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하면 애를 낳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시절은 지났다. 아이를 갖지 않겠다는 젊은 부부들이 늘어나면서 저출산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하나만 낳아서 잘 키우자’ 라는 말은 옛말이 되었고 출산 ‘장려’ 라는 말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갖지 않겠다는 사람들은 육아와 돈에 대한 부담을 가장 큰 이유로 꼽고 있으며, 반대 입장에 선 사람들은 돈보다 개인주의 성향 때문이라며 반문한다. ‘낳고 싶으면 낳고 싫으면 그만 아니냐’ 는 생각을 가진 방관적인 사람들도 있다. “나를 위한 투자와 아이로 인한 행복 중 어느 것에 더 큰 가치를 둘 것이냐.” 라는 물음에 대한 관점의 차이로 발생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누구의 말이 옳다 그르다 할 수 없다는 뜻일 것이다. 정부에서는 저출산문제에 대한 대응책으로 출산장려정책을 내놓았지만 육아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아 생색내기식의 정책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이번 호에서는 각기 다른 입장에 서 있는 사람들과 출산에 대한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서로의 의견대립도 있었지만 솔직하고 깊이 있는 대화가 오고 갔다. 일 자: 2월 23일 화요일 참가자: 오진수 (36, 무역업 종사) 이선영 (32, 광고업 종사) 김미숙 (30, 주부) 진행·정리: 송경미 기자 송경미: 다들 와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반가워요~ 모 두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송경미: 잠깐, 짧게 자기소개 하고 토론 시작합니다. 저는 문화저널의 송경미라고 합니다. 진행이 서투르더라도 이해해주세요. 김미숙: 네. 저는 그냥 집에서 생활하는 평범한 가정주부입니다. 이런 거 처음이라 걱정이 되는데 잘 부탁해요. 이선영: 안녕하세요. 서울 쪽에 작은 광고회사에서 일하다가 임신을 한 관계로 잠깐 쉬고 있는 김미숙이라고 합니다. 어쩌면 계속 쉴지도.. ^^;; 오진수: 저는 인천국제공항 무역 관련 일을 하고 있습니다. 더 자세하게 말해야 하나요? 송경미: 아니요~ 괜찮구요. 이제 시작할까요? 보통 네분정도 참여하시는데 오늘은 세 분을 모셨습니다. 화기애애한 말씀들 부탁드려요. 이선영: 오히려 좋은데요. 부담도 안 되고 ㅎㅎ 송경미: 오늘 주제가 저출산 문제라는 건 다 알고 계시지요? 다들 결혼을 하셨는데 어떻게 자녀분은 있으신지? 오진수: 네. 저는 딸만 둘입니다... 이선영: 와. 이쁘시겠다... 저는 임신 5개월 됐어요. 오진수: 축하드립니다. 김미숙: 축하드려요~ 저는 결혼한 지 일년 정도 된 신혼부부라면 신혼부부인데,, 아이 계획은 아직 없어요. 송경미: 그러시군요. 다들 위치가 조금씩 다르신데 출산에 대해 어떻게들 생각하고 계셨나요? 김미숙: 글쎄요. 제 나이가 올해 30인데 토론자들 분 중에서 제가 가장 어린 듯.. 맞나요? 이선영: 저는 서른 두살입니다. 오진수: 저는 그냥 선영님보다 더 많다고 하면 되겠네요.^^;;; 맞네요. 가장 어린거... 김미숙: 하하;; 우선 저는 결혼할 때부터 남편하고 아이를 당분간 낳지 않는 걸로 합의(?)했었어요. 남편이랑 저랑 성격이 좀 활발하고 왈가닥하는 편이라 젊을 때 여기저기 여행도 많이 다니고 그러자..고 얘기를 했었거든요. 남편도 딱히 아이를 그렇게 원하는 눈치도 아니라 지금은 편하게 생활하고 있지요. 이선영: 그럼 지금 그런 계획들을 잘 실천하고 있으신가요? 김미숙: 네? 어떤.. 이선영: 여행도 다니고 뭐 그런 것들.. 