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최정학 기자 예촌은 조금만 유심히 둘러본다면, 어느 곳이던 한번 던진 시선을 머물게 하지 않는 곳이 없는 공간이다. 예촌은 김제 금구면사무소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다. 겉모습은 입구에 서 있는 돌하루방과 낡은 우체통이 시선을 끄는 점을 빼곤, 그리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돌하루방의 사열을 받으며 들어선 공간은 별천지다. 입구에 들어서자 ‘졸졸졸’ 물소리가 은은하게 공간을 흐르고 있다. 7,80년대 웬만한 집 마당 한구석엔 꼭 있었던 ‘작두식 물펌프’가 쉼 없이 물을 퍼내고 있다. 비록, 실제로 펌프질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작두식 물펌프’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반가울터다. 예촌의 내부는 온통 이런 추억의 물건들로 가득 차 있다. 7,80년대 ‘국민학교’에서 쓰던 걸상, 그 시절 수업의 시작과 끝을 알렸을 학교종, 풍금이 여기저기 비치되어 있고, 벽면엔 선반을 만들어 갖가지 모자나 카메라 등을 전시해 놓았다. 모두 세월의 때가 묻어 있는 물건들이다. “여기 있는 물건들은 한 30여 년 동안 제가 틈틈이 모아온 것들이에요. 어렸을 때부터 물건 모으는 것이 취미였거든요. 13년 전에 다방이었던 곳을 인수해, 전통적인 공간을 만들려다보니 지금까지 수집한 것들을 여기에다가 내놓게 되었죠. 처음엔 제가 수집해 놓은 것들이 거의 대부분이었는데, 나중에 보니 손님들의 빈 공간을 채워주더라구요.” 예촌을 운영하고 있는 박태선 씨는 “이곳은 옛 것을 활용해 공간을 꾸밀 뿐만 아니라, 실제로 옛 물건들을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박 씨가 보여준 것은 계산대에 있던 전화기였다. 양손으로 각각 송화기와 수화기를 들고 사용하는,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에서 볼 수 있었던 전화기다. 박 씨는 일제시대 때 쓰던 것이라고 해서 일명 ‘모시모시 전화기’라고 일러주었다. 지금도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화장실에는 30여 년 전 쓰던, 진공관 라디오가 여전히 주파수를 정확하게 잡아 음악을 들려주고 있었다. 때문에, 주말이 되면 이곳엔 가족들 단위의 손님이 많이 온다고 한다. 추억을 회상하며 오는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데려와서 옛 물건들을 설명해주는 부모들도 많다는 것이다. 이곳에 손님들이 찾아오는 또 하나의 이유는 멸치 국수와 비빔밥의 맛이다. “인공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고 전통의 맛을 내려고 노력했어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음식들도 직접 개발한 것들이 대부분이지요.” 특히 박 씨는 현재 고추장에 발효시킨 야생초 장아찌를 넣어 만든 비빔밥을 개발해 놓고, 이것을 상품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봄, 날씨 좋은 주말을 골라 가족들과 함께 맛있는 비빔밥도 먹고, 옛 추억도 되새기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