단이 더 필요합니다. 다만 그동안 자치단체 자문단들이 대형 이벤트성 행사에 치중하다보니 이렇게 흘러왔다는 느낌을 받기는 합니다. 황성희- 자문단을 모집하려면, 정읍에 뿌리를 내리려는 30대 문화 인력들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진돈- 남원을 찾아갔는데, 남원의 문화관광과에 어떤 공무원이 10년 동안 앉아 있는 것을 봤습니다. 남원에 관한 것은 그 분에게 물어보면 다 나왔어요. 경험과 연륜도 어느 정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황성희-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어디에 뭐가 있고 이런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젊고 획기적인 마인드라고 생각합니다. 김진돈- 실무담당자가 마인드가 없으면, 실제로 논의자체가 안된다는 말씀은 분명히 맞습니다. 시군에서는 최소한 문화담당 학예사가 있던지 해서, 문화관련 얘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꾸준히 있으면 좋겠습니다. 황성희- 다만 이런 일을 하려면, 자발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 와야 한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문윤걸- 문화정책이 지자체에 아주 중요한 정책에 속하게 되었습니다. 전주시만 해도 문화관광과는 승진 1순위로 바뀔 만큼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 시군단위 자치단체까지는 이런 흐름이 생기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전주시는 외부에서 많은 제안들이 들어오는데, 공무원들이 쉽게 판단하기 힘들어하는 것 같습니다. 전주시는 이런 경우에 대비해 이것을 전담하는 6급 전문직공무원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시장 직속연구원 특별 공무원도 있습니다. 전주에는 이런 식으로 문화만가지고 정책을 연구하고 생산하고 중앙으로 보내는 전문 프로젝트 전담팀이 있는데, 시군단위에 이런 팀을 운용할 수는 없을까요? 이재환- 다양한 문화적 자원들을 연계하고 홍보해서, 사람들을 유인해야 문화상품이 되는 것인데, 작은 시군단위 지자체에서는 이것이 어려운 일입니다. 임실 같은 경우 첫째 문화인력이 없어요. 시골이라 먹고사는데 급급해, 문화에 대한 관심도 갖기 힘듭니다. 김진돈- 시골이 고령화되고 있다보니까, 문화의 전승이라던가 하는 부분을 신경 쓰기 힘든 것 같습니다. 시군단위의 문화정책 자문단들이 마련되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자문단에 교수들만 집중할 경우 지역의 특성을 몰라 실현하기 어려운 너무 이상적인 정책을 마련하게 될 것입니다. 자문단에 지역주민도 좀 참여시키고 해야 합니다. 지역주민이 지역에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문윤걸- 지금까지 너무 어려운 말만한 것 같습니다. 혹시 희망적인 일은 없나요? 정훈- 복권기금을 활용한 여러가지 프로젝트들이 지역에 많이 뿌려지고 있습니다. 아까 공무원들의 자세에 대한 얘기가 나왔는데, 무주의 공무원을 대할 때, 색다른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전문성은 좀 떨어지는 것 같은데, 열려있는 자세를 갖고 있어요. 외부에서 아이디어나 정보를 주면, 이런 것을 적극 활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주에 보면 예체문예관이 있는데, 복합문화예술체육시설입니다. 여기에 큰공연장과 소공연장이 하나씩 있는데, 재작년까지만 해도 연중공연 횟수가 5,6회 정도, 소공연장은 예식장으로 주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복권기금에서 예체문예관의 공연과 교육을 위한 예산 3천만 원을 확보했어요. 무주 같은 경우 지자체부담금이 20%밖에 되지 않아, 적은 예산으로도 좋은 공연을 꾸준히 올릴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좋은 공연이 많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관객 동원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지금은 커뮤니티를 형성해, 관람객을 유인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어요. 문윤걸- 아까 황성희 기자가 주장한 것과 비슷한 내용인 것 같습니다. 아이디어는 지역 내에 있고, 관에서 이것을 적극 수용하고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황토현 축제 같은 경우 굉장히 비전있는 축제로 보았습니다. 역사를 주제로 한 유일한 축제기 때문입니다. 또, 그 많은 축제들을 다 버리고, 황토현 축제와 정읍사 축제에만 집중한다고 한 점은 정말 바람직한 일인 것 같습니다. 시태희- 정읍의 축제는 농번기 철과 겹쳐서 행사의 취지는 아무리 좋아도 사람 동원이 쉽지 않습니다. 해가 갈수록 내실 있고 규모가 알차게 발전하기 보다는, 그때그때 치러내야만 하는 일로 되는 것 같고, 인적구성도 고령화되다보니까 여기서 오는 힘든 점도 많습니다. 아무리 내실 있게 하려고 해도 사람들이 오지 않으면, 행사나 축제 자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김진돈- 봉동 사람들은 일년에 한번씩 모두 천변으로 나와 씨름판을 벌입니다. 슈퍼 하는 사람들은 라면 몇 박스, 현대자동차는 축구공 백 개, 이런 식으로 조금씩 내와서 한쪽에 쌓아놓고 말 그대로 자체적인 잔치판을 벌이는 것입니다. 이런 자생적인 축제판인 경우에는 오지 말라도 해도, 다들 옵니다. 신봉준- 축제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만, 자생적으로 놔뒀으면 좋겠어요. 자연스럽게 경쟁력이 없으면 도태되는 것이고, 아니면 살아나는 것이죠. 