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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3 |
호모루덴스와 스크린쿼터
관리자(2006-03-08 21:24:44)

최근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기 위해 스크린쿼터(한국 영화 의무상영제도)를 금년 7월부터 현재의 연간 “146일 이상”에서 “73일 이상”으로 줄이기로 합의하였다는 정부 발표로 인하여 영화계가 들끓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영화인들의 노력으로 지켜진 스크린쿼터제는 이제 2,3백만 관객을 동원하는 정도로는 세간의 이야기 거리가 되지 않을 만큼 국내 영화시장을 성장시켜온 데 큰 기여를 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국내 영화관의 한국 영화 상영비율이 60%를 넘어섰다는 보도와 함께 FTA가 체결되면 국내총생산(GDP)이 2% 증가되고, 일자리가 10만 여개 창출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은, 보호의 장막을 걷어 버리기에는 아직도 영세한 대다수 영화인들의 입지를 약하게 하고 있다. 스크린쿼터 축소는 한미간 FTA 협상개시의 최후 난제로 여겨져 왔다. 여기에서 한국의 경쟁력 있는 가전제품, 휴대폰 등 공산품에 자국의 안마당을 내주면서까지 스크린쿼터 축소에 집착한 미국의 의도가 무엇인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4년도에 개봉되었던 영화 “알렉산더”는 미국 영화인들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 미국 내에서 흥행에 실패하여 당연히 적자가 예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는 흑자로 기록되었는데, 이는 해외 시장에서의 수입이 미국시장의 적자를 메우고도 남았기 때문이다. 소니, 디즈니, 워너브라더스 등 세계 3대 영화사와 세계에서 가장 큰 소비시장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 입장에서는 해외부분의 파이(pie)가 이렇게 큰 줄 몰랐던 것이다. 세계무역기구(WTO) 체제하에서 전 세계는 급속도로 하나의 시장이 되고 있다. 세계시장에서 미국의 경쟁력 있는 산업은 크게 농축산물, 무기산업, 그리고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를 중심으로 하는 지적재산산업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 세 가지 산업은 미국의 무역역조를 다소나마 감소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앞의 두 가지는 우리가 감히 미국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다만, 엔터테인먼트산업의 경우 사정은 좀 다르다. 이 산업에 있어서 미국은 전 세계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10여년 사이에 국지적으로 미국 주도의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균열을 가져온 것은 다름 아닌 동아시아에서 한류열풍이라고 할 수 있다. 한류시장에서 한국은 마치 세계시장에서 미국과 같은 지위를 갖고 있다. 한류상품을 통한 동아시아지역 엔터테인먼트시장에서 강자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지속적인 유지가 필수적이다. 국내에서 군불을 계속 지펴야만 이 지역에서 그 호조세가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금번 스크린쿼터의 축소는 장기적으로 한류시장의 위축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호모 루덴스(유희적 인간)”로 정의되기도 하는 인간은 항상 놀이를 원하고 있어, 그 시장은 언제나 존재해 왔다. 게다가 중국을 비롯한 한류소비지역의 경제적 급성장으로 인하여 이 지역의 향후 엔터테인먼트산업에 대한 수요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가 미국과의 FTA 체결에 지대한 관심을 갖는 이유 중 하나는 미국이라는 세계에서 제일 큰 소비시장을 확보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를 지렛대로 하여 중남미 시장까지 그 확대를 노리는 데 있다고 한다. 자국의 거대한 시장을 내주면서까지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그토록 들어오려고 하는 미국의 의도가 단지 우리의 엔터테인먼트 시장만을 겨냥한 것일까? 우리에게 막대한 부를 가져다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더욱 그렇게 되어야 할 한류시장이 그 타겟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연세대 법대 교수 hdn@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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