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민요 <떡타령>에서는 두텁떡을 볼 수 없다. ‘떡 사오 떡 사오 떡 사려오’를 간간 되풀이 하면서의 떡타령이다. 정월 보름 달떡, 이월 한식 송편, 삼월 삼질 쑥떡, 사월 팔일 느티떡, 오월 단오 수리취떡, 유월 유두 밀전병, 칠월 칠석 수단, 팔월 한가위 올벼송편, 구월 구일 국화떡, 시월 상달 무시루떡, 동짓달 새알병, 섣달 골무떡 등이 차례로 등장한다. 떡타령은 이것으로 다하지 않는다. 여러가지의 시루떡(蒸餠), 친떡(搗餠), 지진떡(油煎餠), 단자(團子)류의 이름도 들어가 있다. 그러나 두텁떡의 이름은 볼 수 없다. 이 떡의 이름이야 이미 음식에 관한 옛 문헌에서 보아왔고, 웬만한 국어사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오직 이 떡을 맛보고 즐길 기회는 일찍이 가져보지 못했다. 술도 좋아하고 떡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우선 사전적인 설명만을 들어도 입맛이 댕길 터이다. ‘찹쌀가루를 꿀이나 설탕에 반죽한 후에 귤병(橘餠: 설탕이나 꿀에 졸인 귤)과 대추로 소를 박고 꿀팥을 두둑하게 뿌려가며 켜켜이 안쳐서 찐 것을 네모나게 썰어 낸 떡’이라는 설명이다. 한자어로는 ‘후병(厚餠)’이라 했다. 두텁떡을 직접 맛본 것은 최근의 일이다. 정통궁중음식을 자랑하는 음식점 「궁(宮)」(전주시 완산구 중화산동 2가 556-1, 전화 227-0844)에서 였다. 문화일보 예진수 차장과 함께한 자리에서 였다. 주인 유인자(柳仁子)여사는 ‘조선왕조궁중음식기능보유자’로 중요무형문화재 제38호(1973)인 황혜성(黃慧性)교수로부터 궁중음식의 조리법을 전수받았다고 했다. 유기 반상기(飯床器)들에 담긴 갖가지 음식들이 보기에도 정갈하고 아름다웠다. 밥 먹기에 앞서 술잔을 받아 들고 상위의 진수성찬에 황홀경이었는데, 떡접시도 놓여 있었다. ‘무슨 떡입니까’ ‘두텁떡입니다. 옛날에도 여염에서는 흔히 대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궁중에서의 별식이었지요. 「밥 위에 떡」이라는 말이 있으나, 맛 보시라고 미리 밥상에 조금 올렸습니다.’ 유여사의 이야기였다. 우선 처음 대하는 두텁떡에 젓가락이 이끌렸다. 거피한 팥고물의 향이 미각에 앞서 후각부터를 즐겁게 한다. 떡의 모양도 귀품스럽다. 복슬복슬한 느낌이다. 한 입 베어물자 입안 가득 향미다. 그 향미에는 밤 향기가 있는가 하면 대추 향기도 돋는다. 잣 향기인가 하면 유자 향기도 일렁이다. 꿀 향기도 있고 계피 향기도 있다. 팥고물로 복슬복슬 덮인 떡에 박은 소가 연삽하게 씹힐 때마다 이러한 향기들이 어울려 입안을 즐겁게 한다. 향미의 소가 떡 안에 들어 있어, 하나하나 봉우리진 떡이 복슬복슬한 모양이다. 그래, 이름도 두텁떡, 후병이라 한 것이려니 싶다. 예진수차장과 이야기이야기 나누며 반상기에 담긴 음식들을 하나하나 맛보는 일은 즐거움이었다. 저 자리에서도 그랬거니와 돌아와서도 이따금 생각나는 것은 두텁떡의 맛이다. 생각만으로도 입안이 포근하고 향기롭기만하다. 그날밤 술도 마실만큼 마시고, 밥도 먹을만큼 먹고, 두텁떡도 즐길만큼 즐겼다. 술맛 밥맛 안주맛 반찬맛은 웬만큼 잊혔으나, 오늘도 두텁떡의 맛만은 잊혀지지 않는다. 입안에 남아 돈다. 그래, ‘밥 먹는 배 다르고 떡 먹는 배 다르다’는 말도 있어 온 것인가. 집에서 별식으로 만들어 먹자 해도 이는 쉬운 일이 아닐 것 같다. 손도 정성도 많이 들겠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