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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4 |
이제, 문화를 통해 대화의 물꼬를 열자
관리자(2006-04-08 13:59:48)

글 | 유봉희/ 『소금밭』편집국장 인천도 그렇지만 타 지방(필자는 ‘지역’이라는 용어보다는 ‘지방’이 정확한 개념을 지니고 있다는 판단 아래 ‘지방’을 고집하고 있다)에서도 ‘국제’나 ‘세계’라는 타이틀을 내건 예술행사나 각종 이벤트들이 경쟁적으로 개최되고 있다. 작금의 상황은 이른바 ‘축제공화국’을 넘어 세계화의 맹목적 수용을 보이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세계화의 실현이라기보다는 세계화의 흉내내지는 세계화의 외피를 두른 후진성의 적나라함을 스스로 보이고 있는 꼴이다. 인천의 경우 각 구 단위에서도 무슨 축제 하면 ‘국제’나 ‘세계’ 타이틀을 달지 않으면 속된 말로 쪽팔리는지 알고 있을 정도다. 행사의 내용과 방향성이 뚜렷하게 국제화를 내걸 명분이 있다면 부정할 일이 아니지만 단순히 규모의 과시나 다른 행사와의 비교우위를 점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 정도라면 예선 낭비를 떠나 이것은 오히려 반문화적이고 시대에 뒤쳐진 모습을 스스로 고백하고 있는 작태에 불과한 것이다. 문화예술계나 시민사회에서 이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지만 민선 시장, 청장들의 끝없는 자기과시의 욕구는 그칠 줄 모르고 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기획의 배후에 이른바 ‘운동권’ 출신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야말로 이러한 상황들을 비판하고 알뜰한 행사를 기획해야 하는데 상업성에 점점 빠져 들고 있으니 실로 보아주기가 힘들 정도다. 물론 훌륭한 문화기획자의 선두에는 늘 운동권 문화꾼들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하는 말이 아니다. 전반적 상황을 말하는 것이다. 문화행사나 축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사실 ‘지방’의 문제를 다시금 되짚어 보기 위해서다. 수억을 퍼부어 다른 나라 사람들을 귀하게 모셔다 한판 잔치판을 벌이고 있는 시간에 우리는 과연 이 땅에 함께 사는 다른 지방 사람들을 한번 생각해 보았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방분권을 외치지만 오히려 지방 간 경쟁만이 대세를 이루고 있지 지방 간 상생과 교류를 진진하게 고민했는가 묻자면 어느 지방도 이에 대해 당당하고 명쾌한 답을 내지 못할 것이다. 인천에 사는 입장에서 인천의 사정을 말하지 않을 수 없겠다. 부정적 이야기라 다소 주저되기도 하지만 우리의 모습을 스스로 까발려 타 지방과의 대화의 물꼬를 열고 싶은 소박한 마음에서 전하는 것이다. 인천은 두 시간 내로 가 닿을 수 있는 수원, 부천, 시흥, 안산 등과 인접해 있지만 그쪽 사람들과 그 흔한 미술교류전 한 번 하지 않았다. 부천은 새롭게 문화도시로 자리잡아가고 있지만 그 성공의 원인을 분석하려는 인천의 시선은 존재하지 않다. 바로 이웃의 삶과 문화에 대한 관심은 그렇게도 인색한 사람들이 왜 외국의 문화와 그쪽 사람들에게는 과도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지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다. 몇 년 전 인천시가 30억을 들여 ‘세계춤축제’를 개최한 적이 있었다. 같은 기간에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도 비슷한 행사가 예정되어 있는 상황에서도 행사는 강행되었다. 서울은 몇 년 전부터 외국의 유명 무용단과 사전 협의를 거쳐 유명 춤꾼들을 불러올 수 있었지만 인천은 사전 준비미비로 외국의 유명 무용단은 초대할 수가 없었다. 행사는 그야말로 개판이었고, 수십억의 예산은 공중에서 날아가버린 꼴만 보인 것이다. 문화예술인들의 사고도 문제다. 이제 그들의 눈에는 수억 원은 예산으로 보지도 않는 것 같다. 최소 10억 단위 정도가 되어야 무슨 판을 벌일 수 있다는 규모의 확장만이 판을 치고 있는 것이다. 적은 예산을 들여 타 지방과의 교류의 물꼬를 여는 문화예술 행사가 절실하다. 이런 교류를 통해 서로 타 지방을 방문하면서 서로의 고민과 함께 풀어갈 의제들을 찾아본다면 얼마나 좋을까? 비행기를 타지 않아 돈을 줄일 수 있어 좋고, 배를 타지 않아 멀미도 없으니 이러한 편안한 여행과 축제가 어디 있을까? 몇 년 전 문화저널에서 전북의 정체성에 대한 특집기사를 본 적이 있다. 깜짝 놀랐다. 전통의 도시전주에서도 정체성을 고민하고 있다니… 인천도 10여 년 간 정체성에 대한 지속적인 토론이 있었다. 이제는 지겨울 정도까지 왔다는 느낌이다. 그러나 정체성에 대한 확인은 각자의 몫으로 남기기로 어느 정도 합의를 본 것 같다. 심지어 정체성이 없는 것이 인천의 정체성이란 자조까지 나올 정도다. 이렇듯 다른 지방에서 같은 고민을 있다는 사실 앞에서 함께 토론하고 고민하는 자리는 아름답고 의미있는 것이 될 것이다. 이제 서로의 담을 허물고 대화를 하자. 문화의 교류를 통해서 말이다.   유봉희 | 1963년 충남 대전에서 태어났다. 1987년부터 인천에서 살면서 신문사 문화부 기자를 거쳐 갤러리 ‘화랑’과 출판사를 운영하며 문화운동을 펼쳐오고 있다. 특히 인천의 정체성을 찾는 ‘인천학 신서’시리즈 등 인천과 관련한 책을 50여 종 출간했다. 현재는 출판 디자인 그룹 ‘다인다트’ 대표로 있으며 대학원에서 국문학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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