김미숙: 아 네~ 또 막상 결혼하고 보니 계획대로 다 되지는 않더라구요. 남편 일 때문에 바쁘기도 하고... 그래도 한달에 한번쯤은 주말에 가까운 데로 놀러가고 그래요. 이선영: 근데 그게 아이가 있다고 해서 많이 제약을 받을까요? 제 주위에도 그런 이유 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친구들이 많거든요... 김미숙: 제약, 많다고 생각하는데요. 요즘은 문화시대라고들 하는데 아이와 함께, 특히 어린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문화시설이나 공간은 없잖아요. 이선영: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아이가 있어도 얼마든지 자기 생활을 즐길 수 있다고 봐요.. 생각차이 아닐까요? 이를테면 좀 더 부지런해진다던가.... 김미숙: 저도 그런 이야기 많이 들었거든요.. 어떤 날은 아이가 물건이냐, 왜 아이를 짐짝처럼 취급하려고 하느냐 이런 소리까지 들었어요. 기분이 나쁘죠 조금은.... 나쁜 사람 된 것 같은 기분이거든요. 그치만 글쎄요.. 그렇게 물어보면 막 대꾸할 게 없는데 이렇게 얘기하면 될까.. 이선영: 천천히 대답해주세요.^^ 그냥 이유를 듣고 싶었어요.. 김미숙: 네. 아이가 있다고 해서 여행을 못 다니거나 여기저기 놀러 다니지 못 할 거라는 생각은 제 핑계일지도 몰라요. 그런데 어린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건 좀 불편하잖아요. 명절 때 갓난 애기부터 유치원 애들까지 조카들을 보곤 하는데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던데요. 울면 안아 줘야하고 손이나 데일까 넘어질까 불안해서 다른 일을 못 하겠더라구요. 최소 5살까지로 잡으면 5년 동안 그렇게 이것저것 신경 써야 하는데 그러면 제 나이는 36살 이구요. 제 젊음은 되찾을 수 없잖아요. 이선영: 젊음에 대한 아쉬움은 저도 인정해요. 근데 그 젊음을 지키려고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건 사실 이해가 안 가요. 젊음을 즐기는 것보다 더한 기쁨이 자신의 아이를 보는 것에 있다고 봐요. 우리 어머니 아버지가 그랬듯... 이런 얘기도 있잖아요. 부모님께 미안해하는 아들에게 아버지가 했다는 말, 잘 생각은 안 나지만 효도는 너 어렸을 때 어리광하는 모습으로 다 받았다고 했던가요? 오죽하면 그런 말이 나왔겠어요. 김미숙: 그것도 생각차이 같아요. 내 자식으로 인한 기쁨도 당연히 크겠지만 그것을 기쁨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다른 거 아닌가요? 나중에는 생각이 달라질지도 모르지만 아직은 그냥 이대로 사는 게 더 즐거워요. 이선영: 그럴 수도 있겠네요.. 송경미: 오진수님 이야기도 들어볼까요? 이선영: 네~ 아빠 입장에서 말씀 좀 해주세요~^^ 오진수: 음... 우선 앞서 말하신 두 분 생각이 다 틀리지는 않다고 보여집니다.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이야기 같구요.. 우리 딸들은 나이 터울이 좀 있는데요. 큰애는 6살 작은애는 이제 한 살이예요~ 이선영: 아,, 그러시군요. 이유는요? 오진수: 특별한 이유는 없었어요. 하나만 낳아서 잘 기르자는 생각도 있었어요. 미숙님과 같은 생각을 했었거든요. 오랜 연애기간 끝에 결혼을 했는데 아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니까 미안하더라고요. 김미숙: 어떤 점을 힘들어했었는데요? 오진수: 크게 힘들어하지는 않았는데, 아이가 생겨서 너무 기뻤으니까.... 근데 그건 있더라구요. 아이를 낳기 전과 낳은 후 자기 모습에 대해서 안타깝나 봅니다. 이쁘다는 말을 많이 들었었거든요. ^^;; 뭐 제가 보기에는 지금도 충분히 이쁜데.. 