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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3 |
[특집]대안학교 -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도록
관리자(2006-03-08 20:42:33)

글 | 최정학 기자 무주 푸른꿈 고등학교는 인가받은 대안학교이다. 보다 엄밀하게는 생태교육을 지향하는 특성화 고등학교다. ‘인가학교’이다보니 재정적 지원과 함께 감사 등 교육청으로부터 어느 정도 제약을 받는 것은 사실이다. 올해부터는 여기에 자율학교라는 명칭이 더해져, ‘특성화 고등학교이면서 자율화 학교’가 되었다. 훨씬 더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푸른꿈 고등학교를 찾은 2월 17일은 마침 ‘2006새내기 예비학교’가 열린 날이었다. 학교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다 빠져나가버린 후였지만, 학교 안은 뒷정리로 여전히 분주했다. 학교는 깨끗해 보였다. 폐 초등학교를 활용한 때문인지 규모는 작았지만, 겉모습 만큼은 일반 고등학교와 별다른 차이가 없어보였다. 학교 뒤쪽에는 새로 지은 기숙사 건물도 말끔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이곳은 제도권 교육이 빚어내는 수많은 문제점을 교육현장에서 체험한 전·현직 교사들이 주축이 되어, 향후 세기를 준비할 수 있는 대안적 모델이 되는 새로운 학교를 꿈꾸며 지난 1998년 학교설립 인가를 받아 1999년 개교했다고 한다. 예비학교 마무리와 새학기 준비로 바쁜 교무실에서 수학과 풍물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김성환 씨와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곳은 애초 교육부의 인가를 받아 ‘특성화 고등학교’로 설립했어요. 당연히 교육부로부터 지원도 받고, 어느 정도 규제도 받게 됩니다. 교과과정도 최소한의 국민공통기본교과안을 거쳐야 해요. 하지만, 국민공통기본교과안은 1학년 때 마치게 되구요. 2학년부터는 거의 자율적으로 과목을 선택해서 듣게 되죠. 올해부터는 자율학교로 지정되어서 더 자유로워졌어요.” 생태지향의 교육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행하는 이 학교 교과과정의 특징은 ‘생태농업’과 ‘특성화 수업’이다. 학생들은 6교시가 끝나면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은 노작활동을, 수요일과 금요일에는 풍물, 연극, 민간의학, 성과 문화 등 다양한 특성화 수업을 선택해 듣는다. 이밖에 방과 후에는 독서클럽, 수화반, 족구부, 영화감상반, 도예반, 봉사반, 제과제빵, 웨이트 트레이닝 등 동아리활동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곳의 전교생은 75명이다. 한 학년 당 25명씩 총 세 학급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을 16명의 교사들이 맡아 지도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한 학년을 두개 학급으로 나누어, 학급당 12명씩으로 구성해 수업을 하게 된다고 한다. 김성환 씨는 “한 학급의 학생수가 12명이면, 아마 우리나라에서 학급당 학생수가 가장 적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모두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된다. 기숙사 생활은 자율과 규제가 적절하게 혼용되어 있다. 수업이 끝나면 학생들은 자유로운 오후 시간을 즐길 수 있지만, 저녁 8시 반이 되면 모두 자리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한다. ‘묵학 시간’을 갖는 것이다. 이 시간은 말 그대로 ‘혼자 조용히 갖는 시간’이다. 공부를 해도 좋고, 독서를 하거나 명상을 해도 된다. 이밖에 시간에는 학생들 스스로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지만, 술과 담배, 폭력만큼은 절대 해서는 안되는 금기사항이다. 그 외에, 규칙 등은 한달에 한번씩 갖는 식구총회를 통해 논의하고 결정한다. 푸른꿈 고등학교의 졸업생들은 거의 모두 대학교에 진학한다. 대안학교 특별전형 수시 등을 통해 대학에 들어가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땅의 고3들 모두가 겪는 수학시험능력시험에 대한 부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3학년이 되면 수능에 대한 부담감은 당연히 다들 갖죠. 하지만, 알아서들 스스로 공부하는 분위기에요. 공부를 하겠다고 하면, 노작활동이나 특성화교육 시간에 한 시간씩 정도는 학교차원에서 빼주기도 합니다.” 입시나 진로보다는 가치관을 정립시키기 위해 노력하지만, 현실적 상황을 전혀 배제하기도 힘들다는 고민이 묻어난다. 푸른꿈 고등학교는 주로 10월 정도에 생활기록부와 면접, 글쓰기 등을 통해 입학시험을 치른다. 해마다 지원하는 학생들의 숫자도 늘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주로 일반학교에 회의감을 느끼는 학부모들이 이곳을 많이 찾았다면, 갈수록 학생 스스로 대안학교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원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도 고무적인 일이다. 이날, 예비학교에 참석한 학생들은 이렇게 지난해 10월에 입학시험을 통해 합격한 아이들이었다. 이들은 앞으로, 이곳에서 3년 동안 인간이 자연과 조화를 이뤄 사는 방법을 배울 것이다. 그리고, 3년 후에는 훌쩍 커 좀더 큰 세계로 나아갈 것이다. 마침, 교무실에 미처 집에 가지 못한 예비학생이 부모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낯선 교무실에 어색하게 앉아있었지만, 아이의 눈엔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학교생활에 대한 설렘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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