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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3 |
[특집]대안학교 - 무공해 교육을 꿈꿔요
관리자(2006-03-08 20:44:21)

글 | 송경미 기자 대아리 호숫가를 따라 어디를 가는지 잊을 만큼 가다 보니 사자바위 아래 깊은 산골짜기 높은 곳에 학교가 하나 있었다. 이정표도 서 있지 않은 구불구불한 길을 돌고 돌아서야 전북과 충남의 경계선에 위치한 돌나라한농예능학교를 겨우 찾을 수 있었다. 국도 옆의 좁은 샛길로 들어가다 보면 밖에서는 볼 수 없었던 마을이 하나 나타나는데 그 마을 끝에 성처럼 자리 잡은 것이 이 학교이다. 역사와 인성교육을 담당하는 김명희 사감 선생님이 학교 밖에 나와 우리 일행을 맞이했다. 전라북도 완주군 동상면에 자리잡은 돌나라한농예능학교는 무공해 농법을 실천하는 한농복구회의 이념에 따라 참다운 농사꾼을 육성하는 대안학교이다. 변질되지 않는 단단한 돌처럼 심지가 견고한 사람으로 살아가자는 의미로 “돌나라”라는 명칭을 지었다고 한다. 겨울방학을 맞은 학교는 텅 비어 있었다. 이 학교가 설립될 수 있었던 것은 “한국농촌복구회”의 힘이 컸다. 삶의 근원임에도 불구하고 날이 갈수록 피폐하고 있는 농촌을 복구하고자 한농회 사람들은 3무 농업(무농약, 무제초제, 무화학비료)을 실천하고 널리 알리는 일을 하며, 어린 인재를 올바르게 키워 나가는 것의 중요성을 실감, 학교를 만들었다. 학비·기숙사비가 무료라는 것도 놀라운데 선생님들은 봉사차원으로 보수를 받지 않고 일하고 있단다. 돈이 없으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요즘 세상에 돈 없이도 배우고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못해 기이하게 생각되었다. 사람이 살아가는 바른 도리를 흙과 함께 농사지으며 학생들 스스로 배우도록 교육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한농예술학교에서는 흙이 교사다. 중학교 입학부터 고등학교 졸업까지 방학을 빼고 학교와 기숙사에서만 생활해야 하는 학생들에게 태양은 아버지가, 물은 어머니가 되어 절실한 부모님의 사랑을 대신해 준다. 차별 없이 온 세상을 공평하게 비춰주는 태양과, 오랜 세월을 인내하며 길을 만들어가는 물, 만물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흙 안에서 아이들의 심성은 바르게 자라난다. 돌나라 한농예능학교는 중·고등학교가 같이 있다. 한농중학교의 졸업과 동시에 한농고등학교의 입학이 성사되는 것. 고등학교부터 시작하는 아이들도 있긴 하지만 중·고등학교 6년을 가르치는 것이 원칙이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 하기 때문에 선후배들의 유대관계가 깊다는 것이 학교의 자랑으로 남는다. 학교와 붙어 있는 기숙사에서 모든 학생들이 생활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거의 형제와 다름이 없다. 근처 인가에 사는 선생님이 아이들과 아침, 저녁 시간을 함께 나누며, 한 달에 한번 부모님들이 1일 사감, 교사, 식사담당을 한다. 수업은 오전에는 일반 학교에서 배우는 국영수를 배우고 오후에는 예능과 농사를 배우는데 이론은 학교에서 배우고 실습은 고산, 화산에 있는 밭에서 한다. 아이들이 직접 손과 발로 밭을 일구는 것이다. 그렇게 수확한 농산물은 학생들과 선생님의 한 해 먹을 실량이 된다. 그래서 선후배들의 돈독한 우정만큼 자신 있는 것이 학생들의 건강이다. 아이들과 선생님들은 아침과 저녁으로 생식을, 점심에는 화식을 하는데 어떤 음식에도 인공조미료는 들어가지 않는단다. “천연자연에 보다 가까운 곳에서 지내기 위해 이런 깊은 골짜기에 학교를 건립했습니다. 같은 농촌이고 밭이라고 해도 농약성분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거든요. 나쁜 성분은 흙과 공기를 타고 계속 퍼져요. 가능하면 농약지대에서 먼 곳에 위치하게 하려고 여기까지 왔어요. 사람의 건강은 먹는 것이 좌우하고 그 건강은 정신을 만들어요. 그 이유로 무엇보다 건강한 먹을거리를 강조합니다.” 돌나라한농예능학교는 1997년 불과 20명의 학생들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졸업생 100여명, 재학생 90명으로 늘어났다. 이곳에서 학생들은 지구환경회복, 천연농법 개발보급, 경천애인의 생활화를 몸으로 익히고 있다. 