이렇게 놔뒀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언론에서 각 자치단체에 축제가 너무 많다는 비판이 많은데 그럴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황성희- 그런데 문제는 자생적인 축제가 좀 된다 싶으면, 관이 개입해버린다는 것입니다. 전국적인 축제를 키워보겠다는 것이죠. 이러면 꼭 문제가 생깁니다. 문윤걸- 지금까지 여러 가지 말씀들이 있었습니다. 나름대로 각 지역에서 문화정책을 수행하고 있지만, 각 지역마다 편차도 있고 현황에 따라 차이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지역에서 문화정책이 갖고 있는 위치가 다른 정책들에 비해서 다소 밀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나왔던 말씀들을 요약하자면 문화정책은 전문성이 요구되고 있는데, 전문성을 갖추기까지 공무원들의 보직변화가 너무 빠르다는 것. 민간전문가들의 참여가 원할한 구조가 되어야 하는데, 이런 구조가 부족하고, 민간전문가들의 역량이 부족한 측면도 있다는 것. 지역에 관과 좀 밀착되어 있는 민간의 역할이 순수성을 상실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그리고 이것은 지역의 정치적인 구조 때문에 그렇다는 것. 지역의 민간전문가 풀을 관에서 좀 폭넓게 갖출 필요가 있겠다는 것. 지역이 문화정책을 펼치기 위해서는 광역단체와 연계해야 하는데, 광역단체의 의지가 약하다는 것. 문화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지역주민의 문화 향유권으로 보느냐, 지역의 발전을 위한 문화관광 산업으로 보느냐에 따라 그 정책이 달라질텐데 양자에 개념상의 혼돈이 있다는 것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문제들에 대한 나름대로의 해결제안이 있으면 좀 말씀해주세요. 신봉준- 이렇게 많은 문제점들을 우리 힘으로만 해결하기는 힘듭니다. 지역관광상품개발 쪽에서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지역주민들에게 문화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찾아가는 문화공연 등을 하고 있어요. 이것을 좀더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 연극을 본 지역주민들도 많지 않은 실정입니다. 이런 활동을 통해 지역주민들이 문화가 무엇인지 알게 하고, 지역의 문화활동가들에게 활동 폭을 넓혀주겠습니다. 찾아가는 문화활동은 중앙정부에서 1천만 원을 주면 자치단체에서도 1천만 원을 보태서 하게 되어 있는데, 우리지역은 2천만 원을 지원했습니다. 올해는 여기에 더 보태서 하겠습니다. 문윤걸- 지역 내의 문화향유권을 광역자치단체에서도 좀더 지원해 달라는 말이었습니다. 도립국악원에 지원되는 예산이 많습니다. 도에서 운영하는 예술단체인데, 전주에서는 매주 공연을 하는 반면, 다른 시군에는 그만큼 가지 못하는 것 같아요. 이런 것도 적극 활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정훈- 문화예술인들도 외부의 요구가 있기 전에 조금 자발적으로 찾아가고 해야 하는데, 이런 점에서는 아쉽습니다. 내부의 자성이 필요합니다. 이와 함께, 더 많은 지역들에서 이런 공연을 누릴 수 있는 제도적 배려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와 아울러 문화예술분야에 대한 예산 할당제와 함께 문화예술분야의 전문인력을 운용하도록하는 제도적 지원도 필요합니다. 문윤걸- 전북도는 이번 선거가 끝나면 문화직렬제라고 해서 문화전문공무원을 채용하게 될 예정입니다. 황성희- 조직의 문화적 역량을 키우는 것도 좋지만, 현재 자생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문화적 인력들을 이끌어들여 함께 하는 방안을 연구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전문성을 외부의 교수 등 전문가들에게만 찾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활동가들에게 찾는 것도 중요합니다. 문윤걸- 이런 지역의 활동가들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심포지엄이나 포럼 같은 것을 많이 열어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런 공개된 논의자리를 자주 갖다 보면, 지역의 활동가들을 수면 밖으로 끌어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이들의 역할을 찾아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재환- 자치단체가 아무래도 업적과 성과를 내야 하니까, 지금까지 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정책이 수립됐지만, 이제는 생활권을 중심으로 문화정책을 세웠으면 좋겠습니다. 김진돈- 문화전문 인력이 없는 곳이 많습니다. 시군단위별로 문화전문 인력이 충분히 있어, 관에서 주도하는 프로젝트들을 이 인력들이 실행할 수 있으면 좋은데, 그렇지 못해 아쉽습니다. 시군별로 문화전문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방안들을 먼저 연구해야 할 것 같아요. 문윤걸- 문화저널은 그동안 각 시군의 문화정책을 살펴봤습니다. 오늘은 그 마무리로 실제 시군에서 문화정책을 담당하는 공무원분들과 민간 활동가들을 초청해서 우리가 집중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들여다봤습니다.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오늘 논의된 내용들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서 문화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긴 시간동안 좋은 말씀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