하하 이선영: 사이가 좋으신가보네요~ 부러워라~ 오진수: 연애결혼을 해서 그런 가 그런 면이 있죠. 서로 이해를 많이 하면서 살려고 노력합니다. 송경미: 현재 아이가 있으신 분은 진수님 밖에 없는데 생활하는데 아이가 있어서 불편한 점 같은 것이 있나요? 오진수: 많지요. 김미숙님 말에 동감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채련이를 낳고 나서는 거의 둘이 맘 편히 놀러간 적이 없었습니다. 제가 하는 일 성격 탓에 아침 일찍 출근을 해야 하는 것도 있었지만 아내도 아이 때문에 적잖이 피곤했고 그래서 놀러 갈 엄두를 못 냈었던 것 같습니다. 아이한테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으니까,,, 아내는 아내대로 하루 종일 바쁘고 저는 그냥 남편에서 아빠가 되다보니 책임감, 부담감이 전보다 배가 되더라고요. 승진에 대해서도 더 열을 내야했고 이래저래 스트레스가 좀 쌓였었어요. 김미숙: 돈 문제는 어떤가요. 전 그것도 좀 걱정이 되거든요. 저는 놀고 있고 남편만 일하는데 벌이가 크지 못해서 아이를 낳게 되면 맞벌이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오진수: 사실 돈을 무시 못 하지요. 얼마 전에 인터넷에 출산문제로 떠들썩했던 것 같은데 읽어보셨나요? 이선영: 네.. 뭐 월 500을 벌어도 애를 낳지 않겠다는 그거 말이죠? 김미숙: 당시에는 안 읽었었는데 이거 섭외 받고 나서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읽게 됐네요.^^;; 오진수: 그게 액수가 좀 과장되고 큰 탓에 욕을 많이 들었던 것 같은데 액수를 줄여서 한 200~250 이라면 맞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이선영: 진수님 이야긴 것 같은데~ ㅎㅎ 오진수: 켁.. 들켰네요. 암튼 그렇게 벌어도 정기적금, 자동차 굴리는 값, 생활비, 세금, 부모님 용돈, 아이 기저귀값 뭐 약값 옷값 빼면 얼마 안 남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내 집 마련을 가장 큰 목표로 삼고 있잖아요. 저도 마찬가지구요. 그래서 저금을 하고 나면 아내와 저한테 들어가는 돈은 별로 없습니다. 그러니까 생활이 잘 안되죠. 문화생활을 한다던가, 맘 편히 3박 4일 정도로 여행을 가려고 해도 쉽게 휴가를 낼 수도 없고 돈도 무시 못 하고.. 그러니까 집 회사 집 회사 뭐 이렇게 살아갑니다. 말하고 나니까 좀 허탈하네요. 김미숙: 진수님보다 더 못 버는 사람도 많잖아요. 그런 사람들은 얼마나 더 힘들겠어요. 제 생각이 그래요. 그래서 못 낳겠어요. 쉽사리... 이선영: 이야기를 듣다보니 왜 저출산 문제가 야기되는지 알 것도 같네요. 그래도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으면 그래도 그 문제가 좀 해결될 것 같은데요. 옛날로 좀 돌아가보면 우리 어머니 아버지들은 가난해도 아이들을 많이 낳으셨잖아요. 뭐 의술이 발달하지 않아서라는 이유도 있지만 꼭 그렇기 때문만은 아닐 텐데... 오진수: 핵가족화가 문제라는 뜻인가요? 김미숙: 튕기셨나..? 송경미: 잠깐만 기다려보지요.^^ 이선영: 죄송. 누가 와서... 네. 핵가족화 맞아요. 제 말은 지금 편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그 때처럼 가족의 소중함을 크게 알고 살아가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우리 어렸을 때는 명절 때면 이모, 삼촌, 사촌들로 집안이 북적북적 했었잖아요. 좁은 방에서 함께 다 모여서 잠자고 어른들은 작은 방에서 밤새서 화투치고 ㅋㅋ 애들도 늦게까지 마당에서 뛰어놀고 참 재밌었었는데.. 저는 위로 오빠만 하나 있거든요. 오빠도 결혼을 해서 조카가 하나 생겼는데 그 조카한테는 고모만 있지 삼촌은 없는 게 되잖아요. 