교육과정 중 1인 3기의 예능교육이 필수라 아이들은 악기, 무용, 사물놀이 등의 예술 활동을 연마해 대회에 나가기도 하고 양로원봉사를 다니며 외로운 어르신들의 웃음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나이를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 학교공부위주의 삶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지금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진정한 인성교육입니다. 저희는 학생들에게 이기심을 없애는 방법을 가르칩니다. 의무적으로 예절수업과 인성교육을 실시하지요. 또한 부모님의 소중함을 잊지 않도록 매월 8일을 어버이날로 정해서 전교생이 부모님께 감사편지, 전화, 사랑고백을 하도록 했어요. 억지로 하지 않아요. 부모님들도 아주 좋아하십니다.” 1994년부터 한농회 회원으로 활동하다가 진실하게 살고 싶다는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한농학교 선생님이 되었다는 김명희 씨의 말이다. 오후 시간의 대부분 아이들은 학교 안과 밖에서 농사일을 몸소 배워야 한다. 그러다보니 고된 교육과정을 버티지 못해 도중에 학교를 그만두기도 하는데 한농학교가 지향하는 이념을 완전히 깨닫지 못하고 들어오기 때문에 그런 일이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처음 학교를 설립했을 때 불우한 가정의 학생들과 일반학교에서 적응을 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많이 받았는데 그러다보니 애초에 한농학교가 세워진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힘들어하고 또다시 학교를 등지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한농복지회 회원들의 자녀들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요. 그런데 농사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부모의 욕심이나 다른 이유만으로 학교에 오게 되는 아이들은 조금 달라요. 그런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학교의 이념을 제대로 전달하고 이해시키려고 합니다. 학교에 다니고 싶은데 농사에 대해서 무지한 경우라면 수습기간을 부여하고 다시 의사를 물어보지요. 모두를 한 가족처럼 감싸주는 흙 같고 물 같은 사람을 만드는 것이 학교의 이념입니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그것들을 이해하고 따라주는 아이들 때문에 위로를 받아요.” 졸업 후 아이들은 키르키즈스탄, 우즈베키스탄, 필리핀, 미국, 러시아 등에 있는 한농복구회 농장에서 그 곳의 동포들에게 자신들이 배운 유기농법을 전수하고 천연농법으로 밭을 일구며 어려운 사람들에게 봉사하는 삶을 살고 있다고. 대학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은 울진 한농대학교, 한농천연농업대학 같은 곳에 특혜로 입학하기도 한단다. 전주교육청에는 등록되어있지만 문교부에는 등록되어있지 않은 비인가 학교이기 때문에 검정고시를 보아야 하는 어려움도 있으나 농업중심의 특성화학교이기 때문에 아이들 대부분이 신세대 천연 농사꾼이 된다. 쌀과 채소는 모든 음식의 주원료가 되며 세상에 먹지 않고 사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그것들을 양성시키고 재배하는 일은 기피한다. 이런 역설적인 상황이 계속된다면 우리나라 농촌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젊고 바른 농사꾼이 매우 절실한 시점에 한농예능학교는 그 필요성을 인정받고 있다.   병든 땅을 유기농법으로 살려내면 인공조미료에 익숙해진 몸과 마음 또한 건강해진다고 믿고 있는 한농복구회와 한농학교 사람들은 무공해 농산물을 생산함으로서 질병이 없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고, 고립된 농촌을 살기 좋은 농촌으로 복구함으로서 복지농촌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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