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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3 |
소음인이 차가운 이유
관리자(2006-03-08 21:23:43)

글 | 송정모  우석대한방병원 원장 사상의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은 자기 체질에 대해 궁금하기 때문에 여러 자료를 살펴보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러한 사람들 중 실제로는 소음인이 아닌데도 자신을 소음인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것은 재미있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필자가 사상의학을 전공하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 있게 “저는 소음인이거든요?”라며 말을 꺼내는 사람도 여럿 있었으니 말이다. 결국 나중에 그들은 소양인으로 판명이 난 경우가 많았지만. 이처럼 자신을 소음인으로 착각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소음인은 내성적이고 숫기가 없다고 생각한다. 손발이 차고 추위를 많이 타면 소음인이고 소화가 잘 안되거나 설사를 하면 속이 냉해서 그런 것인데 소음인이 그렇다고 생각한다. 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조건들이 소음인이라 판단할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라는데 있다. 내성적인 태음인도 많고 소양인도 많다. 설문조사를 해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위의 평가와는 전혀 다르게 자신을 내성적이라 대답하는 심리적 경향이 있음을 보게 된다. 손발이 차고 추위를 잘 타는 소양인도 많고(특히 여성의 경우는 아주 많다), 소화가 잘 안 되는 것은 자신이 만성적인 위장병을 앓고 있는지 먼저 의심해보아야 할 사항이지 소음인이기 때문일 것이라 단정할 사항은 아니다. 또 설사를 한다고 다 속이 냉해서 오는 것이 아니다. 소양인은 속에 열이 생기면 설사를 한다. 매운 음식을 먹으면 꼭 설사를 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소양인이 아닌지 의심해 볼 수 있다. 매운 것은 속에서 열을 내기 때문에 소양인은 그 자극으로 설사를 하게 되는 것이다.     서두가 좀 길었다. 이제 소음인 이야기 좀 해보자. 소음인의 장기 구조는 신대비소(腎大脾小)이다. 신장의 기운은 사상의학에서 차갑고 아래로 하강하는 기운, 또는 내부로 응축하는 기운을 의미한다. 비장은 뜨겁고(화끈하고) 옆으로 퍼지며 상승하는 기운이다. 이제 신대비소인 소음인이 비대신소인 소양인과는 정 반대의 기운을 가졌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소음인이 차가운 것은 바로 신장이 기운이 크기 때문이다. 차갑고 아래로 하강하는 기운이 강하다 보니 전반적으로 다른 체질에 비해 몸이 찬 편이고, 기운이 없이 쳐지는 경향을 보인다. 예컨대, 남들과 똑같은 일을 하고도 쉽게 피로해지고 눕고 싶어지는 마음이 든다거나 평소에도 무의식적으로 몸을 다른 기물에 기대거나 의지하는 경우가 많다면 소음인일 가능성이 약간은 있다. 이는 몸의 기운이 자꾸 아래로 쳐지므로 나오는 현상인 것이다. 또한 비장의 기운이 작고 몸이 차가운 성질을 가졌기 때문에 소화력이 약하다. 기름기가 많거나 밀가루 음식 등은 평소에 위염 같은 질환이 없다 할지라도 잘 소화가 되지 않는다. 이와 같은 이유들 때문에 소음인은 약간 게으른 경향이 많다. 몸이 따라주지 않으니 매사에 적극적이고 부지런해지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소음인은 무엇보다도 체력 관리에 신경을 많이 써야 된다.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체력을 튼튼히 해야만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 소음인이 신장이 크고 비장이 작다는 것은 음기가 크고 양기가 부족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다르게 말하면 남성적인(용맹한) 기운보다는 여성적인(부드러운) 기운이 더 많다는 말이다. 체형을 살펴봐도 기운의 상징인 어깨 부분은 빈약하고 엉덩이와 하체 부분은 튼실하며, 얼굴에서 풍기는 인상도 강렬하거나 날카로운 면 보다는 부드럽고 순한 인상을 보인다. 이러한 점은 성격적 특성에서 더 잘 나타난다. 사납기 보다는 얌전하다. 적극적으로 표현을 하기보다는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직선적이기보다는 우회적이다. 화려하기보다는 소박하다. 방방 뜨기보다는 차분하다. 활발하기보다는 조용하다. 나돌아 다니기보다는 안에 있기를 좋아한다. 대충만 살펴봐도 이러한 특성들이 주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특성들은 소음인의 단점인 동시에 장점이기도 하다. 어느 체질이나 그 체질적 특성들이 단점인 동시에 장점이 되는 것인데, 문제는 단점을 어떻게 극복하고 장점을 어떻게 최대한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삶의 질이 결정된다는 것이 사상의학에서 제시하는 교훈이다. 소음인의 경우 차분하고 꼼꼼(치밀)하며 부드러운 것이 최대의 장점이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매사에 재주와 솜씨가 좋고 마무리가 깔끔하다. 굳이 남의 눈에 띠려 노력하지 않아도 남들이 다 알아주는 경우가 많다. 대인 관계에서 부드럽게 하기 때문에 남들에게 적대감을 심어주는 일도 별로 없다.     단점은 어떤가? 소음인의 단점을 한마디로 말하라면 나는 ‘귀차니즘’이라 말하고 싶다. 새로운 일을 만드는 것에 대해서 항상 마음속에서 ‘귀찮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게 소음인이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몸과 마음이 번거롭게 움직여야 한다는 귀찮음이 더 강한 것이다. 양기인 비장의 기운보다 음기인 신장의 기운이 더 커서 자꾸 일을 벌이기보다는 갈무리하는 쪽으로, 앞으로 나가기보다는 뒤로 물러서게 된다. 이렇게 자꾸 물러서다 보면 결단을 내려야 할 때 우유부단해지거나 기회를 잃기 쉬워진다. 이렇게 소극적이고 소심한 태도는 삶의 질을 풍부하고 다양하게 만들지 못하는 원인이 될 뿐만 아니라 심할 경우에는 불안한 정서를 야기시키고 심각한 질병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제 소음인의 경우 어떠한 점에 신경을 써서 살아가야 할 지 감이 잡힐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적극성을 갖춰야 된다는 것이다. 뒤로 물러서기보다는 한 발 앞으로 나가는 것, 안으로 움츠리지 말고 밖으로 과감하게 나가는 것, 즉 귀차니즘을 극복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적극성은 그냥 마음만 가지고는 안 되고 부단한 훈련이 필요하다. 조금만 게을러지면 신장의 음기가 자꾸 몸을 주저앉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에서도 언급했던 규칙적인 운동은 체력을 키우고 자신감을 갖게 함으로써 적극성을 키우는데 아주 좋은 방법 중의 하나이다. 운동이 아니고 다른 무엇이라 할지라도, 예컨대 종교적 활동이나 명상 같은 것, 지속적인 자기 훈련은 자신감을 회복하고 적극성을 갖추는데 효과가 있을 것이다. 만약 당신의 자녀가 소음인이라면, 어릴 때부터 윽박지르고 혼내기보다는 자신감을 갖도록 부추기고 도와주며 규칙적인 운동습관을 길러주는 것이 보약 몇 첩 먹이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제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자유분방한 소양인 자녀라면 좀 엄격하게 해서 규율과 통제의 필요함을 주지시켜야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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