또 새언니 쪽에도 남자형제가 없어서 조카 영진이한테는 이모하고 고모밖에 없거든요. 근데 이런 식으로 나아가다가는 사회가 나중에는 어떻게 될는지.... 걱정 돼요. 김미숙: 그 말도 일리가 있네요. 저는 형제가 4명이여서 어렸을 때 외롭게 자라지는 않았는데... 김미숙: 그런데 우리나라 인구가 많이 적은가요? 요즘 들어서 갑자기 저출산 문제다, 출산장려정책이다 해가지고 말도 탈도 많은데 그렇게 걱정할 수준까지는 아닌 것 같거든요. 오진수: 그건 젊은 인재가 부족하다는 말인 것 같습니다. 어린아이들이 자라면 나중에 나라를 이끌어갈 사람들이 되는 거니까요. 우리들은 늙지 않습니까. 김미숙: 그게 출산을 많이 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라고 보는데요. 아이가 많으면 그 아이들한테 들어가야 하는 돈도 많을 것이고.... 오히려 적은 수를 똑똑하게 키워서 열 사람 몫을 하게 만들면 되는 거 아닐까요. 가뜩이나 자원도 부족한데요. 오진수: 글쎄요. 하나만 낳아서 잘 기르자 라는 말도 그런 까닭인데, 군계일학이라고 서로 경쟁하는 사람이 있어야 더 크게 자라지 않을까요? 직업은 다양하고 앞으로 더 많은 직종들이 생길 거고, 머리 쓰는 사람이 있으면 힘 쓰는 사람도 필요한 건데 모두 똑똑하기만 한다면 안 될 것 같습니다. 김미숙: 제 말의 요지는 무조건 대책 없이 많이 낳기 운동을 벌이는 것 같아서 하는 말이에요. 옛날에는 하나만 낳으라고 부추기다가 이제는 셋 이상 낳으라니... 출산장려정책이라고 부랴부랴 내놓기는 했는데 그것도 도움이 별로 안 된다고 하던데요. 제가 자세히 몰라서.. 어떤 식이죠? 송경미: 셋째 아이 이상부터 낳을 때마다 정부보조금이 몇 십만 원 정도 나온다고 합니다. 고등학교까지 교육비를 부담해주고요. 김미숙: 그런가요. 그런데 그 정부보조금이 얼마 되지 않는다면서요. 한 20~30만원 정도라고 얼핏 들었는데... 그거 조금 받고 몇 천만 원이나 드는 아이를 계속 키워야 하냐고 말이 많아요. 이선영: 하긴 그건 좀 그래요. 별로 실효성이 없는 듯. 기저귀 몇 개는 살 수 있겠지만 그거 믿고서 아이를 낳진 않지요. 그런 것보다 사회 전체적인 제도가 바뀌어야죠. 여성들이 직장을 맘 편히 다닐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던가... 저도 임신해서 태교 문제도 있고 해서 쉬고 있지만 솔직히 임신하면 회사에서 쉬라는 눈치를 많이 보내요. 그래도 많이 달라져서 대놓고 그만 두라고는 못 하지만 함께 일하는 게 좀 거슬리나 봐요. 송경미: 여성들 사회진출에 따르는 부당한 차별대우 같은 것들이 없어져야 한다는 말이군요. 이선영: 네. 그리고 육아를 여성이 모두 책임져야 한다는 틀에 박힌 의식도 문제가 있어요. 남성들도 함께 도와줘야죠. 저는 지금부터 남편한테 당부하곤 해요. ㅋㅋ 오진수: 헉... 벌써부터 ㅋ 근데 아기 보는 거 참 힘듭니다. 이선영: 여자도 똑같이 힘들어요. 하하하 김미숙: 그리고 사회는 갈수록 노령화 되어 가는데 노인들은 놀고 먹는 사람정도로 생각되고 있어요. 아이들이 부족해서 인력이 부족하면 노인분들이 대신 할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그럼 노후생활도 지금보다 나아질 거구요. 이선영: 그럴 수도 있겠네요. 괜찮은 생각 같아요. 송경미: 이야기가 지체되는데 아까 오진수님 이야기하다 끊긴 거 다시 들어볼까요. 오진수: 네? 송경미 : 5년 동안 계획이 없으셨다가 다시 가지신 것에 대해서요. 오진수: 아, 그거요. 어려운 설명은 필요 없을 듯 합니다. 제가 아이를 원했거든요. 어렸을 때 외롭게 큰 건 아닌데 가족은 좀 북적대고 그래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할까요. 아까 말했듯이 채련이가 크는 동안 변변찮은 여행한번, 아내와 단둘이 영화한편 제대로 못 보았지만 그걸 아깝다 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차이는 그것 같아요. 어디에 더 큰 의미를 두는가... 그래서 미숙님 의견도 선영님 의견도 모두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가 있습니다. 가치의 차이는 공격대상이 될 수 없는 거니까요. 김미숙: 아내 분 생각도 비슷하셨나봐요? 오진수: 큰 애가 아주 어려서 우리가 모든 걸 돌봐줘야 할 땐 많이 힘들어했습니다. 그 땐 아내도 20대였고 젊은 생각이 강했으니까. 그러다 채련이가 커서 걷고 우리 말도 알아듣고 하니까 편해졌지요. 유치원을 보내고 나니 다시 아이가 키우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얘기는 다들 좀 듣지 않으셨나요? 막 아이 젖먹이고 싶고 그런다고 하던데... 이선영: 그 기분이 어떨지 아직 상상이 안 돼요. 7월이 되면 우리 아이도 세상에 나올 텐데 얼마나 기쁠지... 5개월이 되니까 배가 눈에 띌 만큼 나오더라구요. 그 기분도 이상하고 아이 때문에라도 몸을 소중히 다루게 되고 경건한 마음이 들어요. 하루하루.. ^^ 이선영: 이 기분을 김미숙님도 느꼈으면 좋겠어요~ 김미숙: 아이구... 감사합니다.. 제 감성이 많이 메말라 있나 봐요. 나이는 먹을 만큼 먹었는데 아이를 봐도 귀엽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서 큰일이에요. 송경미: 강요해서 바뀌는 게 아니니까요. 김미숙: 출산하고 나서 오는 기쁨보다 기를 때의 불이익과 불편에 더 신경이 쓰여요. 지금은 놀고 있지만 두 달 후부터 일을 하려고 마음먹고 있거든요. 일과 육아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여건이 없잖아요 우리 사회에는... 부모님한테 맡기거나 놀이방에 두어야 하는데 그러기는 정말 싫거든요. 이선영: 저두 그래요.. 그래서 지금 조금 걱정.. 맞벌이는 해야 할 것 같은데... 다시 들어가면 받아줄는지 ㅋㅋ 그러다 둘째가 생기면 또 쉬고 다시 들어가고 그러면 회사에도 지장이 있고, 그래서 임산부에 대한 불평등이 생기는가봐요. 김미숙: 저 어렸을 때 학교 다녀오면 집에 엄마가 없었거든요. 늦게야 들어오시고... 그 느낌이 너무 싫어서 제가 지금 아이를 안 낳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몰라요. 오진수: 아이 보육 시설에 대한 부재는 뉴스에도 나오고 아침방송 프로그램에도 많이 나오던데 생길 기미는 도통 없는 것 같습니다. 김미숙: 우리나라 시스템이 그렇죠 뭐. 정책 담당하는 사람들은 제 안위만 신경 쓰고.. 오진수: 유치원이나 놀이방 시설도 믿을 수가 없어요. 하도 안 좋은 방송들이 많이 나오니까... 하루 종일 몰래 숨어서 지켜보고 싶은데 그럴 수도 없고;; 이선영: 하하~ 몰래 숨어 있는 모습 상상하니까 너무 우스워요~ 오진수: ^^;;;; 김미숙: 보육시설비가 또 얼마나 비싸요. 진수님 채련이 유치원비 한달에 얼만가요? 오진수: 뭐 약 40만원정도 들어갑니다. 놀러가고 뭐 사고 이러면 추가되기도 하지요. 무시 못합니다 정말. 김미숙: 한달에 40이면 1년이면 얼마더라.. 480이네요. 유치원이 그런데 초등학교 가고 중학교 가고 고등학교 또 대학교 와.. 앞길이 막막~~해서 저는 두려워요. 오진수: 그렇게 생각하면 아기 절대 못 낳죠. 이선영: 일이 닥치면 못할게 없다잖아요~ 그러고 보니까 우리 부모님들이 정말 자랑스럽네요. 김미숙: 동감 동감. 오진수: 절대 동감. 아버지는 강하다. 어머니는 더 강하다.. 이선영: 우리나라는 건강한 여자만 출산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김미숙: 무슨 뜻인지? 이선영: 애를 낳고 싶어도 못 낳는 여성들이 많아요. 제 후배 녀석 와이프가 그렇거든요. 그래서 그 고통을 가까이에서 듣고 보고 있는데 그런 여성들에게 지원을 좀 해줘야죠. 김미숙: 아~ 그 얘기 저도 하고 싶었어요. 불임.... 이선영: 제가 아까 살짝 네이버에 들어가 봤었는데 ^^;; 우리나라 불임인구가 14% 라고 하더라구요. 애 낳기 싫다는 사람들한테 강요하지 말고 애를 낳고 싶은데 치료비가 없어서 슬퍼하는 사람들한테 지원을 좀 하면 아기들이 팡팡! 태어나지 않을까요. 그냥 막연한 생각입니다~ 김미숙: 준비까지 해오셨어요? 이선영: 몇 개만 좀 읽어봤어요.ㅋ 오진수: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도 불임 많습니다. 이선영: 앗, 제가 여성이라고만 했나요? 죄송~ 맞다.. 여자 혼자 애 낳는 건 아니죠~^^;; 김미숙: 문제는 애 낳을 수 있는 사람들한테 보조금 쪼금~ 지원해주는 정부가 애 못 낳는 사람들 치료비로 그 많은 돈을 지원해줄까요. 절대 안 해줄 것 같은데~ 오진수: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송경미: 저출산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는 생각들 하고 계신 게 있나요? 이선영: 바뀌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보니 뭘 꼬집어야 할지... 오진수: 한도 끝도 없습니다. 말하다 보면.. 정책을 바꾸려고 하면 사람을 갈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정책이 바뀌어서 시행하게 되면 예산문제가 문제고, 돈을 구하려면... 머리가 아픕니다. 김미숙: 저는 정책에 대해서 관여할 수도 없는 사람이지만 그러고 싶지도 않아요. 한두 번 이야기 하는 것도 아니고 없는 사람으로서 억하심정이 들어서 화만 나거든요. 이선영: 자자~ 진정하시고~ 있는 사람들이 더 한다잖아요~ 김미숙: ㅋ.. 남편하고 저하고 먹고 살기에 모자람은 없지만 애가 생기면 힘들어져요. 가난하면 애 낳지 말라는 소리를 그냥 넘어갈 수가 없어요. 이선영: 결혼은 두 사람이 단지 좋아서 즐길려고 같이 사는 것이 아니라고 봐요. 그럴 거라면 평생 연애만 하면서 살아도 될 거 왜 경건하게 돈 들여가면서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여행을 갈까요. 결혼은 신성한 거 아닌가요. 나 혼자가 아니라 가족을 책임진다는 다짐이고 또 약속인데 결혼까지 해서 돈을 생각하고 불이익을 생각하고 그래서 아이까지 낳지 않는다는 것은 크게 보아서 결혼에 대한 무책임이라고 봐요. 김미숙: 그렇게까지... 문화의 차이지요. 외국은 애 낳지 않고 자유롭게 사는 부부들이 얼마나 많아요. 우리나라도 이 정도면 선진국 아닌가요. 개개인의 다른 의사를 인정해줘야 하구요. 이선영: 미순님 의사를 존중하지 않는 건 아니에요. 다만 결혼과 출산이 그냥 노는 일처럼 생각될까봐 그래요. 우리가 이렇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것도 세상에 태어났기 때문이잖아요. 우리가 40되고 50되었을 때를 생각해보면 아이가 없으면 얼마나 외로울까요. 그렇지 않은가요? 김미숙: 선영님 말씀대로 출산과 같이 그렇게 중대한 문제를 감정적으로 생각하면 안 될 텐데요. 이선영: 혹시 기분 나쁘셨던 건 아닌지 걱정되는데 염려가 되서 하는 소리였어요. 늙어서 위로받을 건 자식밖에 없다는 말도 있고... 오진수: 선영님 말씀은 지금 사람들의 풍토가 인생을 즐기려고만 하는 것을 걱정한다는 소리 같습니다. 이선영: 맞아요~ 편하게 살다보니 조금 불편한 것을 감수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아요. 아이를 갖지 않으려는 생각도 그런 점이 많이 작용을 한다고 생각해요. 김미숙: 꼭 그런 것만은 아닌데요. 제 친구 중에는 아이가 싫다는 사람도 있어요. 이선영: 그런 것은 어쩔 수 없네요.. 오진수: 옳다 그르다를 따지는 것만 같네요. 낳고 싶은 사람은 낳고 낳기 싫은 사람은 안 낳으면 됩니다. 그러나 너무 그렇게 몰아가서는 안 되겠지요. 낳기 싫은 사람도 낳고 싶은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사회 풍토가 바뀌어야겠지요. 우리가 지금 토론을 하는 것처럼 저출산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된다면 말입니다. 이선영: 진수님 말씀을 잘 하시네요. 김미숙: 그런 것 같아요. ㅋㅋ 오진수: 하하 쑥스럽습니다. 송경미: 이제 슬슬 마무리할 때가 되었습니다. 오늘 말씀들 너무나 잘해주셔서 고마워요. 세 분인데 네 분 못지 않았습니다.^^ 이선영: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못해서 아쉬워요. 김미숙: 저두요. 제 입장을 오해하실 것도 같고... 이선영: 아니예요~ 충분히 이해해요~ 민주주의 사회 아닙니까~ 오진수: 민주주의 사회 ㅋㅋㅋ 송경미: 그럼 다들 오늘 이야기 한 것들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한 말씀씩 해주세요~ 이선영: 진수님부터. 오진수: 네. 오늘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반가웠구요. 얼마 전에 둘째 아이 돌이였습니다. 자식 키우는데 힘든 시기, 쉬운 시기가 어디 있겠냐만 그래도 조금 수월해졌다고 할 수 있겠죠. 첫째 채련이가 동생을 너무 좋아하고 잘 챙겨서 더욱 그렇습니다. 돈도 중요하고 놀이도 중요하지만 우선은 가족이 바탕이 되어야합니다. 가족이 단 둘이건, 셋이건, 대가족이건 가족이 화목하고 굳건해야 바깥일도 잘하고 마음도 편하니까요. 그런 면에서 저는 행복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몇 일 전에 섭외를 받았을 때 기자님께 가장으로써 입장을 듣고 싶다는 말을 들었는데요. 아이를 낳는 것이 옳다, 안 낳아도 된다 중에 선택을 하자면 그래도 낳아야 한다에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오늘 계속 거론되었듯이 생각의 차이기 때문에 다른 생각에 대해 추호의 반박은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조금 힘들게 살아도 함께 부둥키면서 살고 싶습니다. 조금 한가해지고 능력이 된다면 더 가질 생각입니다. 이상입니다. 이선영: 그럼 나중에는 세 명인가요? 요즘 추세로서는 대가족이네요~ 그 생각에 박수를 보내면서 저는 진수님처럼 아이를 몇 명 낳겠다는 계획은 없어요. 뱃속에 있는 아이가 태어나고 또 키워보면 그 때 생각이 정립되겠지요. 출산은 여성만이 할 수 있는 신성한 의식(?)이라는 생각이 깊게 자리 잡고 있어서 저는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면서 살았어요. 어머니라는 존재의 위대함 때문에 엄마가 되보고 싶었구요. 풍요로운 삶도 중요하지만 풍요로운 행복을 찾기는 힘들 것 같아요. 아이를 키우면서 힘든 일이 참 많겠지요. 저도 겁은 나요. 하지만 오늘부로 생각을 더 바르게 굳혔네요. 뱃속에 있는 아이가 지금 다 보고 있을거니까 훌륭한 엄마가 되겠다구요. ^^ 송경미: 마지막으로 김미숙님? 김미숙: 아.. 모르겠어요. 생각이 조금 전환되는 것도 같고... 남편이랑 의논을 해봐야 할 문제 지만 앞으로 몇 년은 이 상태가 지속될 것 같아요. 단둘만의 생활이 단조로와 질 날이 있겠죠. 늘 신혼 같을 수는 없을테니까. 그 때 다시 생각해볼게요. 지금은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싶어요. 반가웠습니다. 이선영: 네 저두 반가웠어요. 너무 늦지 않게 낳으세요~ 늦으면 안 좋대요^^ 김미숙: 네~ 송경미: 그럼 이만 나가볼까요?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오진수: 그래요.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김미숙: 선영님 건강한 아이 출산하시길 바래요~ 이선영: 네 감사합니다. 다들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